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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출산 및 육아

[제왕절개 3일차(분당제일여성병원)] 모자동실 12시간, 몸은 아직 불편해도 마음이 한가득 풍성

by 달리뷰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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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바늘 다시 꽂는 아픔, 그러나 친절한 간호사님들 덕에 평안한 병원 생활 

수술 다음날은 밤 9시인가 잠들었다가 12시반쯤 뒤척이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낮에 남편 도움 안 받고 천천히 혼자 일어난 적이 있어서 밤에도 그러려고 했는데, 오래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기가 쉽지 않더군. 하릴없이 남편 깨워 일어난 후 화장실에 다녀왔다. 근데 팔에 꽂은 링거줄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전부는 아니고 주사바늘에서부터 5cm에서 10cm 정도. 피가 역류하면 이렇게 된단다. 낮에도 이래서 간호사쌤이 한 번 고쳐주셨는데. 괜찮겠지 생각하고 유튜브로 설교영상 듣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4시반쯤 간호사쌤이 오셨길래 링거줄 빨개진 거 말씀드리니 링거줄 입구에 끈적한 피가 뭉쳐서 막혀있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 이래저래 막힌 부분을 뚫어보려고 하시다가 결국 잘 안 돼서 주사바늘을 뺐다가 손등에 새로 꽂기로 했다. 아무리 주사를 안 무서워하고 아픈 걸 잘 참는 나라도 이 굵은 바늘을 손등에 꽂으려니 좀 힘들긴 하더라.

그래도 새벽에 간호사쌤이 줄곧 조용하고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잘해주셔서 마음은 평안했다. 비단 이 일뿐 아니라 입원부터 수술과 그에 따른 모든 과정에서 분당제일여성병원 간호사쌤들 다 굉장히 친절하셨다. 바쁘고 정신없는 병원에서 그러기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수술한 산모 입장에서 참 고마웠다.

암튼 링거 다시 잘 연결하고, 혈압과 체온 재고, 수술부위에 메디터치 떼어 소독하고 다시 새로 갈았다.

잠이 다시 오진 않아서 말똥말똥 누워있다가 7시 전에 일어나 화장실 또 가고 몸무게 잴 겸 혼자 복도 한 바퀴 돌았다. 아쉽게도 몸무게는 전날과 같은 75kg. 이번에도 수액 탓이라 생각하기로.

두근두근 첫 모자동실, 12시간을 아기와 함께하다! 

복도 한 바퀴 돌고 병실에 왔는데, 7시 반쯤 병실 전화벨이 울렸다.

"신생아실입니다. 8시 20분에서 30분 사이에 아기 데리고 갈 테니 아침식사 하시고, 물로 가슴 좀 씻고 기다리고 계세요."

아기가 오늘 오전에 일찍 올까 늦게 올까 알 수 없었는데, 우리 아기가 일찍 깼는지 적당히 이른 시간에 연락이 온 것 같다! 남편과 아침 식사 후다닥 하고 병실도 좀 정리해서 아기 맞을 준비를 했다.

자그마한 아기 전용 병원 침대에 누운 채 들어온 울 애기! 아기를 데려온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먼저 아기 특징을 설명해 주셨다. 설소대 단축 소견이 있고, 엄마 배 안에서 한쪽으로 주로 있어서 턱이 비대칭인데 한 달이면 돌아올 거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간단히 아기 안는 법과 기저귀 가는 법, 속싸개 싸는 법, 트림시키는 법도 설명해 주셨다. 전날 모자동실 전 필수 영상에서 본 내용이긴 하나 또 열심히 새겨들었지.

그러고 나서는 메인이벤트! 모유수유하는 법을 배웠다. 자세를 잡고 병실에 있는 수유쿠션에 아기를 눕히고 시도를 하는데, 이럴 수가, 아기는 그냥 저절로 쉽게 젖을 빠는 건 줄 알았던 내 순진한 착각이 산산이 깨졌다. 유두가 짧아서 그걸 보완해 주는 도구인 쭈쭈베이비를 빌려서 물렸는데도 아기는 모유를 전혀 빨지 못했다. 일단 분유 먹이는 법도 배우고, 트림을 시킨 후  신생아실 선생님은 병실을 나가셨다.

