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긴장되지 않던 수술 준비
지난달에 분당제일여성병원에서 38주 1일 차에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난 원래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지만, 예전에 자궁근종 수술 경력이 있어서 제왕절개를 해야만 했다. 수술 날짜 잡을 때, 담당 의사이신 김빛나쌤의 오전 스케줄이 이미 차 있어서 수술 시간은 오후 3시로 정했다. (수술 날짜랑 시간은 20주차 좀 지나서 정한 듯)
금식은 수술 당일 자정부터 시작했고, 수술 두 시간 전에 병원에 오라고 해서 출산가방 들고 남편이랑 1시에 맞춰 병원에 갔다. 입원 수속을 밟고, 1인실 중 가장 기본인 가형에 들어갔다. 간혹 1인실이 만실이라 하루 이틀은 4인실이나 6인실에 머물렀다는 후기를 봐서 걱정했는데, 나는 옵션이 좀 있었다. 하루 병실료가 20만원인가 22만원인 1인실도 가능했고, 15만원이었던 가형 1인실도 가능했다. 금액이 조금씩 높은 나, 다, 라형 1인실이나 특실에 대한 후기를 예전에 봤는데, 별로 큰 차이 없대서 가형 1인실로 망설임 없이 선택. (그러나 혹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듯. 이에 대해서는 제왕절개 마지막 포스팅에서 후술하겠음)
초산모이긴 하지만 이전에 자궁근종 수술을 해봤고, 제왕절개는 근종 수술과 정확히 같은 부위를 절개한다. 그래서인지 난 수술에 대해 별 긴장도 걱정도 없었다. 5년 전쯤 근종 수술했을 때도 크게 아프지 않았고 회복도 아주 무난히 잘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실 들어와서 남편이랑 편하게 수다 떨다가 1시반쯤 간호사 분들 오셔서 아기 심장소리 듣고, 혈압과 체온 재고, 항생제 테스트 하고, 양갈래 머리 묶고, 제모하고, 팔찌차고, 수액을 꽂을 때까지도 아무렇지 않았다. 항생제 테스트 주사가 아프다고도 하지만 낸 원래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라 이것도 괜찮았다.
3시 다 되어 들어갈 줄 알았는데 2시반에 간호사 쌤들 오시더니 날 휠체어에 태우셨다. 남편과는 병실 문 앞에서 헤어지고 휠체어에 앉은 채로 수술실 이동. 수술 들어가기 전에 대기를 좀 했는데 시계가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15분에서 20분은 있었던 것 같다. 커튼 쳐진 1인 침대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는데, 그냥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기도도 하면서 아기 만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조금씩 두근두근 하기 시작한 순간.
수술 시작 5분 만에 아기와 인사
대기하다가 이름 불려 나가서 수술방 들어갔다. 옆으로 누워 무릎을 가슴 쪽에 붙이고 척추마취 주사를 먼저 맞았다. 약간 따끈한 느낌이 나더니 다리 펼 때 저릿저릿한데, 원래 이럴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셔서 괜찮았다. 그리고 소변줄을 꽂는데, 위쪽 조명에 반사되어서 소변줄 꽂는 게 희미하게 비춰 보이더라. 수술 장면도 볼 수 있으려나 약간 기대(?)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주치의인 김빛나쌤이 들어오신 건 2시 58분 경이다. 누운 상태로 고개를 조금 뒤로 젖히면 시계가 있어서 기억하고 있었지. 간단히 인사하고 59분에 수술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찬양이 잔잔하게 흘러나와서 마음이 더 안정됐더랬지. 척추마취 덕에 느낌은 없지만 의식은 있고 싹둑싹둑 뭔가 자르는 소리도 잘 들렸다. 3시 2분쯤 배 좀 누른다고 하시더니, 머리맡에 계신 마취쌤이 아기 머리 보인다고 중계해 주시고 곧이어 아기 나왔다고 축하한다고 말해주셨다.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 아기를 내 가슴 쪽에 올리고 아기를 간단히 살피는 거 같은데, 그 사이에 아기가 우렁찬 울음을 터뜨렸다.
아, 정말 내가 아기를 낳았구나, 싶더라.
주치의쌤이 아기가 통통하고 귀엽다고 코멘트해주시고, 누군가 포대기를 두른 울 애기를 내 얼굴 쪽으로 데려와서 아기를 보여주셨다. 어떤 병원은 이때 남편이 들어와서 셋이 사진도 찍게 해주는 거 같은데 분당제일여성병원은 그렇진 않았다. 잠시 보여주고 "아기 추우니 이동할게요."하고 얼른 아빠가 있는 수술실 밖으로 나간다. 사실 아기를 처음 만나는 이때 첫인사를 어떻게 할까 수술 전에 고민하고, 심플하게 "반가워, 수고했어."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그럴 틈도 없었다. 그냥 마스크 안으로 미소만 활짝 지으며 아기 잠깐 봤다. 그래도 왠지 감격스럽고 기쁘더라.
이렇게 수술 시작 5분도 안 되어 아기 꺼내고 잠깐 아기 보고, 나는 수면마취 주사를 맞았다.
깨어났는데 하반신이 마비된 너무 이상한 기분..!!!
수면마취에서 깬 건 3시 40분 무렵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은 30분 남짓이었던 셈. 깼을 때 별로 아픈 데는 없었지만,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거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근데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옆에 서신 분이 내 산소포화도가 낮다며 마스크를 벗기고 산소마스크를 대신 씌워주셨다. 그리고 조금 후 침대에 누운 채로 병실로 이동했다.
