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 후, 엄청난 통증에 잠 못 이루는 밤
아기가 젖을 잘 물지 못해 분투하던 시기를 지나고, 내 모유수유는 안정기를 맞는 듯했다. 젖양이 적어서 완모는 못하지만 무난히 혼합수유를 잘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기가 4개월을 지나 5개월에 이를 무렵, 수유 후 가슴 통증이 심하게 왔다. 아침 첫수 후였고, 아기 재우고 나도 자려고 하는데 아파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아주 날카롭고 긴 바늘로 가슴 깊숙한 곳을 꾹 눌러 찌르는 느낌이랄까. 유선 한 줄기가 가슴 안쪽에서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 같기도 했다.
사실 이 통증이 처음은 아니었다. 일주일쯤 전에도 한 번 이랬고, 그 사이에도 두어 번은 중간 강도로 아팠는데, 그냥 참고 넘어갔다. 이번엔 강도가 세서 웅크리고 끙끙대다가 두통약으로 쟁여둔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검색을 시작했다.
사실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야 할지도 난감했는데, '날카롭고 깊은 유방 통증', '수유 후 가슴 통증' 등으로 찾아보니 나와 유사한 사례들이 나오더라.
병명은 바로, 칸디다균(곰팡이임..)에 의한 '이스트 감염'!
유선염과 유두백반은 들어봤는데... 이스트 감염?
유선염이나 유두백반에 걸린 완모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젖양이 적어서인지 유선염도 유두백반도 없었다. 혼합수유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스트 감염이라니..! 생소한 병명이라 검색을 많이 해봤다. 일단 증상은 내가 경험한 것과 아주 비슷했다. 수유 후 통증(수유 전이나 중에는 안 아팠음), 찌르는 듯한 통증, 열감을 동반하지 않는 통증 등. 칸디다(곰팡이) 균에 의한 통증이라 자연적으로 낫기 어려워서 연고나 약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이스트 감염 산모의 젖을 먹는 아이도 균이 옮아 입 안에 아구창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나만 아파도 힘든데, 균이 옮아 아기까지 아프면 얼마나 힘들까. 다행인 건 아기가 아구창에 걸리면 수유를 거부하고 입 안에 육안으로도 뭔가 확인이 된다는데, 우리 아기는 그렇진 않았다. 그러나 언제 아구창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빨리 치료를 하고 싶었다.
* 아래 영상을 보니 이스트 감염도 유선염의 일종인 듯 하다.
https://youtu.be/e1WOoPs2-hc?si=mQhNerX9Wo9HxMcH
병원을 세 군데 갔지만 확진받지 못하다
이스트 감염을 의심하며 병원을 가려하니 일단 유방외과가 가장 적합해 보였다.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분당유외과에 갔다. 그런데 예약 없이 갔더니 진료가 꽉 차서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검색해 보니 산부인과나 소아과에서도 이스트 감염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길래, 집 근처에 있는 산부인과를 가보기로 했다. 임신 중에 감기 걸렸을 때 한 번 간 산부인과에 먼저 갔다. 그런데 내 증상을 듣더니 유선염 같다며 항생제를 처방해 주더라. 난 열감도 없고 몸살기운도 없고 수유 후에 아픈 거라 유선염은 아닐 거 같았는데 말이다. 의사에게 말해볼까 하다가 그냥 처방전만 받고 약 안 사고 그냥 집에 왔다. 이스트 감염일 경우 항생제는 오히려 안 좋다는 글을 봐서다.
집에서 검색을 조금 더 해보다가 집 근처에 다른 산부인과에 전화를 해서 이스트 감염 진단도 해주는지 묻고, 바로 와도 된다길래 갔다. 여긴 젊은 여자 의사 선생님이었는데, 내 증상도 더 귀 기울여 듣고 가슴도 한 번 살펴보더라. 내가 유선염이 아니라 이스트 감염 같다고 말을 하니, 본인 생각에도 유선염은 아닌 거 같다며, 항진균제를 처방해 줬다. 사실 이스트 감염을 확진한 건 아니지만, 이걸 확진하려면 유방외과에 가야 하는데 일단 증상이 비슷하니 항진균제 연고를 발라보자는 취지였다. 설령 이스트 감염이 아니더라도 연고를 바르는 게 산모에게나 아기에게 위험한 게 없으니 해볼 만한 방법이었다.
