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를 할 것인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
신혼집이 약 24년 된 30평형대 아파트로 정해졌다. 체리색 갈매기 몰딩이 존재감을 뽐내고, 베란다가 몹시도 널따란 전형적인 구축아파트다. 검색을 해보니, 이런 아파트를 전체적으로 확 다 리모델링하는 데에는 비용이 적게는 2천만원에서 많게는 4천만원까지도 들더라. 공사기간도 한 달 안팎으로 절대 짧지 않고, 공사를 위해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양해도 구하고 동의서도 받고 번거로운 일이 많다. 그렇긴 해도 제대로 나에게 딱 맞게 리모델링한다면 그만큼 사는 동안 편안함과 즐거움도 크겠지.
그러나 나는 좀 고민하다가 리모델링이 아닌 간단한 인테리어만 하기로 결정했다.
<리모델링과 인테리어의 차이>
* 리모델링: 건축물의 벽, 기둥 등의 구조물을 허물거나 증축하는 것.
* 인테리어: 구조 변경 없이 도배, 페인트칠 등의 시공이나 가구를 새로 배치하는 것.
자가임에도 간단한 인테리어만 하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신혼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고(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다!), 예랑이 지금 구조를 편안해하는 데다가, 가구에 힘을 좀 쓰고 싶어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체리색 몰딩이 좀 눈에 걸려서 이 부분만 손을 보기로 했다.
체리색 갈매기 몰딩을 바꾸는 방법들 (feat. 페인트 시공 대략 견적)
구축 아파트답게 천장 몰딩, 걸레받이, 등박스, 방문이 모두 체리색이다. 이걸 심플하게 무몰딩이나 마이너스 몰딩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몰딩 시공 전문가를 섭외해야 한다. 검색해보니 셀프로 하셨다는 금손들이 간혹 있는 듯도 한데, 나는 똥손인 데다가 굳이 무몰딩이나 마이너스 몰딩까지는 욕심이 나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갈매이기나 흰색과 옅은 우드 몰딩인데 전혀 거슬리지 않거든.
(물론 아예 내가 내 건물을 신축한다거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한다면 무몰딩을 할 거 같긴 하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이 비교적 더 드는 몰딩 시공 대신 색만 바꾸기로 결정했다.
색을 바꾸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더라. 하나는 필름지 붙이기, 다른 하나는 페인트 칠하기. 이정도는 셀프로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나는 별로 자신이 없어서 그냥 처음부터 필름이나 페인트 전문가를 알아봤다. 일단은 검색해서 필름보다는 페인트가 낫겠다고 판단했고(갈매기 몰딩은 전문가라도 필름 시공이 쉽지 않을 거 같더군), 몇몇 업체와 컨택해 견적을 문의했다.
삼십평대 구축 아파트 몰딩과 걸레받이, 등박스, 그리고 추가로 방문 5개와 현관문 1개를 페인트칠하는 데에 시간은 하루, 비용은 약 120만원이 든다. 나는 샷시나 베란다는 안 하고, 딱 위에 쓴 것만 하기로 했다. (샷시나 베란다는 체리색이 아니고 이미 흰색이다)
비용이 조금 덜 들거나 더 드는 곳들도 있는데, 내가 예약을 고려하는 곳은 (평이 몹시 좋고, 내가 원하는 시공 경험이 많은 곳) 120만원 수준이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예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별일 없으면 저정도로 진행할 거 같다.
