초보 견주, 준비 없이 만났지만 어찌어찌 즐겁게 적응하다
지난달 어느 날, 오전에 아빠가 지인에게 전화를 받으시더니, 오후에 강아지 두 마리를 분양받아오셨다.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 된 하얗고 작은 아기 진돗개다. 아빠엄마가 귀촌을 준비 중이시고, 시골 살면 개를 한 마리 키워야겠다고 말씀하신 적은 있다. 아빠가 지인분과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분이 기억하시고 강아지를 주신 것이다.
나야 원래 다리 네 개인 동물을 거의 다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귀염둥이 두 마리가 무척 반가웠지만, 동시에 걱정도 좀 됐다. 재우고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는 일에 대해 준비된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 부랴부랴 알아보고 검색하고 구매하며, 아기 강아지 두 마리와 동거를 시작했다!
처음에 산 건, 전연령 강아지 사료와 급수기, 급식기, 리드줄이다. 우유도 잘 먹고, 친구가 선물해 준 개껌도 잘 씹는다. 조금 지나서 배변봉투와 이동가방도 샀다. 우유를 좋아해서 우유도 종종 줬다.
개냄새가 좀 많이 났지만, 검색으로 아기 강아지들은 목욕, 산책, 훈련을 예방주사 3차 이후나 생후 3개월 이후에 시키라는 글을 봐서 목욕도 못 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냄새가 너무 심해져서 조심조심 살살 씻기고 얼른 잘 말려줬다. 답답해하는 것 같아서 옥상에 간혹 데려가기도 했는데, 잘 뛰어놀더군.
두 마리라서 서로 장난치며 싸우며 잘 지내서 참 좋다. 가끔 너무 심하게 서로 물어뜯는 거 같으면 말리기도 한다. 혼내면 잠깐 멈추지만 이내 또 물고 뜯고 레슬링을 하더라.
수의사 선생님에게 들은 아기 진돗개 목욕과 훈련 시기!
그러다가 몇 주 전에 2차 예방주사를 맞히러(1차 주사를 맞고 나서 우리집에 옴) 동물병원에 갔다. 낯선 곳에 도착하자 쉬도 하고 응가도 한 우리 강아지들, 주사는 늠름하게 잘 맞았다. 아, 주사 맞기 전에 몸무게 쟀는데 5kg 안팎이었다. 몇 주 사이에 1~2kg가 금방 늘었다. 많이 먹고 많이 싸니 그럴 수밖에! 귀여운 녀석들!
집에 가려는데 수의사 선생님이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해주셨다. 밥을 절대 그냥 주지 말고 '앉아', '기다려' 훈련을 꼭 시키라고 하셨다. 훈련은 생후 3개월 지나고 시키라는 글을 본 지라, 난 지금까지 무조건 우쭈쭈 하며 밥을 줬다. 그래서 내가 '벌써요? 아직 어린데요?'하고 물으니, 선생님이 지금도 좀 늦은 거라고 하시더군. 얘네들은 밥 먹을 생각과 말썽피울 생각만 하기 때문에 생후 1~2개월부터 훈련을 잘 시켜야 한다고 했다.
목욕도 자주 시키고, 집에서도 목줄을 차고 있는 것도 좋다고도 말씀하셨다. '인터넷 찾아보니 목욕은 좀 더 크고 시키라는데요?'라고 여쭈니,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시더라.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경험 많아 보이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밥 주기 전에 '앉아'를 훈련시켰다. 두 마리라서 훈련이 좀 더 힘들긴 했지만 (하나가 앉고, 하나가 서 있어서 앉은 애한테만 밥을 주려고 하면 선 애도 달려들어 같이 먹음. 그럼 둘 다 서서 난리 침.) 생각보다 잘 알아듣더라! 기특했다. 필요할 때 목욕도 시키는데, 한 녀석은 수월하나 다른 녀석은 물을 별로 안 좋아해서 목욕 한 번 시켰다가 내가 다 젖었다. 조금씩 요령이 생기고는 있다만.
아무튼 인터넷에서 검색한 첫 목욕, 첫 훈련 시기와 수의사 선생님 이야기가 다른 건 의아하긴 하다. 내 추측으로, 내가 충분히 서치하지 못해서 일부의 정보만 받아들였거나, 진돗개와 같은 중형견의 경우는 소형견 등에 비해 목욕과 훈련을 빨리 해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수의사 선생님도 본인께서 진돗개를 많이 봐왔다고 말씀하셨으니, 진돗개 맞춤형으로 일러주신 거 같거든.
우리 아기 진돗개 녀석들, 걱정 한 스푼에 믿음 한 사발
얼마 전, 나는 안 가고 아빠랑 엄마가 이 녀석들을 데리고 시골에 다녀오셨다. 나는 아직 예방주사를 2차까지 밖에 안 맞힌 상태라 애들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얘기 들어보니 아주 그냥 신나게 뛰어놀며 즐거워했다더라.
그리고 요즘은 밥때마다 '앉아' 훈련을 하니, 아예 밥 시간이 되면 앉아서 일어나질 앉는다. 가끔 배가 덜 고픈 녀석이 안 앉고 서 있어서 둘 다에게 밥을 안 주고 있으면, 앉아있는 놈이 간절한 눈빛을 장착하고 앞발로 내 손을 툭툭 건드린다. '난 앉았는데... 난 밥 줘요.' 이러는 거 같아서 너무 귀엽다!
나는 곧 본가를 떠날 예정이라 강아지들을 매일 볼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이래저래 조금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튼튼하고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말도 꽤 알아듣는 녀석들이라서 잘 지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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