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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출산 및 육아

[모유수유 분투기 #1] 완모를 원했으나 좌절의 연속.. 모유수유가 이리 어려울 줄이야

by 달리뷰 2025.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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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모를 하고 싶었던 이유

나는 완모를 원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분유보다 모유가 아기에게 더 좋은 음식일 거라는 생각이 첫 번째 이유다. 모유나 분유를 영양학적으로 열심히 알아보고 분석한 건 아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하게, 인간이 만든 음식인 분유보다 하나님의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인 모유가 더 좋겠거니,라고 직감했을 뿐이다. 이게 완전 틀린 생각은 아닌 것이 분유통에 보면,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좋다고 쓰여있기도 하고 소아과 의사들도 대부분 모유수유를 권장한다. 물론 요즘은 분유도 워낙 잘 나온다고는 하지만 나는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좀 더 게으르고 개인적인 이유다. 난 분유수유를 할 때 나오는 수많은 설거지들을 하기가 너무 싫었다. 젖병과 젖꼭지를 깨끗하게 씻어야 하고 소독도 해야하고, 세척기나 소독기를 이용한다면 이런 기기 역시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줘야 한다. 열탕 소독을 하려 해도 번거로울 거 같았고. 꼭 젖병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래 집안일 중 설거지를 가장 꺼려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설거지를 너무 깔끔하게 하는 스타일이라서 남들보다(적어도 남편보다는) 설거지하는 시간이 배로 들기 때문이다. 뽀득뽀득 닦지 않으면 세제가 남아있을 거 같은 찝찝함이 있다. 

 

위의 두 이유로 나는 완모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초반에는 아이랑 합을 맞춰야 해서 좀 고단하나, 한 달만 버티면 잘 된다는 후기를 많이 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극심한 젖몸살과 미량의 초유에 좌절

일단 출산 다음다음 날에 병원에서 아기와 처음으로 모자동실을 하며 모유수유를 시도했다. 신생아실 선생님이 와서 도와주셨는데, 깔끔하게 실패했다. 이유는 내 유두가 너무 짧기 때문이었다. 흔히 말하는 함몰유두, 편평유두라고 봐도 될 거 같다.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유두보호기가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이때의 난 유두보호기가 뭔지도 몰랐다. 없다고 하니, 일단 쭈쭈베이비 하나를 빌려주셨다. 그러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선생님께서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며 쭈쭈베이비 사용을 잘 알려주시진 않으시더라. 이분 탓을 할 수는 없는 게, 요즘은 모유수유를 안 하려는 산모들도 많다고 하니 필요하다면 내가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물었어야 했을 거 같다. 아무튼 나의 첫 직수 시도는 실패. 

 

젖은 차오르는데 빠지지가 않으니 젖몸살도 시작됐다. 가슴에 열감이 엄청나고 깊숙한 곳에서부터 엄청 묵직하게 눌리는 아픔이 찾아오더라. 다행인 건 밀물처럼 들어온 고통이 이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것. 그래도 자주 오고가니 아프긴 무지 아프다. 그래서 병원에 있는 메델라 유축기를 빌려 유축을 했다. 그렇지만 나오는 초유는 고작 서너 방울. 모유량 많은 분들은 몇십 미리리터까지 나오던데, 난 젖병 바닥을 채우지도 못하는 초유라서 좀 민망했다. 

 

지금 돌아보면 병원에서 되든 안 되든 직수를 더 시도했었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된다. 쭈쭈베이비나 메델라 유두보호기를 적극 활용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이때는 유두보호기도 잘 몰랐고, 이 시기가 다시 안 올 모유수유의 황금기인 것도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수술 후 몸회복에 신경 쓰고, 자그마한 아기가 귀엽고 신기하기만 했을 뿐.  

 

조리원에서도 직수는 거의 실패

병원에서 직수를 거의 못했지만 내가 믿고 있던 건 조리원이었다. 조리원이 모유수유를 잘 지원해주는 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리원 원장님은 내 가슴상태를 체크하시며 유축 스케줄을 짜주셨고, 조리원에서 메델라 유두보호기를 구매해 사용했으며, 직수 자세도 배웠다. 그러나 이 모든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리원에서도 모유수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단은 내 모유량이 적은 게 문제였을 거 같다. 유축을 해도 첫 주는 30ml 정도, 둘째 주도 많아야 50~60ml 정도밖에 안 나왔다. 다른 분들 젖병에는 80ml, 100ml씩 유축되어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부러웠지. 모유량은 유전적인 요소도 크다고 하던데, 어쩔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를 추정해보자면, 내 유두 모양 탓도 큰 듯하다. 메델라 유두보호기를 부착하고 직수를 하니 아기 입에 쏙 들어가긴 한다. 그러나 이 보호기가 가슴에 찰싹 붙어있질 못하고 아기가 입을 움직이거나 하면 툭, 떨어져 버린다. 그러다 보니 아기는 울어버리고. 기껏 씨름하며 십분 이십분을 먹였는데, 무게를 재보니 늘어있지 않아서 좌절하기도 했다. 

 

아기가 잘 먹어주면 내가 피곤해도 신나서 수유콜을 계속 받았을 텐데, 아기가 젖을 물지 못하거나 겨우 물고 먹어도 먹은 거 같지 않게 몸무게 변화가 없자 나도 좀 지쳐갔다. 그래서 하루에 수유콜을 두세 번 정도 밖에 안 받았다. 그러다 보니 내 아기는 내가 유축한 소량의 모유와 많은 양의 분유를 먹으며 인생 첫 이삼주를 보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어떻게든 한 달 정도 고생하면 완모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무지했던 과거의 나여...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아기의 얼굴(입을 크게 벌리고 젖을 물고 있음)
사진처럼 아기가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출처: 픽사베이)

 

한국은 모유수유하기 어려운 나라?

병원과 조리원에서, 그리고 조리원 퇴소 후에 모유수유에 대해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게 출산 전에 미리 했어야 하는 과정인데 많이 늦게 한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알아본 결과, 내가 왜 첫 한 달 모유수유에서 좌절을 맛봤는지, 그리고 그 숱한 노력에도 끝끝내 완모를 할 수 없었는지를 깨달았다. 

 

모유수유, 그것도 직수 완모를 제대로 하려면, 아기가 태어나고 바로 엄마의 젖을 물어보고, 그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엄마와 스킨십하면서 젖 빠는 훈련과 실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부인과에서도 조리원에서도 이 같은 모유수유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물론 강력하게 모유수유를 희망하는 엄마는 병원과 조리원에서 24시 모자동실을 하거나, 혹은 수시로 수유콜을 받으면서 잘 해냈을 것이다. 아니면 굳이 저렇게까지 안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완모하는 엄마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완모를 원하지만, 선천적인 모유량이 엄청 많지는 않고 유두 모양은 직수에 적합하지 않으며 모유수유 지식도 별로 없는 경우는 곤란해지고 만다. 병원과 조리원의 디폴트 값은 '산모님, 편히 쉬면서 몸 회복하세요' 이지, '완모를 위해 이렇게 해야 합니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육아툰 혹은 육아일지 등을 둘러보니 나 같은 엄마들도 꽤 많더라. 그리고 어떤 분은 미국에서 아기를 낳고 기르는 중인데,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모유수유를 훨씬 더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더 많이 한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도 분명 엄마들의 수유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분유가 매우 좋고 외국은 분유가 별로라서 그런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나는 강력하게 완모를 원했지만, 모유수유의 황금기를 허무하게 흘려보내며 오랜 기간 분투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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