병실에서는 남편이 대기하고 있다가 간호사쌤들이랑 같이 나를 들어서 이동침대에서 병실침대로 이동을 시켜줬다. 그러고 나서 무통주사들 설명을 듣고, 혈압과 체온을 쟀나. 그런데 내 다리의 느낌이 너무너무 이상한 거다! 내 다리가 있긴 있는데 내 것이 아닌 거 같고, 사실은 다리가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조금 움직여보려고 하면 내 의지와 다르게 불안하게 흔들리고... 이런 느낌은 생전 처음이라 조금 무섭기 시작했다.
"다리에 감각이 없고 좀 이상한데 원래 이런 건가요?"
간호사쌤에게 물으니 사람마다 마취 풀리는 시간이 달라서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곧 나아질 거라는데 별로 위로가 되진 않았다. 하반신 마비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싶고, 영영 감각이 안 돌아오는 건 아닐까, 괜한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이 이상한 감각에 집중하지 않고, 간호사쌤들 나가신 후에 남편이랑 같이 남편이 찍은 아기 영상을 보면서 대화를 했다. 남편은 줄곧 즐거운 표정이고 나도 다리 감각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기는 나랑 인사한 후 남편 있는 데에 가서 손가락 발가락 개수 세고 몸 살피고 그랬더라. 봐도봐도 귀엽고 신기했다. 이 아기가 점 전까지 내 뱃속에 있었다니..!
병실 온 게 4시쯤인데 다리 감각은 7시 넘어서야 조금 내 다리 같더니, 좀 더 지나서야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는 수준에 도달했다. 잘 안 움직일 때도 꼼지락 거리며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감각이 돌아오자 더 많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야 회복이 빠르다길래.
간호사쌤 말대로 곧 괜찮아지긴 했지만 두세 시간은 힘들었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낯설고 묘하고 두려운 기분이었달까. 근종 수술 경력도 있고, 수술 전에 제왕 후기 여럿 찾아 읽었는데, 아무 데서도 이런 얘긴 없어서 막상 직면했을 때 좀 더 당황했던 거 같기도 하다.
밤새 가만히 누워 회복에 집중
무통주사빨인지 다리 감각 이상한 거 외에는 당일 저녁 아픈 데는 없었다. 그래도 움직이는 건 어려워서 팔과 손만 까닥이며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출산 소식을 카톡으로 출산 소식을 전했다.
중간중간 간호사쌤이 오셔서 바이탈 체크하고, 신생아실 선생님도 오셔서 이것저것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자궁수축주사도 두 번인가 맞았다. 이 주사 탓인지 오로가 나오는 느낌이 간혹 들더라. 간호사쌤이 중간에 패드를 갈아주시기도 했다.
밤에 체온이 좀 높고 소변줄로 나오는 소변량이 적다고 해서, 이불을 살짝 내리고 물을 많이 마셨다. 남편이 텀블러에 물 받아오고, 구부러지는 빨대로 누워서 틈틈이 물을 쪽쪽 빨았더랬지.
밤이랑 새벽에 남편은 쿨쿨 잠이 들었지만 난 좀처럼 잠이 안 왔다. 유튜브로 그냥 이것저것 들으면서 빠른 회복을 위해 다리를 많이 움직이려 노력했다. 모션베드인 침대를 세워보기도 하고 옆으로 누워보기도 했다. 몸을 움직이면 꽤 아파서 제대로 돌아눕진 못했다. 모든 움직임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살짝 고통이 느껴지면 무통 주사를 눌렀는데, 밤새 두 번 정도 누른 거 같다.
몸속에서 가스가 이동하는 것도 어렴풋이 느껴지는데, 예전에 근종수술하고 가스통 때문에 잠시 고생을 한지라 가스가 얼른 빠지길 바랐다. 수술 후에 가스 나와야만 밥 먹을 수 있다는 룰은 없고, 수술 다음날 아침에 미음, 점심에 죽, 저녁에 일반식을 먹게 된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왠지 가스가 나오고 밥을 먹고 싶기도 했다. 다행히 바람대로 새벽에 뽕뽕 가스가 나왔는데, 약간이지만 배가 좀 더 편안해진 듯하더라. 원활한 가스 배출을 위해 엉성하나마 가능한 만큼 브릿지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엉덩이가 침대에서 떨어지지도 않은, 브릿지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나름 수술한 환자에게는 힘이 들어갔다)
아, 그리고 이때 누워서 생각하기를, 나는 발도 별로 안 붓고 배도 꽤 많이 들어간 거 같네, 했다. 그러나 이건 나의 순진한 착각이었다. 후후후. 다음날과 다다음날 발은 코끼리처럼 붓고, 일어나서 보니 배는 흐물흐물하면서도 꽤 불러있다. 임신 25~30주차 정도?
새벽에도 여러 차례 간호사쌤들이 오셔서 혈압 체온 재고, 가스 나왔는지 물어보시고, 자궁수축주사도 한 번 더 놓고, 패드 갈아주시고, 항생제 놔주시고, 오른팔에서 피도 뽑고, 수액 갈고, 소변통 비워주시고 가셨다.
나도 졸다 깨다 하면서 다음날 아침을 맞았다.
담담했다가 감격스러웠다가 조금 무서웠다가 괜찮아진 제왕절개 수술 당일! 나는 이제 임부가 아니고 산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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