인테리어 컨셉은 '책 많고 빛 잘 드는 북카페' 스타일
나도 예랑이도 책을 무척 좋아하고 책이 무척 많기 때문에, 거실에 TV를 안 두고 책장을 두기로 했다. 기성품 책장은 문고판 책을 꽂기에는 높이도 높고, 깊이도 깊어서, 맞춤 제작을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빛이 잘 드는 남향이기 때문에 여기에 커다란 원목 테이블을 두고 편한 의자를 마련해서 자연광을 만끽하며 독서와 일을 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맞춤 제작을 위해 또 열심히 손품을 팔아본 결과, 마음에 드는 몇몇 업체를 추릴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규격을 간단히 스케치한 후, 업체 중 한 군데와 컨택을 해서 견적도 문의했다. 맞춤 제작은 업체마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견적을 여러 개 받아보라는 조언을 얻었기에 한두 군데 더 물어볼 계획이다. 나중에 이거 관련해서는 업체 선정 후 따로 포스팅을 해볼 작정이다. 손품 팔아 검색하고, 내가 원하는 규격 고민하며 스케치하는 게, 고단하기도 했지만 재미있었거든!
책장과 테이블의 내 선호가 확실해서 무리가 없는데, 문제는 소파다. 거실이니 소파가 있으면 편하긴 할텐데, 책장과 대형 테이블이 놓인 거실에 소파까지 두면 너무 밀도가 높을 거 같달까. 그래도 컴팩트한 사이즈의 소파를 둘지, 1인용 리클라이너를 하나 둘지, 아예 소파를 빼버릴지,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조만간 가구 보러 쇼룸을 가볼 예정인데 직접 보면 가닥이 더 잡히겠지!
책 많고 빛 잘 드는 북카페 스타일로 거실을 인테리어 하는 게 일단 내 최우선 컨셉이고, 주방, 안방, 작은방들은 깔끔하고 무난하게 가구를 들일 생각이다. 슬라이딩 옷장과 킹 사이즈 침대를 사고, 이미 있는 가구들을 단정히 배치할 계획이다. 큰 슬라이딩 옷장은 붙박이장이 많던데, 붙박이장은 별로 안 하고 싶어서 약간 고민이다. 많이들 중요하게 여긴다는 침대 매트리스는 나나 예랑 둘 다 예민하지 않은 편이라 적당히 고르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사려고 알아보면 또 뭐가 많아서 고민이 되겠지..?)
지금 최대의 난제는 체리색 신발장과 수납장
몰딩과 문들을 페인트칠 하고, 마음에 드는 책장과 테이블을 정리해서 알아보고, 그 외 필요한 가전, 가구들을 리스트업 하고 예산을 잡아본 결과, 총비용도 처음 예상치와 비슷하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울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현관 쪽 신발장과 수납장이다.
원래 현관만 부분 리모델링을 해서 가벽 세우고 중문 다는 것도 고려를 했다. 그러나 중문이 답답하고 번거로울 듯해서 (고장도 잦다는 후기도 꽤 있고..) 리모델링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지금 있는 체리색 신발장과 수납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화이트로 전체를 심플하게 만드는 만큼, 현관 앞을 체리색으로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
가구 리폼을 하거나(이것 역시 필름 시공, 페인트칠 둘 중 하나), 아예 가구 교체를 하면 된다. 그런데 리폼을 알아보니 안쪽까지 시공해주는 곳이 드물다. 물론 안쪽과 선반 하나하나 시트지를 붙이든 페인트칠을 하든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많이들 안 하는 것 같다. 이유도 이해가 쉽게 된다. 적당한 새 신발장을 하나 구매하는 것이 시공비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셀프로 신발장과 수납장의 겉과 속을 다 하얗게 칠해볼까도 고민 중이다. 그러나 나는 손이 야무지지 못하고, 이런 거 해본 경험도 없긴 해서, 셀프 인테리어는 엄두가 잘 안 난다.
그냥 하나 사서 교체하는 게 제일 편하긴 한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신발장이 잘 없다. 아무래도 신발장은 대부분의 집에 빌트인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B2C 시장이 활성화가 덜 된 게 아닐까. 물론 검색하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규격이라든가 내부 구조(우산꽂이 없는 애들이 너무 많다), 디자인을 다 고려했을 때, 마음에 드는 걸 못 찾았다.
흐음, 당장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좀 더 고민해 봐야지.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기도 하니, 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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