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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텃밭 상추 성장기 (feat. 다이소 천원 씨앗 두봉지)

by 달리뷰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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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씨앗을 뿌리고 새싹을 보다

부모님이 강원도에 텃밭을 마련해 가꾸기 시작하셨다. 나도 간혹 따라가서 일을 돕는데, 평생 대도시만 살아왔던 내게는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많다. 올해 처음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지만, 아빠의 주도로 상추, 고추, 옥수수, 들깨, 감자, 고구마, 아욱, 근대, 토마토, 가지, 오이, 미니수박, 참외, 호박, 콩, 팥, 녹두, 도라지, 더덕 등을 심었다. 이중에서 가장 빨리 자라서 결실을 보여준 녀석은 상추다! 

 

3월 14일에 다이소에서 산 천원 짜리 청상추 씨앗 한 봉지와 적상추 씨앗 한 봉지를 비닐하우스에 심었고, 3월 31일에 자그마한 새싹이 돋아나는 걸 확인했다.  

비닐하우스-내부-흙을-다듬고-상추씨앗을-뿌려놓은-모습상추-새싹이-자그맣게-돋아난-모습ㅂ
3월 14일 상추 씨앗 심고(좌), 3월 31일 상추 새싹 보다(우)

 

비닐하우스 안이긴 했지만 3월 14일은 아직 추웠고, 또 처음 씨앗을 뿌려보는 거라서 상추가 잘 날지 안 날지 전혀 확신할 수 없긴 했다. 그래서 어차피 천 원짜리 두 봉지인데 망해도 상관없지, 이런 마음으로 씨앗을 솔솔 뿌렸더랬다. 2주 후에 가서 상추 새싹이 돋은 걸 확인했을 때는 어찌나 뿌듯하고 신기하던지. 

 

사실 상추 새싹 옆에는 쇠뜨기와 이름 모를 잡초들이 조금 자라 있었다. 그 잡초 중 하나는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로 컸는데, 처음에는 그게 상추 싹인 줄 알았다. 그걸 보고 아빠한테 상추 새싹 났다고 이야기하니, 아빠가 와서 '그러네' 하시면서 그 잡초를 뽑는 거라! 그래서 '아빠, 그걸 왜 뽑아?!' 하니까 그건 잡초고 새싹은 이거라고 제대로 알려주셨다. 허허. 

 

천천히 꾸준히 잘 자라준 기특한 상추들

상추 씨앗을 뿌리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4월 18일에는 제법 푸릇푸릇 아기 상추 느낌으로 자라 있었다. 아직 따서 고기를 싸먹을 크기는 아니지만 조금 잘라서 샐러드를 해 먹을 수는 있을 거 같은 크기였다. 더 자라도록 냅두느라 샐러드는 해먹지 않았지만서도. 

 

농사 경험은 전혀 없지만, 예전에 레알팜이라는 농사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 실제 작물 키우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게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모바일 게임인데, 거기서 상추는 재배 난이도가 가장 낮은 작물이다. 그래서 상추가 안 죽고 잘 자랄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러나 주말농장처럼 가는지라 물을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줘서 과연 잘 자라려나 걱정되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씩씩하게 잎을 내는 상추들을 보니 기특하고 즐겁더라. 직접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고, 거기서 새싹이 나고, 잎이 자라는 걸 보는 기쁨이란!  

잎이-푸릇푸릇-올라온-아기상추들
4월 18일 제법 푸릇하게 올라온 상추들

 

이때쯤에는 상추 부근에 자란 이런저런 작은 잡초들도 조금 뽑아줬던 것 같다. 그래야 상추가 더 잘 자랄 수 있다기에 열심히 뽑았다. 위에 사진에서 왼쪽이 청상추, 오른쪽이 적상추다. 

 

아낌없이 주는 상추, 너무 많아 솎아내야 할 정도!

나는 일정이 많아서 한동안 농장에 못 갔는데, 아빠 엄마가 다녀오시면 상추를 한 아름씩 가져오시던 게 5월 부근이었던 것 같다. 5월 29일에 나도 가서 찍은 사진은 아래와 같다.  엄청 풍성하다!

 

처음에 씨앗을 심을 때, 별 생각 없이 그냥 흙 위에 솔솔솔 뿌렸더니 상추들이 너무 빽빽해서 솎아줘야 할 정도다.

 

(솎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처음에 잘 몰랐는데, 빽빽이 심긴 걸 중간중간 뽑아서 성기게 만들어준다는 거다. 도시에선 들을 일이 없던 단어다.)

 

청상추도 적상추도 다 잘 자랐다. 백퍼센트 유기농이라서 벌레 먹은 자국도 조금 있고, 마트에서 파는 것처럼 균일하게 큼직한 크기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맛은 최고다! 내가 심고 키워서 그런 거겠지. (사실상 내가 해준 건 씨 뿌리고 아주 가끔 물 준 것뿐이지만서도..!)

무성하게-다-자란-청상추들무성하게-다-자란-적상추들
5월 29일 풍성하게 자라서 일용한 반찬이 되어준 청상추와 적상추들

 

청상추는 좀 더 튼튼한데, 적상추는 살짝 빈약한 느낌이 들긴 했다. 잎사귀가 힘이 좀 더 있냐 없냐의 차이가 있달까. 이게 원래 종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적상추는 뽑을 때 보니 뿌리가 좀 드러나 있어서, 내가 씨앗을 심을 때 너무 얕게 심었나 돌아보게 되더라. 그래도 뭐 뽑아서 먹는 데는 무리 없다. 

 

이제 끝물이 다가오는 3월 파종 상추들

지난 주말, 그러니까 6월 18일에도 텃밭에 갔다. 깜빡하고 사진은 못 찍었는데 위에 5월 29일 사진과 비슷하다. 중간엔 솎아줬더니 위 사진보다는 덜 빽빽한 정도다. 그리고 날이 더워서 그런가 아래쪽 잎들은 좀 시들기도 했다. 3월에 심은 상추는 장마 전에는 명을 다하는 듯하고, 계속 먹으려면 또 심어주면 된단다. 근데 장마철에 노지에 심으면 죽기 마련이라니 비닐하우스에 심어야 할 듯하다.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상추 씨앗 두 봉지로 두 달간 정말 풍성하게 상추를 먹었고, 또 재배의 기쁨도 누렸다.

 

대지의 풍요함과 작물의 경이로움을 계속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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