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나들이, 청와대 한 번 가볼까 (예약은 필수)
2022년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됐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머물고 일했던 공간이니 궁금하기는 했지만, 굳이 찾아갈 만큼은 아니었다. 근데 주말에 그 근처에 다른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청와대나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예약하고 다녀왔다. 예약은 '청와대, 국민 품으로' 사이트에 들어가면 손쉽게 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고, 오전 9시부터 한시간반 간격으로 예약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예약하면 문자로 안내 및 링크가 날아오는데, 링크를 누르면 바코드가 있다. 입장 시 바코드를 확인한다. 입장이나 퇴장 시간을 엄격하게 보지는 않더라.
청와대 관람, 한 번쯤은 가볼만 한 거 같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온 분들도 많고, 데이트하는 커플도 많고, 또 60~7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의 단체도 몇몇 보였다. 느긋하게 둘러봐도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니, 주변에 경복궁이나 삼청동 산책까지 같이 계획하면 하루 혹은 반나절 나들이로 알찰 듯하다.
인왕산을 등지고 푸른 기와를 얹은 시그니처 풍경 찰칵!
나는 춘추관 쪽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거길 먼저 둘러봤다. (바코드 찍는 건 정문쪽이었던 듯) 대통령의 기자 회견 및 출입 기자들의 기사 송고실로 사용된 공간이라는데, 내가 대통령인 것처럼 기자회견 분위기 낼 수 있는 포토스팟이 마련되어 있다. 춘추관 옆으로는 등산로 출입구가 있는데, 나중에는 이 등산로를 올라가 보고 싶더라.
상춘재, 침류관, 관저 등을 차례로 지나며 구경하는데, 사실 뭐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다.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같은 궁궐 구경이랑 비슷한데, 다만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 정도다. 건물이나 유적보다는 자연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더 그런 거 같다. 관저 뒤로는 오운정과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이 있는데, 그나마 보고 싶던 여길 못 가봤다. 오전에 비가 조금 왔었는데, 오후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맑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천 시 출입금지여서 막혀 있더라. 아쉽더군.
조금 내려와서는 본관을 둘러봤다. 역대 대통령들 얼굴을 캐리커쳐로 그려 액자에 전시한 곳도 있고, 영부인들 사진이 마찬가지로 액자에 전시된 방도 있다. 집무실, 손님 접대실 등등을 걸어가며 다 둘러볼 수 있는데, 조명들이 상당히 고급지더라.
본관 나와서는 벤치에 한참 앉아 쉬었다. 인왕산을 등진 청와대 본관이 딱 보이는 자리라서, 앉아 있노라니 앞쪽에서 사람들이 나름의 포즈로 사진을 찍는 걸 바로 구경할 수 있었다. 이 밑에 사진이 청와대 시그니처 샷 느낌이다. (구도가 별로 좋진 않다만..) 이걸 배경으로 다들 한컷 남기더군.
세심하게 관리된 나무와 꽃들, 조경의 끝판왕 느낌!
의외로 내가 청와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조경수였다. 일단 여러 종류의 나무와 꽃들이 많다. 그런데 나무들이 정말 정말 관리가 잘 되어 있다고 느꼈다. 산에 있는 나무야 그냥 자연 그대로의 상태니까 예쁜데, 가로수나 정원수는 가지치기를 하는 등 사람의 손길을 탄다. 내가 본 그런 조경수들이 일반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긴 사람들의 헤어라고 친다면, 청와대에 있는 조경수들은 세계 초일류 헤어디자이너에게 맡긴 머리 스타일 같다고나 할까.
사진을 제대로 남긴 게 없어서 아쉬운데, 정말 어쩜 이렇게 수형이 예쁘게 잡혔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는 나무가 많았다. 원래 조경에 별 지식도 관심도 없는데도, 보면 딱 다르더라. 모과나무는 꽃도 예쁘게 피어 있어서 참 탐스러웠다. 배롱나무, 향나무도 멋있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청와대 내부 나무를 소재로 2019년에 다큐멘터리도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경호처가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제작했다는데, 제목은 '흔하지만 특별한 나무들-청와대 나무 이야기'다. 다큐멘터리에는 '팔도 소나무가 영빈관 주변에 있는 이유, 창경궁 향나무가 청와대로 온 까닭' 등도 설명하고, 전반적인 청와대 조경을 잘 보여주는 거 같다. 내가 못 본 건지, 지금은 없어진 건지, 영상에는 청와대 안에 야생화도 많다고 하니, 한 번 보고 싶구먼. 유튜브에 있으니 나중에 한 번 봐야지! (혹시 청와대 관람을 고려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영상을 먼저 보고 가도 좋을 거 같다. 보이는 게 더 많을 테니.)
급하게 추진해서 겸사겸사 다녀온 청와대 관람, 시간 난다면 한 번쯤 다녀올 만한 곳 같다. 특히 다른 데서는 쉽게 보기 힘든 멋진 조경수들에 집중해서 돌아보는 것도, 청와대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일 듯. 두 번 갈 필요까진 없어보이지만, 다음에는 춘추관 쪽 등산로를 가보고 싶긴 하다. 그때 조경수 보러 청와대 한 번 더 들를 수도 있을 거 같다. 계절마다 또 느낌이 다를 것 같으니, 가을쯤 한 번 와볼까나. 그때는 청와대 조경 다큐멘터리를 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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