남편과 둘이 아기를 보는데, 봐도 봐도 귀엽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렇게 작고도 소중할 수 있나 싶다가, 이렇게 큰 생명체가 며칠 전까지 내 배 안에 있었다는 걸 믿을 수 없어하다가, 조금이라도 울면 살짝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그러나 태어난 지 이틀 된 아기는 주로 잠만 계속 자서 아기를 돌보는 게 전혀 어렵진 않았다.

똥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기저귀 가는 도중에 똥이 나오는 라이브 쇼를 보기도 했지! 흑갈색의 아기 똥은 적당히 무르고 아주 부드러웠다. 마치  케이크 위에 초콜릿 올리는 주머니에서 초코 크림이 흘러나오는 모양새랄까. 똥까지도 귀엽다니!!

아기와 같이 있었지만 아기는 계속 계속 잠만 잤기 때문에 중간에 남편이 한 번, 나는 두 번 번갈아가며 낮잠도 잤다.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도 어기 없던 어제와 마찬가지로 편하게 했다. 아기 분유, 기저귀, 옷, 속싸개 등은 병원 간호사실 옆쪽에 상시 구비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잘 가져다 썼다.

아, 낮에 한 번 주치의쌤이 다녀가셨는데, 아기 보고 귀엽다고 하시며 내일 외래 진료 오라고 안내해 주셨다. 김빛나쌤은 쿨하고 명료해서 우리 부부 스타일과 꽤 잘 맞는다. 혹시라도 둘째가 생긴다면, 다시 이 병원과 이 쌤을 찾을 거 같다. 후후.

남편과 나는 아기를 실컷 보고 저녁 8시쯤 신생아실로 아기를 다시 데려다줬다. 24시간 모자동실도 가능하신 한데, 밤에 병실보단 신생아실이 더 쾌적할 거 같고 무엇보다 저녁이 되니 내 체력도 방전되어 가서 8시쯤 모자동실을 마감하기로 했다.

사실 이날 화장실에서 큰 볼 일도 잘 보고, 오전에 수액으로 영양제도 맞고 점심때쯤에는 수액을 빼서 몸에 달린 줄이 다 없어져서 좋긴 했다. 그러나 무통주사가 없어지니 약간 통증이 찾아오더라. 간호사실에 말해서 아기 간 이후 엉덩이에 진통제를 맞았다. 낮엔 아기 덕에 아픈 줄도 몰랐던 듯.

젖몸살이 시작되다..! 메델라 유축기로 열심히 초유를 짜내보았으나... 

아기를 신생아실에 데려다주고 일찍 자고 싶었지만, 이 무렵 가슴이 딱딱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피곤하지만 간호사실에 가서 메델라 유축기를 빌려왔다. 아따 낮에 남편이 1층 내려가서 깔때기 사 와서 첫 유축을 했을 땐 나오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젖을 저주 물리든 유축을 자주 하든 둘 중 하난 해야 할 거 같아서 유축 다시 시도! 양쪽을 각각 5분, 5분, 5분, 3분씩 거의 40분을 유축했는데 정말 아주 소량의 초유가 나왔다. 이걸 나왔다고 봐야 하나 싶은 수준.(아래 사진 참고) 그러나 정말 적은 양이라도 신생아실에 전달하면 아기에게 먹이게 되고, 이 초유가 아기에게 정말 좋대서 나도 소량이나마 유축한 초유를 신생아실로 보냈다. (간호사실 옆에 유축한 거 두는 공간이 있음)

유축기 반납하고 병실 다시 오니 거의 10시가 다 된 시간. 길고 새롭고 알찬 하루였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쓴 메달라 유축기(좌)와 내가 유축한 매우 소량의 첫 초유(우)

 
 
아참, 기록을 위해 남기자면 수술 당일과 다음날에는 괜찮았는데 이날부터 발이 코끼리처럼 붓기 시작했다. 원래 발에 뼈랑 핏줄이 보일 정도로 살이 없는 편인데 이렇게 퉁퉁한 내 발은 태어나 처음 본다. 수술이 몸에 무리가 가긴 하나보다. 지금(출산 40일 차)은 발 붓기는 진작 다 빠져서 괜찮은데, 손가락이 출산 전보다 좀 부어 있다. 다시 돌아오겠지..?

출산 후 퉁퉁 부은 코끼리 같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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