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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분토론 <52시간 vs. 69시간? 근로시간 개편 어디로 가나>, 논점은 이것!

by 달리뷰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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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안', 시급한 토론주제이나 토론패널이 아쉽다

100분토론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급한 토론주제를 설문조사했고, 그중 한 주제가 '근로시간 개편안'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에서 근로시간이 긴 것으로 악명 높은데,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이를 더 악화시킬 거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일 거다. 

<출연 패널>
* 주진형 /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 정승국 /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 정세은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최승노 / 자유기업원장

토론해볼 주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패널이 아쉬웠다. 정승국 객원교수와 최승노 원장은 전달하려는 바를 잘 전달하지 못하거나, 논점을 흐리는 식으로 토론의 긴장을 떨어뜨렸다.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기에 패널로 모셨겠지만,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잘 전달하고 잘 토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방송이라 긴장한 거라고 일부 이해한다고 쳐도, 너무 심하다 싶은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오죽했으면 중간에 진행자가 정승국 교수 발언을 끊으며 '논점이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어서, 논점을 억지로 줄이겠다'고까지 말했을까. (왠지 당사자들도 토론장면 다시 보면 이불킥 좀 하실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 노동시간 개편안이 여러모로 오해를 좀 받고 있는데, 그걸 잘 풀어줘야 할 패널 두 분이 다 토론을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더 아쉬웠다. 

백분토론-52시간-vs-69시간-근로시간-개편-어디로-가나-패널넷과-정준희-진행자가-나온-화면
백분토론 &lt;근로시간 개편 어디로 가나&gt; 패널 넷과 정준희 진행자

 

논점: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게 이론말고 현실적으로, 가능 vs. 불가능

원래 근로시간은 기본 주 40시간에다가 추가근무를 1주에 최대 12시간까지 할 수 있다.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1주일'에 최대 12시간을 '분기', '반기'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바꾸자는 거다. 이론적으로는 근로자 입장에서 손해될 게 없는 바람직한 개편안이다. 그외에 여러 근로시간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되어 있다. 
 
정부에서 공개한 예시를 직접 보자. (고용노동부가 3월 6일 낸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QnA' 파일 4쪽 참고. 맨 아래 링크에서 파일 확인 가능. 이해하기 쉽게 약간 각색함.)
 
월요일 아침, 한 직장인이 이번주 목요일 밤까지 끝내야 하는 업무를 할당 받았다. 이 업무는 약 40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즉, 월화수목 나흘간 10시간씩 일해서 목요일에 끝내고 제출하면 된다. 그럼 기본제도대로라면, 일단 월화수목에 10시간 일해서 끝낸 후, 금요일에 출근해서 딱히 일이 없어도 기본 근로 시간인 8시간을 앉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바뀐 제도는 월화수목 10시간 일했으면, 추가 업무가 없는 이상 금요일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이 얼마나 바람직한 제도인가!
 
지금 제도대로라면, 회사는 근로자에게 주 60시간 일을 시킬 수 없다. 그러나 개편안에 따르면, 주 60시간 일을 시킬 수 있다. (왜 69시간, 69시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추가 근로시간 카운트를 어떤 단위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이번주에 60시간 일했다면 다음주에 20시간만 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문제는, 정세은 교수가 토론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듯, 이게 과연 한국 현실 속에서 제대로 돌아가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위의 예시에서, 유럽 등의 기업응 실제로 월화수목 10시간씩 일하고 금요일에 하루 놀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월화수목 10시간씩 일하고 나면, 금요일에 또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거나, 권리대로 쉬려고 하면 눈치가 보인다는 거다. 
 
