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생명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이젠 집에 사람이 있지만, 꽤 오랫동안 1인가구였다. 혼자 사는 것은 꽤 편하고 자유로운 일이다. 그러나 간혹 외롭기도 하다. 집의 적막함을 깨고 싶어서 일부러 음악을 틀거나 드라마를 재생시키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별 도움은 안 됐지만.
여건이 된다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매일 산책 시켜주는 것도 쉽지 않고, 며칠 집을 비우는 경우도 난감할 거 같고, 무엇보다 살던 오피스텔이 반려동물 금지였다. 그래서 조금씩 관심을 가진 게, 바로 식물!
사실 전에 학교와 회사에서 다육이를 한 번씩 키워봤을 뿐 집에서 제대로 반려식물을 들인 적은 없다. 조만간 반려식물을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은 크다. 책과 인터넷으로 조금씩 살펴보는 중인데, 동물처럼 액티브한 교감은 덜해도 식물은 식물 나름의 매력이 충만한 것 같다. 그런데 식물은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나는 어떤 반려식물과 함께 해야, 서로가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데려온 책, 『퇴근 후, 식물』. 가로가 넓은, 두 손바닥을 나란히 올릴 만한 크기의 판형으로 된 이 책은, 25개의 반려식물을 간략히 소개해주고 있다.
책을 넘겨가면서, 왠지 마음에 들었던 반려식물을 세 개 뽑아봤다.
#1. 왕꽃기린 (꽃말: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왕꽃기린,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시원스레 뻗은 초록 줄기와 그 사이 자그마한 분홍색 꽃에 눈길이 오래 갔다. 일단 난이도는 초급이고, 여러해살이 열대식물이라 한다. 강한 빛을 좋아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어야 한다는 아이. 열대식물답게 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꽃이 피지 않고 잎도 떨어질 수 있단다.
검색해서 다른 사진들도 찾아봤는데, 꽃이 꽤 크게 피기도 하네. 이름에 기린이 들어가는 게 이해될 정도로 줄기가 길쭉한 모양이 많다. 기르기 나름이겠지만 키도 왠만한 어른 가슴 높이까지 자란 경우도 봤다.
#2. 칼라데아 오나타(진저) (꽃말: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잎의 무니의 인상적인 '칼라데아 오나타'. 칼라데아라는 이름은 간혹 들어봤는데 종류가 여러 개인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칼라데아 오나타는 넓적한 초록색 잎에 분혹생 줄무늬가 맵시있게 나 있다. 마치 솜씨 좋은 화가가 붓으로 슥슥 그려놓은 듯한 무늬다.
책에 따르면 칼라데아 오나타도 기르는 난이도가 초급이다. 그리고 이 식물을 비롯해 꽤 많은 애들이 직사광선은 피하는 게 좋다고 나와있더라. 난 원래 식물들은 야외에서 자라는 게 더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 그런 식물도 많은가보다. 혹은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이 다른 것처럼, 식물도 야생식물과 반려식물이 다르려나.
참, 만약 칼라데아 오나타를 키우게 된다면, 잎이 예쁘고 기특해서 손으로 쓰다듬어 주고 싶을 거 같다. 그런데 이게 식물에게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 잎 위에 먼지를 없앨 겸 잎을 닦아주는 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일 같은데, 그냥 쓰다듬는 건 어떨라나. (아직 들여놓은 식물도 없으면서 쓸데없는 호기심만 많다)
#3. 곰돌이 선인장 (꽃말: 불타는 마음)
내가 이 책을 보고 고른, 기르고 싶은 반려식물 세 번째는 이름부터 귀여운 '곰돌이 선인장'이다. 부채 선인장, 손바닥 선인장, 비버 꼬리 선인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원산지는 멕시코이지만 제주도 남해안에 자생하기도 한다니, 어쩐지 더 친근한 마음도 든다.
사실, 이 식물은 이름도 모양도 귀엽지만, 선인장인만큼 기르기가 아주 쉬울 거 같아서 선택한 것도 있다. 그런데 기르는 난이도는 '하'다. (참고로 이 책에 소개된 25개 식물 중에서 난이도가 '초급'인 게 7개, '하'인게 10개, '중'은 4개, '상도 4개다.) 위에 고른 왕꽃기린이랑 칼데이아 오나타는 '초급'이던데... '초급'이 제일 쉽고 그 다음이 '하'겠지? 그럼 곰돌이 선인장 기르는 것이 왕꽃기린이나 칼데이아보다 어려운가보다. 선인장은 그냥 막 둬도 잘 자랄 거 같다는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로군.
뭐라도 하나 직접 기르면서 시작해보자, 반려식물!
사실 식물도 나름 생명이다보니, 데려왔다가 괜히 시들시들 죽이고 싶지 않아서 망설여진다. 예전에 학교에서 5년 정도 애지중지 키우던 다육이를 집에 데려왔는데 얼마 못 가 죽어버려서 생각보다 많이 속상했거든.
또 날벌레나 응애 같은 해충이 꼬이는 것도 조금 염려된다. 따로 식물방을 마련하거나 베란다에서 키우면 괜찮겠지만, 거실이나 방에서 키울 때 벌레가 나오면 번거로울 거 같다. 어떤 식물들은 독성이 있으니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주의하라는 경고도 있다.
허나 이렇게 미리 걱정부터 하면 시작을 못하겠지. 요즘은 식물도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지만, 직접 가서 보고 사고 싶다. 조만간 근처 꽃집이나 농원에 가서 식물들을 둘러봐야겠다. 봄도 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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