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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TV

정치 경제 종교를 모두 까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by 달리뷰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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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거짓말 하면 코 길어진다는 거 말고 아는 게 없다?!

넷플릭스 추천작품이 이 영화가 떴다. 장르는 가족영화라는데 특징이 '어두운' '진심 어린'이다. 피노키오가 어두울 수 있나? 하고 생각해보니, 나무 인형이 사람처럼 돌아다니다가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거 말고는 다른 줄거리가 거의 기억나지 않더라. 결국 착해져서 사람이 되었다는 엔딩 정도.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꽤 길고도 다사다난한 이야기더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소개 화면 (사진출처: 넷플릭스)

 
아카데미 후보작이라는 홍보에 솔깃해서 재생버튼을 눌렀다. 러닝타임은 116분 정도.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핵심 콕콕 줄거리

목수인 제페토는 아들 카를로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산다. 그러나 제1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에 떨어진 폭탄으로 인해 카를로가 죽게 된다. 실의에 빠진 제페토는 식음을 전폐하고 괴로워하다가, 소나무를 베어 깎아 나무 인형을 만든다. 그리고 제페토를 가엾게 여긴 나무요정 수호신이 나타나 그 나무 인형에게 '깨어나 걸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준다.
 
잠에서 깬 제페토는 말하고 움직이는 피노키오에 기겁을 한다. 게다가 이 녀석은 상당히 산만하고 정신없고 시끄럽다. 말도 드럽게 안 듣는다. 집에 있으랬더니 기어코 교회에 와사 사람들을 놀래킨다. 투닥투닥 다투지만 그래도 서로 정이 들게 된 제페토와 피노키오. 

 
어느 날 피노키오는 학교를 가던 길에 서커스 단장 눈에 띈다. 피노키오로 돈 벌 궁리를 하는 단장은 사기 계약을 맺고 피노키오를 착취하기 시작한다. 아빠 제페토에게 피해가 갈까봐 피노키오는 자발적을 서커스 단장을 따라간다. 그리고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찾으러 계속 돌아다니다가 바다에서 거대한 심해어에 먹혀 물고기 뱃속에서 지내게 된다. 
 
그 사이 피노키오는 몇 번 죽지만 다시 살아나게 되고, 이걸 본 시장은 군인으로 제격이라며 피노키오를 소년 군사 훈련소에 넣는다. 거기서 훈련을 하다가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피노키오에게 앙심을 품은 서커스 단장을 만나 불에 태워질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운 좋게도(?) 바다에 떨어지고 거대 심해어에 먹혀, 물고기 뱃속에서 제페토와 재회한다.  
 
별별 난리가 있었지만, 결국 제페토와 피노키오, 그리고 메뚜기 '세바스티안 J. 크리켓'과 서커스 원숭이 '스파자투라'와 모두 물고기 뱃속에서 탈출해 육지에 닿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불멸(죽어도 다시 살아 돌아옴) 능력을 버리고, 죽게 된다. 하지만,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줬던 수호신이 다시 등장하고 크리켓에게 약속한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데 당연히 그 소원은 '피노키오를 살려주세요'였다. 이로써 모두가 해피엔딩. 

 
이후로도 한 2~3분 정도 영화가 계속 되는데, 제페토는 나이가 들어 죽고 피노키오는 세상으로 나아간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봐야할 애니메이션

줄거리만 읽으면, 애들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동화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굉장히 다방면으로 날카로운 풍자가 난무한다.

1. 정치 까기

시공간 배경이 제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인 만큼, 파시즘과 무솔리니가 대놓고 등장한다. 맹목적으로 이들을 추앙하는 이들, 이런 어른들 때문에 덩달아 세뇌되는 아이들도 있고, 피노키오도 그 열풍에 휩쓸려 서커스에서 그런 내용의 공연을 하도 한다. 그러나 피노키오는 여러가지로 '뭔가 이건 아니다'는 걸 느끼고(아빠가 전쟁은 나쁘댔는데, 서커스 단장은 약속을 안 지켰어 등), 무솔리니가 직접 관람 온 공연에서 똥 드립을 날리며 깽판을 친다. 기분이 상한 무솔리니는 옆에 부하에게 명령해 피노키오를 총으로 쏜다. 그러나 피노키오는 죽지 않지!

2. 경제 풍자

기예르모 델토로는 경제, 조금 더 확장하면 사회도 신나게 깐다. 돈만을 추구하며 다른 모든 것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여기는 서커스 단장, 피노키오에게 '꼭두각시 인형 쇼의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며 피노키오를 꼬드긴다. 사람들의 냉대가 다소 이해 안 되고, 철 없이 마냥 다 신기하고 좋던 피노키오는 덜컥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만다. 
 
피노키오는 자기 때문에 아빠가 보상금을 물어야 할까봐 서커스 단장을 따라가며 열심히 일 하는데, 당연하게도 이 단장은 번 돈을 모두 혼자 꿀꺽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폭망하지. 후후. 

3. 종교 겨냥

이건 내가 다소 센서티브하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피노키오는 기독교인들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제페토가 교회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상을 나무로 깎아 만들고 있는데, 거의 완성된 걸 보고 피노키오가 이렇게 말한다. 
 

아빠,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뭐냐, 피노키오?
(예수님을 가리키며) 다들 저 사람을 좋아해요. 
누구?
저 사람이요. 저 사람한테 노랠 부르더라고요. 저 사람도 나무로 만들었잖아요.
저 사람은 좋아하면서 난 왜 안 좋아해요?
 
-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中 -

 
예수님은 완전한 신이자 완전한 인간으로 이땅에 오셨고, 기독교인들이 그런 예수님은 좋아하면서도, 자기 이웃은 돌보지 않는다는 풍자로 읽혔다. 사실 동의하지 않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은 해피엔딩이지만 영화는 내내 은근 섬뜩하다!

정치 경제 종교를 다 건드리며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무겁지는 않다. 애니메이션이기도 하고, 또 노래가 종종 나오는 뮤지컬 영화인 측면도 있어서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특징으로 소개된 '어두운'이라는 키워드는 얼추 틀리지 않다. 귀엽다기 보다는 꽤 섬뜩한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주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보는 맛은 있는 영화였다. 러닝타임을 조금만 더 컴팩트하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것저것 상 많이 받았더라.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 다른 것도 몇 개 찾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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