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노력, 할 만큼 했다고 생각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유수유. 출산하고 한 달을 지나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나는 모유수유를 포기할지 말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아기는 젖을 잘 안 물고(물긴 물지만 유두보호기 때문에 자꾸 빠져서 짜증 많이 내다가 거부), 어렵게 직수를 하든 유축을 하든 모유량은 적은 거 같고, 직수 씨름에 분유 수유에 유축까지 하려니 먹이는 걸로 진이 다 빠지고. 요즘 분유도 정말 좋다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한숨 날 때가 많았다. 초유조차 안 먹고도 완분으로 건강하게 잘 큰 아기들이 많다는데 난 뭘 위해 이러는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사실 남편의 지지가 아니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거 같다. 내가 완모를 원했던 것처럼 남편도 모유수유가 여러모로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산휴가 기간 동안 내가 모유수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일들을 많이 대신해줬다. 심리적으로도 모유수유를 응원하면서도 내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지를 보내줬고.
그런 만큼 우리는 논의 끝에 남편의 출산휴가가 끝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모유수유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잘 안 되면 분유를 주기로 했다.
전문가도 찾아가고, 출장 전문가도 모시고, 모유량 증가에 도움을 준다는 락타티도 열심히 마시고, 입맛 없어도 밥 챙겨 먹고, 아기와 씨름하면서도 계속 젖을 물리려 하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완분으로 가더라도 미련 갖지 않으려고 이랬던 거 같기도 하다.
유두보호기를 안 해도 수유가 가능하다니!
모유수유를 위해 노력해 보기로 결정한 기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큰 변화가 생겼다. 수유 때마다 매번 이용해야만 했던 유두보호기를 하지 않아도 아기가 젖을 물기 시작하는 것이다!!
난 유두가 짧아서(편평유두, 함몰유두) 아기가 바로 젖을 물지 못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유축만 했고, 조리원에서는 메델라 유두보호기를 구매해 사용했다. 유두를 보호하는 용도가 아니라, 유두 모양을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한 셈이다. 그런데 이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매번 씻고 소독해야 하고, 가슴에 딱 붙지 않기 때문에 아기가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떨어지고, 다시 붙이려고 하면 모유가 묻어 미끄러워 붙지도 않고. 한참 알아보다가 카네손 유두보호기를 직구해서 써보기도 했다. 쭈쭈베이비랑 비슷한 모양인데 후기가 더 좋은 거 같길래 쿠팡을 통해 직구했다. 카네손은 메델라와 모양이 꽤 다르다. 손으로 잡아서 가슴에 부착하기는 더 편한데 가슴과 보호기 사이에 공간이 좀 더 많아서 모유가 여기 고이다가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나는 결국 메델라가 더 나은 거 같아서 카네손은 가끔만 써보고 메델라 유두보호기를 매번 사용했다. 얇고 투명하다 보니 하나 잃어버려서 새로 한 번 더 사기도 하면서.
유두보호기만 안 해도 참 편하겠다 생각했는데, 출산 50일 넘어가며 중간에 유두보호기를 빼도 젖을 물더니만 60일 넘어가니 유두보호기를 거의 안 쓰게 되었고 이내 아예 안 쓰게 됐다. 유두 모양이 변해서 그렇다. 한쪽을 한 번에 약 15분씩 하루에 두서너 번 유축을 하고, 되든 안 되든 가능한 한 직수도 하다보니 빨아당기는 압력에 의해서 유두가 길어진 것이다.
직수하려고 할 때, 유두보호기 가지러 갔다 와서 그거 부착하고 젖 물리는 대신 바로 안아서 맨살에 딱 물리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 아기도 훨씬 수월하게 빨기 시작했고. 진짜 모유수유 거의 포기하려던 때에 이렇게 됐다. 타이밍 한 번 끝내준다.
완모는 어려워도 혼합수유 진행해보기로
전보다 편히 한쪽 가슴에 15분씩 양쪽 합해 30분 정도 직수를 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보충수유는 필요했다. 그것도 꽤나 많이. 우리 아기가 많이 먹는 아기라 직수 없이 유축모유와 분유만 먹은 날, 수유량을 계산해 보면 1000ml를 넘었다. 1100ml는 잘 안 넘었지만 가끔은 넘기도 했다. 대부분 1000을 넘지 말라고 해서 좀 걱정되긴 했지만, 적게 주면 더 내놓으라고 울며불며 난리라 그냥 충분히 줬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직수를 한 이후에도 분유 보충은 많았다. 50~60일 무렵에는 800ml 정도 보충을 했으니 적게 먹는 아기들의 하루 총 수유량 이상이었고, 시간이 지나며 보충량이 줄었지만 그래도 400~500ml는 보충 중이다.
즉, 나는 완모도 완분도 아닌, 가장 힘들다는 혼합수유를 하게 됐다.
혼합수유를 하는 산모들은 대개 얼마 안 가서 완모나 완분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나는 완모로 넘어가길 기대했다. 그러나 이건 또 다른 문제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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