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일본 영화고 애니메이션인데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재미있나 궁금하기는 했지만, 선뜻 예매를 하진 않게 되더라. 일본 만화책은 상당히 좋아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은 보고 만족한 적이 거의 없었거든. 그래서 일단 넷플릭스에 있는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 <날씨의 아이>를 보기로 했다. 이거 보고 재미있으면 <스즈메의 문단속>도 볼 생각으로!
[줄거리] 비만 오는 세계에 햇빛을 가져오는 '맑음 소녀' 이야기
<날씨의 아이>는 고향 섬 마을에서 가출해 도쿄로 온 16세 소년 '호다카'가 우연히 한 소녀 '히나'를 만나 함께 하는 이야기다. 히나는 자신을 곧 18살이라 소개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15살이다. 부모님을 잃고 초등학생인 남동생 '나기'와 둘이 살아간다. 둘은 처음에 히나가 일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났고, 이후 또 우연히 히나가 유흥업소 알바를 시작해야 하나 망설이는 거리에서 만난다. 호다카가 이때 유흥업소 직원들을 제치고 히나 손을 잡고 냅다 뛴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줄곧 흐리고 비가 온다. 따사로운 햇빛도 파란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맑은 날씨를 바라지만, 비는 그치지 않는다.
히나는 호다카에게, 힘들게 도쿄에 왔는데 계속 비가 오네, 하면서 그를 데리고 폐건물 옥상에 올라간다. 그리고 말한다.
있잖아, 지금부터 맑아질 거야.
그리고 히나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자 곧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내려온다. 히나는 100% 맑음 소녀였던 것이다.
둘은 히나의 능력으로 알바를 시작한다. 날씨가 맑길 원하는 사람들이 소액의 주고 이들을 고용하면, 둘이 같이 가서 히나의 기도로 비 대신 햇빛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일을 계속 할 수록 히나의 몸은 조금씩 투명해진다. 그리고 맑음 소녀가 제물이 되어 사라지면, 이 미친 날씨가 아예 싹 다 멈추고 정상인 날씨가 된다는 이야기도 알게 된다.
그런 와중에 호다카는 실종신고가 들어온 미아이자 불법 총기 소지자(우연히 주워서 허공에 한 발 쏨)로 경찰에 수배가 된다. 히나와 나기도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라며 국가에서 아동보호국 같은 데로 데려가려 한다. 셋은 함께 있기 위해서, 경찰을 피해 짐을 싸서 밖으로 나간다. 우여곡절과 갖은 고생 끝에 편안한 하룻밤 쉴 곳을 찾은 셋은 즐거운 밤을 보낸다. 호다카는 고심해서 고른 반지를 히나의 생일 선물로 건네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히나는 사라져 있다.
호다카는 경찰에 붙잡히지만, 히나를 찾기 위해 탈출한다. 히나가 스스로 제물이 되기 위해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히나가 처음 하늘과 이어졌다고 말해 준 장소로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실제로 히나가 사라진 그날부터 하늘은 맑고 화창하다.
경찰의 방해가 있었지만, 누군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 장소에 도착한 호다카, 하늘 속으로 날씨 속으로 들어가 히나를 데려온다. 히나가 이 땅에 내려오자 구름이 다시 하늘을 덮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3년 동안이나 그치지 않고 계속.
호다카는 고향으로 소환되어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도쿄로 온다. 3년 동안 히나와 연락을 하지 못했지만, 히나를 찾는다. 둘은 기쁨과 감동으로 재회한다. 날씨는 계속 미쳐있고, 자신의 선택들을 불안해하기도 하나, 괜찮을 거라고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는다.
[감상] 서정적 분위기 말고는, 와닿는 게 없어 아쉬운 영화 (feat. 개인취향)
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지금 큰 인기를 얻고 있듯, 그의 전작인 이 애니메이션도 꽤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감상평 포스터가 있는데 거기 보니 이런 평들이 있다.
"새로운 거장이 전설이 되어가는 과정을 목도하는 희열"
- 서정환 영화칼럼니스트 -
"러닝타임 내내 꿈을 꾸는 것 같은 영화"
-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작품"
- 문화뉴스 김인구 기자 -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아래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가 전하는 가슴 벅찬 위로와 희망"
-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
나도 저들처럼 감동을 받았으면 좋으련만, 솔직히 난 그러지 못했다. 하늘과 날씨를 표현한 이미지가 중간중간 예쁘고 섬세해서 인상적이었고, 10대 소년 소녀가 역경 속에서도 씩씩하고 풋풋하게 함께 하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그 이상은 와닿지 않았달까.
굳이 은유적으로 영화를 해석해보고자 애쓴다면, 이 도시를 뒤덮은 흐린 날씨가 상징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보이지 않게 드리운 어떤 압박이나 무게인 듯도 하다. 그러나 이걸 누구 하나의 희생으로 해소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상황에 굴하지 않고 사람과 사랑으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메시지 정도가 전해진다.
날씨를 소재로 가져온 건 신선했는데, 이후 전개가 너무 클리셰적이었다, 나에게는. 이건 그냥 개인의 취향일 거다. 사실 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것보다 전작 <너의 이름은>을 영화관에서 봤을 때도 그저 그랬다. 근데 이런 애니메이션들이 관통하고 있는 어떤 분위기나 이미지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다만 나랑 맞지 않을 뿐.
그래도 마음에 드는 대사는 몇 있었다. 이를테면 아래의 대사 같은 것.
너무 신경 쓰지 마, 청년.
세상이란 건 어차피 원래부터 미쳐 있어으니까.
이 말 한 아저씨, 썩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순 없는 인물이었다.
<날씨의 아이> 감상 후, <스즈메의 문단속> 볼지에 대한 내 판단은?
나는 <날씨의 아이>를 넷플릭스로 봤다. 여기 주인공이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오기도 한다더라. 그럼 좀 반가울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내가 <스즈메의 문단속>을 영화관에 가서 볼 생각은 없다. 나중에 또 OTT에 뜨면, 그리고 내가 킬링 타임용 영화를 하나 보고 싶다면, 재생을 할지도 모르겠다.
신카이 마코토에 대한 워낙 좋은 평이 많아서, 기대를 꽤 했는데 조금 아쉽다. 그러나 원래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이 내 취향이 아니긴 하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좀 특이한 거 같다. 요즘 본 것 중에는 <내 몸이 사라졌다>나 <신들의 봉우리>가 재미있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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