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식 전날과 당일은 바쁘게 시간이 순삭
1월부터 시작한 결혼준비, 11월 본식 당일이 멀게만 느껴지던 날도 있었건만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시간이 또 금세 가더라. 전전날에 드레스 샵 가서 사이즈 체크 한 번 하고, 한복집 가서 한복 픽업해오고, 당일을 기다렸다. 본식 전날 밤, 속이 안 좋아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새벽에 일어나서 메이크업 받으러 가고, 웨딩홀로 이동하고, 사진 찍고, 하객들이 하나 둘 찾아오고, 아빠 손 잡고 입장하고, 반지 교환하고, 주례 듣고, 인사 하고, 퇴장하고, 연회장 인사하고. 후우. 지금 다시 돌아봐도 정신 없다. 다 끝나고 나서는 한복 반납한 후, 집으로 갔다. 자유를 만끽하며 놀고 싶었으나 둘 다 뻗어 자버렸다지.
이제 결혼 준비하면서 후회됐던 거랑 지금 봐도 잘 했다 생각하는 거만 정리하고 '결혼준비' 시리즈를 마무리해야지.
[옥에 티 1] 메이크업 샵, 디자이너가 펑크를 내다..!
난 1시 예식이었고, 아침에 메이크업 샵 예약이 되어 있었다. 서둘러 준비한지라 거의 30~40분을 일찍 샵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지. 대기하면서 내 차례 기다리고, 시간 되어 메이크업 받으러 앉았다. 근데 조금 지나자 뭔가 이상함이 감지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메이크업인지 헤어인지 디자이너가 최소 한 명, 혹은 두 명 이상 당일에 샵을 안 나온 거 같다. 지각을 한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다. 샵 아웃 시간이 다가오는데, 남편은 얼굴에 베이스만 칠한 상태였고, 헤어는 하나도 안 된 상태였다. 나도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마무리를 꼼꼼히 못 해준 게 느껴지더라.
중간에 어떤 여자분이 와서, 홀이 어딘지, 첫 타임이 아니니 촬영이 많지는 않겠다느니, 뭔가를 묻고 이야기하긴 했다. 그리고 메이크업 받는 사진도 찍어주고, 남편이랑 둘이 같이도 서보라면서 사진 또 찍어주고 하더라. 그냥 서비스인가 했는데, 펑크난 디자이너 때문에 일정 늦어지는 거에 대한 땜빵이었다.
남편은 샵 나갈 시간에 급히 머리 하기 시작 해서 10분만에 대강 끝내고 홀로 향했다. 남편 머리와 화장은 정말 후다닥 부실했고, 내 머리와 화장도 꼼꼼하지 못했다. 추천 받은 샵 세 개 중에 가장 가격대 있는 곳으로 골랐는데 굉장히 속상하더군. 토탈로 웨딩촬영 했던 안산 스튜디오 결과물이 청담 유명 메이크업 보다 백배 나았다.
결국 식 끝난 다음주에 플래너 통해서 컴플레인 넣었더니, 전화로 사과하고 언제든 방문하면 몇십만원 상당의 트리트먼트인가 서비스를 해준다고 했다. 이미 다 끝난 일이라 더 따지고 싶지 않아서 그냥 사과 받고 끝냈는데, 결혼식 이후 계속 바빠서 서비스 받으러는 안 갔다. 귀찮기도 하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메이크업 샵만 다른 데 예약하고 싶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샵 선택 당시에는 가격과 후기를 보고, 좋은 데를 고른다고 고른 거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물론 정말 좋은 샵이라면 디자이너들의 근태 관리가 철저할 테니 이런 불상사가 없긴 하겠지만. 다시 생각해도 속상하다.
[옥에티 2] 층고 낮은 웨딩홀, 답답해보인다...
내가 웨딩 베뉴 예약을 하려 할 때, 원래 찜했던 웨딩홀 두어 개가 다 풀 부킹 상태였다. 저녁 시간대로 하거나 날짜를 한두 달 미뤄야 자리가 있었는데, 날짜를 미루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가능한 웨딩홀로 정했다. 이 웨딩홀도 꽤 장점이 많아서 크게 아쉽진 않았다.
그런데 식 다 끝나고 시간 흘러서 본식 사진을 받아보니, 당일날 안 보이던 게 보이더라. 높지 않은 층고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진이 답답한 느낌이랄까. 내가 원래 찜했던 곳은 높은 층고가 매력적인 곳이었는데.
사실 처음 웨딩홀 투어했을 때는, 층고보다 아담한 신부대기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사진에서는 신부대기실은 무난하게 잘 나왔는데, 홀 느낌이 아쉬웠다. 왜 다들 웨딩홀 층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결혼식 다 끝난 다음에야 깨달았다.
만약 지금 다시 웨딩홀 선택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까? 베스트는 웨딩홀 예약 자체를 당겨서 원하는 홀의 원하는 시간을 선점하는 거다. 내가 11월 예식을 고려하며 1월 초에 웨딩홀을 알아보고 1월 중순부터 웨딩홀 투어를 했는데도 이미 마음에 쏙 든 웨딩홀은 다 마감이었다. 그러니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1월이 아니라 11월이나 10월부터 웨딩홀을 알아보고 투어를 예약하고 결정을 할 거 같다.
꼭 1월로만 돌아간다면, 아마 그대로 진행하지 싶다. 난 원래 결혼식 로망은 커녕 양가 어르신들만 오케이라면 결혼식 자체를 안하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굳이 날짜나 시간을 무리하게 변경하면서까지 웨딩홀에 신경쓰지는 않을 거니까.
결혼 준비, 후회 없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단 한 번의 결혼식을 치른다. 그래서 웨딩 업계는 여러모로 생소하고 굉장히 비싸다. 약 11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결혼식을 직접 치른 소감을 말하자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정도. 외국의 결혼식 문화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결혼식 문화는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해서 가든파티 형식으로 진행하고 싶다. 그런데 정해진 틀대로 하는 게 제일 무난하고 저렴하다는 게 함정이다. 원빈-이나영 부부나, 이효리-이상순 부부처럼 소박해보이지만 독특하게 결혼식을 하려면, 알아볼 것도 많고 비용도 훨씬 더 든다고 한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내 생각으로 후회없는 결혼준비를 위해서는, (1) 웨딩홀 일찍 알아보기와 (2) 결혼식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웨딩홀을 늦게 알아봐서(11개월 전이 늦은 것임을 그때는 몰랐지..) 아쉬움이 하나 남았고, 결혼식 우선순위는 나름 잘 정했기에 무리가 없었다. 옥에티 1번인 메이크업샵 펑크는 어쩔 수 없는 외적 요소인지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게 없긴 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옥에티를 두 가지 쓰긴 했지만, 뿌듯한 점들도 있다. 그건 다음 포스팅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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