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듯 안 되는 직수와 힘든 유축
출산 후 병원과 조리원에서 모유수유를 시도는 해봤으나 제대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자세를 배우고 물려보긴 했으니 집에 와서 계속 시도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가 않았다. 메델라 유축기를 붙이고 배고파하는 아기를 수유쿠션 위에 눕히면 아기는 급하게 입을 벌리며 다가와 오물거리다가 이내 짜증을 냈다. 아기 심정이 이해가 됐다. 젖병을 물면 쭉쭉 잘 나오는데 엄마 젖을 물면 영 안 나오니 뱉어버리고 싶겠지.
어쩔 수 없이 분유를 주면서 유축을 하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미묘해졌다. 원래 모유가 나오면서 약간 울렁울렁 두근두근 하는 기분이 드는 건 호르몬의 작용상 자연스럽다고 하는데, 이때 사랑스러운 아가가 품에 있으면 그 기분이 행복으로 치환되지만 유축기를 가슴에 대고 있자니 젖소가 된 거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유축량도 50~70ml 정도로 늘지를 않자, 이게 과연 잘 될 것인지 슬슬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유수유 관련한 유튜브 영상(삐뽀삐뽀, 정유미TV, 다울아이TV 등등)과 블로그 후기들을 엄청 찾아봤다. 이때쯤 확실히 알았다. 모유수유를 안정적으로 성공하려면 출산 직후 며칠 혹은 몇 주, 그러니까 병원과 조리원에 있을 때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모유수유 의지가 강한 엄마들 중에서는 출산 전에 이런 공부를 하면서 조리원을 취소한 사례도 꽤 있더라. 아기와 24시 붙어있으며 젖을 물리려면 굳이 조리원에 갈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 황금기는 지나버렸고, 나중에라도 노력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상에는 나와 유사한 상황을 겪은 많은 엄마들의 이야기가 있더라.
남편도 걱정할 정도로 독하게 모유수유를 고집해서 결국 완모를 해낸 분, 가까스로 완모에 다가갔지만 유선염으로 그냥 완분을 택한 분, 처음에 쉽게 완모를 했는데 갑자기 아기가 직수를 거부해 급 완분을 하게 된 분 등등 여러 사례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니, 현실 자각이 됐다.
'아, 완모가 안 될 수도 있겠구나.'
분유 먹어도 아기들 잘만 크는데, 엄마랑 아기 다 고생하지 말고 그냥 분유 먹일까 고민도 많이 됐다. 남편은 모유수유를 응원하고 지지하면서도 내 결정을 가장 중요시 생각해줬다.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서, 결국 결심했다. 남편의 출산휴가가 끝날 때까지 약 3주 정도 후회 없이 노력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하기로. 이런 결정을 한 게 출산 후 약 40일경이었다.
모유사랑 수지점에 방문 후 쉴새 없이 젖 물린 결과는 '직수 거부'
블로그 후기 중에 모유수유를 위해 오케타니나 모유사랑 같은 곳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고 효과를 본 사례를 몇몇 봤다. 그래서 나도 가까운 모유사랑 수지점을 예약해서 남편과 아기와 셋이 방문했다. 여기서는 일단 내 가슴 상태를 체크해 주시고 간단히 마사지도 해주셨는데, 모유량이 적지는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마사지를 짧게 받았는데도 가슴이 푸딩처럼 굉장히 부드럽고 말랑해졌다. 신뢰감이 상승하는 느낌! 아기와 같이 온 김에 모유수유 자세도 코치를 받았다. 아기의 입을 크게 벌리고, 코가 파묻히지 않게 고개를 살짝 들어주는 자세를 배웠다. 그리고 한쪽을 10분, 20분씩 물린 후 바꾸지 말고, 3분 혹은 5분씩 짧게 물리면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물리라는 조언도 들었다. 회전초밥 먹듯이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기가 찾을 때마다 자주 물리기. 이미 나는 분유 보충을 많이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분유를 조금만 주고 모유를 자주 물리라고 하셨다. 한 번은 모유만으로 수유를 끝내고 다음에 분유를 좀 더 주는 방식도 제안하셨고.
사실 여기서 들은 대부분은 조언은 이미 알고 있던 게 많지만 직접 실습하며 들으니 더 와닿긴 했다. 그래서 여기 다녀온 후 삼사일 동안은 정말 가슴을 닫고 있을 때보다 오픈하고 있을 때가 더 많을 정도로 젖을 자주 물렸다. 분유보충을 아예 끊지는 않았고, 점점 줄여가는 방식으로 모유량을 늘리려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최악의 상황을 야기하고 말았다. 바로 직수거부.
며칠 동안 잘 안나오는 모유를 빨다가 짜증이 난 건지 어느 순간부터 수유쿠션 위에 눕히려고만 해도 엄청 울기 시작했다. 가슴에 아기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댈 수조차 없었다. 이게 반복되자 아기가 나를 거부하는 것 같은 생각까지 들어서 굉장히 우울하고 답답해졌다. 누구 좋자고 이러고 있는 건지, 왜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출산 후 처음으로 눈물까지 한 방울 뚝 떨어졌다.
'모유거부' '직수거부'를 검색해서 찾아보니, 이런 경우가 또 많더라. 거부하는 아기를 무리해서 끌어두는 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길래, 유축을 하면서 어찌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모유통곡 출장 신청
잘해보려던 노력이 직수거부로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일찍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그러나 후회 없이 노력해 보기로 한 기간이 3주였기에 한 번 더 전문가 찬스를 써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모유통곡 출장을 신청했다. 사실 모유사랑 수지점 방문과 모유통곡 출장 신청은 후기를 열심히 찾아보고 결정한 건데, 애초에 옵션이 많지는 않았다. 가까운 데 위주로 찾았고, 결론적으로는 둘 다 적당한 도움이 됐다. 가격은 각각 10만원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출장은 출장비가 더해져서 조금 더 비쌌던 듯.
모유수유 포기로 마음이 거의 기운 상태에서 오신 모유통곡 전문가님은, 뭐랄까,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직접 가슴을 체크해주시는 것도 없고, 수유자세를 봐주시고 '꾸준히 하면 된다'는 얘기가 핵심이었다. 솔직히 나는 기대조차 거의 접고 있었던 터라 실망도 안 했다. 신기한 건 남편이 뭔가 이 말에 깨달음을 얻은 듯, 같이 포기하려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해보려는 의지를 갖기 시작했다는 거다.
아기도 조금 변했다. 직수 거부로 며칠은 계속 젖병 수유만 했는데(유축모유와 분유), 아기의 마음이 달래진 건지 다시 수유쿠션 위에서 입을 오물거렸다.
출산 후 약 50일 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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