그리고 정세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제도 하에서도 이미 주 52시간이 아닌 주 64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고 한다. 탄력근로제 선택 시 한 주 52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이 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난 주 52시간이 연장근로를 포함한 맥스인 줄 알았는데, 예외가 있나 보다. 아무튼 정 교수의 주장은 이미 유연성은 충분하다는 것, 우리가 유럽처럼 근로시간이 적은 나라도 아닌데 유연성 늘리기에 집중하기보다 총량 줄이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승노 원장은 유연성을 주지 않고 강제로 주 52시간 제도를 실행함으로써 많은 중소기업이 망했다고도 주장했는데, 통계적 근거 없는 일화적 이야기를 함으로써 전반적인 주장의 신뢰도를 상실했다. 일화를 말할 거면, 자기가 아는 어떤 업종 기업들이 실제로 이런 제도 하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문을 닫았다는 식으로 말했어야 한다. 주진형 대표처럼 말이다.

진행자가 두 52시간제로 망한기업이 많다는 주장의 근거를 묻는데 계속 딴청 피우며 딴 얘기하는 것도 좀 없어 보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일화였다고 말하고 넘어다면 좋았을 것을. 진행자가 끝까지 캐물어줘서 속이 시원하더라. (결국 통계는 없다고 실토)
 
아무튼 최승노 원장의 말이 만약 사실이라면, 근로시간 개편안은 환영받아 마땅할 제도이고, 정세은 교수의 논리에 따르면 현실성은 떨어지고 부작용만 부각될 수 있는 불필요한 제도이다.  
 
정리하자면,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이론적으로 이상적으로 잘 실행될 경우에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유연성'이 확보되어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지만, 관건은 우리나라 현실속에서 이론적이고 이상적으로 제도가 잘 실행될 것이냐 하는  거다. 그리고 지금 제도 하에서도 유연성이 꽤 있는데 굳이 늘리면서 부작용 가능성을 감당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개인적 의견 (주진형 대표와 유사함)

지금은 쉬고 있지만 예전에 대기업을 다니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주는 것은 삶의 만족도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 실제로 유연성이 없었을 때는 새벽 4시까지 일하고 퇴근해서 아침 8시에 출근한 적이 있다. 이동시간과 씻는 시간을 제외하면 1~2시간쯤  잘 수 있었지만 잠들면 못 일어날 거 같아서 제대로 못 자고 좀비처럼 출근했다. 새벽에 할 거 마치고 간 거라서, 아침에는 할 게 없는데도 그래야 했다. 그런데 재직 중에 근로시간 유연성이 점차 확대됐다. 월화수목 10시간씩 일하면, 금요일에는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이렇게 일하는 데에 별로 눈치가 보이지도 않았다.
 
이런 경험상, 근로시간 유연성은 크면 클수록 근로자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기업(게다가 연구직)을 다녔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기도 하다. 근무시간이 철저하기 관리되기 때문에(중소기업은 이런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을거다), 그리고 급작스러운 일이 생겨도 커버할 수 있는 캐파가 크기 때문에, 아주 못되고 부당한 상사가 없기 때문에, 유연성을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밀어부치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가 갸웃하기도 하다. 주 69시간 근로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다가(실제로 이런 오해가 현실화되는 부작용도 가능할 거다), 현재 제도 하에서도 꽤나 잘 누릴 수 있는 유연성을 왜 굳이 더 늘리려고 하는 걸까? 정말 근로자와 기업을 위해서인가? 현실화방안 및 부작용 방지 방안은 잘 마련해 뒀을까? 
 
사실 최근 정부의 일하는 능력에 그다지 신뢰 없다보니, 괜찮은 제도인데도 무리한 추진에 대한 별별 우려부터 든다. 주진형 대표 말처럼,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것도 아주 오래된 것이 아닌 만큼 현황 및 성과, 부작용 등을 더 연구한 후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세계 최장 근로시간을 가진 나라(선진국 중에)라는 오명을 벗고, 근로자와 온 국민의 생활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에 더 집중하는 제도가 제대로 잘 발의되고 수행되길 바란다. 

그리고 백분토론운 패널을 모실 때, 전문성과 함께 토론력도 고려해주길 바란다..!!
 

참고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발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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