연고를 며칠 바르면서도 확진이 필요할 거 같아서, 일주일 후쯤 제일 처음 갔던 분당유외과를 예약 후 다시 찾았다. 여기 의사 선생님은 내 증상이 이스트 감염 같기는 하지만 이건 확진하려면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건 '투머치'라고 하셨다. 일단 초음파를 봤고, 유선이 조금 깨져있다고 하시면서 연고 계속 바르고 약 처방해 주는 거 먹고 이주일 후에 다시 보기로 했다. 약은 진통제(이부프로펜)와 위점막보호제(레바트정), 그리고 항생제(클라본정)를 받았다. 항생제를 먹어도 되나 싶었는데 의사 처방이니 그냥 먹기로 했다.
연고 바르면서 약 먹으니 통증의 빈도와 강도가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분당유외과에 다시 방문해 초음파를 보니 전보다 괜찮아졌다고 하면서도 완전히 낫진 않았으니 동일한 약을 처방해 줬다. 사실 난 하루 3번 먹으라는 약을 평균적으로 하루 1.5번 꼴로 먹었기에 남은 약이 많아서 처방받은 약을 안 사고 돌아왔다. 일단 진통제와 소화제는 굳이 안 먹어도 될 거 같았고, 항생제도 하루 3번 먹는 건 과하다고 생각된 서다. 약국에서도 수유 중이라고 하니 수유 직전에 약을 먹고 수유하라고 하더라. 약이 도는 데에 시간이 걸리니 수유 직전에 먹으면 모유에 가는 영향이 최소화될 거라고 하더군.
3주 간 유두에 연고 바르고 통풍시키며 치료
내가 아픈 것도 있고, 아기에게 균이 옮을 수도 있다길래 열심히 치료에 힘썼다. 치료라고 해봤자 연고 꾸준히 바르고 하루 한 번 약 챙겨 먹는 정도였지만.
한 3주 정도 지속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굉장히 쉽지 않았다.
일단 수유 직후 연고를 바르고 수유 전에는 연고를 물로 씻어주는 게 귀찮다. 아기가 소량 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수유 전에 씻기를 권장하기에 나도 씻었다. 수유 때가 되어서 가슴을 물로 씻자니 세면대에서부터 젖이 뚝뚝 떨어진다. 이게 별 거 아닌 듯해도 엄청 번거롭다.
그리고 칸디다균이 곰팡이인 만큼 축축하게 두지 말고 통풍을 시켜야 한대서, 연고를 바르는 3주 간 수유 브라를 하지 않고 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럼 또 수유 무렵이 되면 셔츠가 젖는다. 배 쪽으로 뚝뚝 흐르기도 한다. 새벽 수유를 끊었는데도 새벽에 젖이 흐르는 느낌 때문에 깨기도 했다. 셔츠를 적시고 이불까지 적시기도 했다. 원래 수유 브라를 할 때는 바로 흡수돼서 몰랐던 느낌들이었지. 셔츠를 하루에 세 벌, 네 벌까지도 갈아입어서 빨래가 많이 나왔다.
이런 노력 덕인지, 다행히도 처음 병원을 찾은 지 한 달쯤 지난 후부터는 통증이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거나 없어졌다.
사실 내가 정말 이스트 감염이 맞았는지 잘 모르겠기는 하다. 결과적으로 병원 세 군데를 네 번 들렀는데 이스트 감염을 확진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아기가 아구창에 걸리지도 않았고.
아무튼 모유수유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더라. 분투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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