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시민과 패널의 평가는?
어제 100분토론은 '시민이 묻는다 윤석열 정부 1년'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검사 출신 대통령 당선이 벌써 1년 전 일이 됐다니, 시간 참 빠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태원 참사, 북한 드론 침입, 미국 도감청, 한일 외교 등 꽤 많은 일이 있었던 1년이었다. 첫 해임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를 잘 벗어나지 못했던 걸 보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과연 토론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현 정부를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현역 의원들로만 패널이 네 명 출연했다.
<출연 패널>
* 조해진 / 국민의힘 의원
* 장동혁 / 국민의힘 의원
* 고민정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정미 / 정의당 대표
각 패널들의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한 마디
조해진 의원: 사면초가 속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희망을 찾기 위해 악전고투한 1년이었다
이정미 대표: 거대한 퇴행
장동혁 의원: 자유라는 가치 아래 국가의 기틀을 새롭게 세우는 결단의 1년이었다
고민정 의원: 무능과 독선으로 점철된 1년이었
백분토론은 시작할 때 패널들에게 주제에 대한 입장을 1분씩 발언하도록 시간을 주며 시작한다. 이번에도 사실 이 초반 1분으로 양측의 평가가 몹시 다르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야당 측 의원들은 퇴행, 무능, 독선 등으로 아주 박한 평가를 했다. 여당 측은 어려움 속에서도 분투하며 결단한 1년이라는 평가를 했다.
이번에도 조해진 의원은 이전 정부가 너무 엉망인 상태로 정권을 이양했기에 제대로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했는데, 이 말만 들으면 지금이 2022년 5월인지 2023년 5월인지 모르겠더라. 이전 정부 탓만하는 건 현재 정부가 1년 동안 한 게 없다는 얘기로 들리니 이런 전략은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윤 정부의 잘한 일? 없다 58.6%, 한미동맹 강화 11.7%
윤석열 정부가 1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을 1000명의 시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잘한 것 없다고 답했다. 한미동맹 강화, 부동산 시장 안정, 안보 및 대북정책, 지난 정부의 문제점 개선이 그 뒤를 이었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나 중도 성향의 응답자는 각각 73.7%, 64.2%가 잘한 것 없다고 대답했고 이는 별로 특이할 게 없다. 그런데 보수층의 응답자도 25.9%가 '잘한 것 없다'고 답했다. 정부 관계자나 야당 측에서는 꽤 뼈아픈 결과일 거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위기감이 밀려올 것 같기도 하다.
고민정 의원은 윤 정부가 실수하거나 잘못할 수 있는데, 그 이후의 대응이 더욱 실망스러웠고, 그래서 정부의 신뢰를 많이 깎아내렸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있다. 이런 일들이 잇달아 발생해서 잘한 게 없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는 해석이다.
장동혁 의원은 한일 관계, 한미 관계 등에서 여러 성과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분명 성과가 있었음에도 퍼주기만 했다는 폄훼를 하며 성과를 가리고, 작은 실수나 사건을 부각하며 외교 성과를 덮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어떤 외교 성과가 있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일단은 백분토론 내용에 집중하겠다...)
장 의원은 또 보수층에서도 잘한 것 없다고 답한 비율이 높은 배경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나 야당이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이런 측면도 없진 않겠으나, 드론이나 도청 등으로 보안이 뚫리고, 일본에 너무 굴종적인 태도로 외교를 하고, 중국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무역적자 늘어난 건 여소야대랑은 관계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정미 대표는 윤 정부가 이전정부 탓을 많이 하는데, 지난 정부의 문제점 개선이 됐다는 응답이 3.8%밖에 나오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이전 정부가 하지 못한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지금 아무것도 되지 않았고도 조목조목 짚었다. 그리고 정부가 야당 대표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하더라.
조해진 의원은 또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정권 심판을 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이야기를 길고 정성스럽게 말했다. 조 의원은 정말 일관적인 전략을 고수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새롭고 건설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다른 여당 의원이 나오는 게 보수층이나 윤 정부 지지자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다. 진행자도 조 의원의 반복적인 말을 중단시키느라 고생하는 것 같더라.
그러나 조 의원은 전략도 나름 '안 통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을 하긴 한다. 원래 예전에는 이런 정치인들 보면 왜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어떤 강성 지지자들은 정치인들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것보다 무조건 반복적이고 단일한 메시지, 그것도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 이런 걸 알더라도 난 저런 전략은 안 쓸 거 같긴 하다. 지성에 대한 자존심의 문제랄까...
