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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상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조금 새롭지만 역시나 슬픔

by 달리뷰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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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심각성은 알겠는데 해결책이 없어 보여서 무기력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지구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기후가 점점 상승해서 인류가 큰 위기를 겪으리라는 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다.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은 실감이 안 날 수도 있지만, 조금만 찾아봐도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들과 이에 대해 인간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호소들이 매우 많다. 

 

전 세계적으로 몇 개월 동안 꺼지지 않는 산불, 몇 천만 명의 이재민을 낳은 홍수 등이 기후위기와 관련 있다. 그리고 하와이에서 해변가 집값이 떨어지고 높은 지대 집값이 오른다는 데 이 역시 기후위기로 해수면 상승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다른 도시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자카르타가 해수면 상승시 물에 잠길 고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후위기에 대해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지만, 이게 당장 나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계기로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 등을 봤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이긴 하더라. 문제가 느껴졌으니 해결을 하고 싶은데, 사실 일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플라스틱 안 쓰고, 대중교통 애용하고, 육식섭취를 좀 줄여보는 노력은 해보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러던 중 발견한 책,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과연 어떤 새로운 시선이 있을지 궁금해서 펼쳐봤다. 얇고 그림이 많아 부담 없이 금방 읽힌다.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표지
엠마 지음, 강미란 옮김, 우리나비 출판, 2020.6.26 초판 발행,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사진출처: 달리뷰)

 

솔깃한 새로움이 있던 두 번째 챕터 '좀 더 시니컬 하게?'

이 책은 총 세 챕터로 나눠져 있다. 첫 챕터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알린다. 익히 알고 있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오히려 유사한 다른 자료에 비해 다소 허술해보이기도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두 번째 챕터는 일단 질문부터 내 속에 있는 물음을 꺼내온 양 속 시원하고, 이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아주 새로울 건 없어도 제법 신선하다. 

 

일단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기후위기가 이렇게 심각하고, 이걸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왜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두 번째 챕터에서 제기하는 궁금증
기후위기와 관련해 필연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 (사진출처: 해당 책 p.28)

 

답은 간단하다. 사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자(주로 거대 기업과 이로부터 돈을 받는 정부)들 때문이다. 이들은 '환경을 보호하면서 돈을 잘 못 버는 방식' 대신 '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사실 영향력 측면에서 거대기업과 정부가 지탄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저 기로 앞에서 기꺼이 전자를 택할 사람도 많진 않을 것이다.

[당신의 선택은?]
다음 두 회사 중 하나를 골라서 소유할 수 있다.

회사 1: 탄소배출 전혀 않는 친환경 회사, 매출 매년 1억원, 내 수익 매년 1천만원.
회사 2: 탄소배출 엄청 하는 반환경 회사, 매출 매년 10조원, 내 수익 매년 100억원.

과연 회사 1을 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지만, 일단 책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재활용, 과학, 탄소배출권, 개인의 작은 행동 다 답이 아니다!!

책에서 저자는 자본주의 기업들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방안들을 몇 개 열거한다. 그리고 이게 다 무의미하다고 설파한다. 여기가 제법 새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그 해결책들이 우리 모두가 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재활용, 그 다음은 과학, 그 다음은 탄소 배출권. 기업들은 이런 명분을 앞세워 '우리 친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 계속 우리에게 돈을 써 줘'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경우, 단 6%만이 재활용되며(2018.3.8 프랑스 '엥테르 채널'), 과학은 자본가들의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없는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탄소배출권도 기업 간 거래를 해서 이익 남기는 수단이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업과 정부 등은 소비자들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몰아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실제로 이 죄책감을 기꺼이 지면서 지구를 위한 작은 노력을 열심히 한다. 자전거로 출근하고, 물을 아끼고, 중고 셔츠를 사고, 천 기저귀를 쓰는 등등. 그러나 이런 개인의 노력이 유효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아주 작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왜? 어차피 이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 기반은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기 회사 '엔지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수익성을 보장해 줄

원자력 발전소를 철거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청정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는 멀고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철도 노선을 철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자동차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p.57 - 

 

게다가 환경 보호를 위해 애쓰는 개인의 행동은 '돋보기 효과'라는 부작용을 낳는다고도 꼬집는다. '하도 이것저것 많이 하다 보니 마치 환경 보호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것이다(p.63)'. 

 

사실 개인의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해도 환경에 해롭지는 않다. 그러나 '돋보기 효과' 때문에 '난 할 만큼 했어. 나 같은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환경도 괜찮아지겠지.' 이런 생각을 한다면 이건 착각이고, 이 착각은 위험하다. 진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를 생각조차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말하는 새로운 시선의 '기후위기 해결책'은?

첫 챕터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두 번째 챕터에서 문제를 파악했으니, 세 번째 챕터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의 기대는 실망으로 귀결되었다. 저자의 마음과 의도를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 데에 비해 해결방안은 너무 나이브(순진..)하다고나 할까. 추상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새롭지 않았다. 

 

저자는 '앞으로 몇 년간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p.74)'이라 말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논리만 따르는 기업들을 내쫓아 버리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불행히도 저에게는 매뉴얼 같은 건 없습니다(p.79)'라고 고백하며, '하지만 집단 지성과 집단 투쟁으로 이뤄 낼 수 있다는 건 알아요(p.79)'라고 덧붙인다.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저자가 말하는 기후위기 해결책
기후위기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 (사진출처: 해당 책 p.92)

 

저자의 해결책이 틀린 말은 아닐 텐데, 그래도 시니컬한 관점에서 보면 허점이 꽤 많다.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는 기업이나 정부에 기대지 말자, 개인이 뭉쳐서 스스로 정치화, 조직화해서 만들어 내자, 반자본주의 단체를 검색하면 집단적 투쟁과 새로운 자가 조직 방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는 저자의 주장. 좋아 보이지만, 과연 현실 가능성이 있을까? 처음의 순수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일으킬만한 유의미한 규모와 파워의 조직이 가능할까? 사실 기대보다는 슬픔이 앞선다. 잘 안 될 거 같아서. 그렇지만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해결책이 없어보인다.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걸 나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지금까지 우리가 누린 많은 편리를 내려 놓아야 한다. 코로나 때 해외 이동을 강제로 저지하면서 하늘이 근래 유례없이 맑아진 사례를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는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해외출장도 가야 한다. 그래서 코로나가 풀리자 비행기 수요는 다시 올라가고 있다. 

 

어쩌면 정말 많은 재난 영화가 보여주듯, 인류멸종 수준의 대재앙이 터져야 비로소 강제 해결될 수 있을 거 같기도. 슬픈 일이다. 이래서 기후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는 거 같고.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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