윤 정부 잘한 일을 이야기하려는데 잘못한 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자 진행자가 패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패널들이 생각하는 윤 정부의 잘한 일을 하나 뽑자면 무엇인지, 정말로 하나도 없는 것인지를 물었다. 패널들의 답변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장동혁 의원: 경제, 외교, 안보에서, 비록 국민들 비판과 야당 공격에 직면하더라도, 원칙을 가지고 원칙대로 해왔다.
이정미 대표: 굳이 하나 고르라면, 도어 스테핑을 시도한 일은 신선했다. (결국은 역량부족이었다고 판단)
조해진 의원: 방향을 잘 잡은 것이 가장 잘한 일이다.
고민정 의원: 도어 스테핑, 지금 중단됐지만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윤 정부의 잘못한 일? 대일 외교 논란 18.3%, 대통령실 용산이전 12.1%
시민 1000명 대상으로 먼저 윤 정부의 잘한 일을 물었으니 다음으로는 잘못한 일을 물었다. 대일 외교 논란, 대통령실 용산이전, 경제와 민생, 국민소통 및 언론 대응, 잘못한 것 없다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윤 정부는 미국과 일본과는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중국, 러시아와는 거리를 두려는 원칙을 가지고 외교를 해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의 도감청에 대해서 사과를 받아내기는 커녕 악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며 미국을 대변하는 말을 하고,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보다는 일본 측에서나 할 법한 언행을 이어가는 등,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잘못한 일 1위가 대일 외교 논란인 게 이상하지는 않다.
그러나 만약 내가 저 설문에 참여했다면 경제와 민생을 1위로 뽑았을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는 무역도 적자,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기록하며 경제가 아주 바닥을 기고 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정부의 참사 전후 대응 모두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희생자도 어마어마했고.
장동혁 의원이 '대통령의 외교 안보 행보는 국민을 위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가장 생각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에 큰 관심은 없는 일반인으로서 별로 와닿지는 않는 말이지만, 그래도 진짜이길 바란다. 결과로 보여주길 바라고. 일단 걱정되는 건 후쿠시마 오염수인데, 과연 우리 국민의 안전이 잘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조해진 의원은 한일관계에서도 이전정부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망쳤다고 설명했다. 사회자가 '일본 정부는 잘못하지 않았는데, 이전 한국 정부(=문정부)가 잘못해서 한일 관계가 어그러졌다고 보시는 건가요?'하고 확인 질문을 했는데, 여기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쯤되니 조 의원은 전 정부 탓하는 게 전략이 아니라 진심인가 싶기도 하다.
고민정 의원은 문 정부 때 한일관계가 안 좋아진 것이 맞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이 수출규제 문제를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사회자도 지적했듯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치 차이도 워낙 크고 해서 토론을 길게 잇진 않고, 입장을 들어보는 식으로 정리됐다.
윤석열 정부 1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사람
이어지는 설문조사는 지난 1년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 외교적 사건은 무엇인가'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누구인가'였다. 결과만 짧게 옮겨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 외교적 사건>
1. 청와대 개방과 용산 집무실 이전
2.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
3. 10.29(이태원) 참사 및 국가 재난 대응
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소환과 검찰 기소
5. 강제징용해법 논란과 한일정상회담
6.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와 김건희 여사
7.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언론과의 갈등
8.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
9. 곽상도 무죄와 50억 클럽 특검
1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해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1. 한동훈 법무부 장관
2. 김건희 대통령 배우자
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4.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5. 한덕수 국무총리
6. 안철수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
7. 이상민 행안부 장관
8. 문재인 전 대통령
9.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1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위 설문에 대해서도 각각 약 15분 정도씩 패널의 의견을 들었다. 청와대 개방과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서로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건 인상 깊었다. 여당 측 이야기 들어보면 '오, 저런 효과가 있었네?!' 싶다가 야당 측 말 들어보면 '아, 그게 별로 실효성은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윤 정부 지난 1년, 남은 4년
백분토론에서도 확인했지만, 이번 정부의 첫 1년 성과는 그다지 긍정적이고 뚜렷한 게 없다. 물론 여당 측 의원들이 주장했듯 사면초가 속에서 악전고투했고, 원칙을 가지고 그것을 지켰고, 등등의 평가를 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아직 첫 1년이니 결과가 나오기는 이르다고 (특히나 정치 초보인 대통령이니 더욱 이르다고) 볼 수도 있다. 씁쓸한 부분은 앞으로 남은 4년도 기대보단 불안이 크다는 건데, 그래도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퇴보가 아닌 전진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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