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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출산 및 육아

[조리원 2주] 아팠던 첫째 주, 바빴던 둘째 주(feat. 크래들산후조리원)

by 달리뷰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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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방, 모션베드, 세끼 식사 덕분에 출산 후 회복을 시작!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병원에서 4박 5일을 보낸 후, 바로 조리원으로 향했다. 아기는 처음으로 병원을 나와 바깥공기를 마시는 셈인데, 그 작은 아이를 데리고 주차된 데까지 내려가면서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병원에서 조리원까지는 차로 30분쯤 걸렸다. 도착하기 5분 전쯤 아기가 막 울어서 카시트에서 꺼내 안아서 달래는데, 나까지 진땀이 나더라. (이후로는 카시트에서 울어도 안전을 위해 꺼내지 않았음)
 
조리원에 도착해서 방을 배정 받았는데,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창이 큰 방이었다. 내가 갔던 크래들 산후조리원은 모든 방이 꽤 넓은 편이라서 며칠 동안 좁은 병원 입원실에만 있어서 다소 답답했던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넓고, 밝고, 편하고. (아, 나는 특실에 있었고, 일반실은 좀 더 작다고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조리원 예약 시 일반실/특실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특실이 기본인데 불가피하게 특실이 다 찼을 경우, 일반실에 잠시 머물다가 특실이 나면 그리로 옮기는 거 같다. 일반실 머무는 동안은 약간의 금액을 환불받는 듯)
 
짐을 먼저 풀고 간단히 조리원 안내도 받고 점심 식사 시간이라서 밥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일단 바로 침대에 누워 한숨을 돌렸다. 제왕절개 수술을 한지라 조리원에 올 때까지 수술 부위가 신경 쓰이고, 누웠다 앉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욱신거렸는데 모션베드라서 눕고 앉기가 부담이 없었다. 
 
조리원 들어오고 처음 닷새 정도는 걸음도 천천히, 앉고 서기도 천천히 하면서 몸을 많이 사렸다. 마사지를 받을 때도 눕고 또 돌아눕고 할 때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세 끼 식사 건강히 잘 먹으며 일주일 보내니 확실히 몸이 많이 좋아지더라. 첫째 주에는 침대에서 일어날 때 모션베드 기능을 반드시 사용했는데, 둘째 주에는 혼자서도 잘 일어났다. 

샐러드, 나물, 백김치, 가지튀김, 전병, 밥, 미역국이 올라가 있는 식판
조리원에서 먹은 식사, 건강하고 맛있었다

 

조리원 생활은 바쁘다: 유축, 수유콜, 모자동실, 마사지, 클래스 

조리원 생활이 천국이라는 사람도 있고 바쁘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후자였다. 그런데 이건 전적으로 산모의 선택인 거 같다. 만약 모유수유를 하지 않고 모자동실도 최소한으로만 한다면, 조리원에서 시간 여유가 많아 나름 천국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모유수유를 하고 모자동실을 최대화한다면, 조리원 생활은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간다. 
 
내 경우는 모유수유를 할 의지가 강했기에, 일단 조리원 원장님께 매일 아침 가슴 체크를 받고 유축 스케줄대로 유축도 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수유콜도 받았다. 사실 모유수유를 잘 하려면 수유콜을 수시로 받아야 한다는데, 조리원 시절의 난 일단 모유수유 지식도 조금 부족했고(적당히 노력하면 곧 다 잘 될 줄 알았음), 수유콜 받아서 수유하러 가도 아기가 젖을 잘 못 빨아서 수유콜을 더 받진 않았다. 어떤 산모님이 밤 11시까지 받던 수유콜을 새벽 1시까지 받겠다고 신생아실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옆에서 들었는데, 대단하더라. 아무튼 유축하고 수유콜 받는 걸 시간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약 3시간 정도를 쓴 거 같다. (사람마다 많이 다를 수 있을 듯)
 
그리고 내가 있었던 크래들 산후조리원은 필수 모자동실이 저녁 6시반부터 8시반까지 2시간이다. 이외의 시간에도 원하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모자동실을 할 수 있다. 나는 남편이 같이 있는 날은 짧게는 네다섯 시간, 길게는 열 시간 넘게 모자동실을 했다. 사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주로 잠만 자기 때문에 모자동실을 하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울면 조금 달래주고, 이정도. 그러나 남편이 없고 몸이 피곤할 때는 필수 모자동실 2시간만 한 날도 있었다. 사실 출산 후 계속 잠을 잘 못 자서 힘들기도 했거든. 아무튼 모자동실은 이렇게 최소 2시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루 세 끼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을 챙겨 먹는 데에도 넉넉잡고 2시간 정도. 그리고 난 마사지를 좋아하는지라 거의 매일 마사지를 받았고, 이것도 왔다 갔다 하고 대기하면서 손 파라핀 하는 시간 합하면 하루에 2시간 정도다. 
 
여기까지만 계산해도, 유축과 수유콜에 3시간, 식사에 2시간, 마사지 2시간, 모자동실 2시간 플러스 알파로, 이미 하루 24시간 중 9시간 플러스 알파가 채워진다.
 
거기다가 조리원에서는 요일마다 소아과 회진, 모빌 만들기, 베이비 마사지, 요가 등의 클래스가 있다. 소아과 회진은 필수로 가고(일주일에 2번, 시간은 길어야 10분 정도), 나머지는 선택인데 나는 베이비 마사지 하나 들어갔다. 그리고 원장님이 해주시는 교육이 있어서 그것도 들어갔다. 요가도 듣고 싶었으나 혼자 쉬고 싶은 생각이 컸기에(그만큼 뭔가 늘 바쁜 느낌이었다..) 아쉽지만 패스했다. 

메델라 유축기, 유축용 깔대기, 유축한 초유가 든 젖병
조리원 방마다 있던 메델라 유축기

 

넉 달 지나 돌아보는 조리원 생활: 전반적으로 만족, 그러나... 

조리원에 있는 기간 혹은 나온 직후에 조리원 후기를 적었다면, 구체적인 하루 일과와 감상을 기록했을 거 같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꽤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는지라 세세한 디테일보다는 큰 맥락 위주로 기억이 난다. 일단 나는 조리원 생활에 만족했다. 특히 크래들 산후조리원은 나와 남편에게 잘 맞는 조리원이었다. 집에서 가깝고, 방이 밝고 넓으며, 가격이 합리적이고, 신생아실 선생님들도 좋았고, 모유수유를 지원(가슴 체크, 양배추팩, 유축 스케줄 등) 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크래들' 산후조리원이 아니라 전반적인 '산후조리원'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천천히 하나씩 기록해 볼 생각인데, 모유수유를 하려는 산모에게 '조리원'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을 거 같다. 나는 출산 전부터 완모를 하고 싶었으나, 지금 4개월째 혼합수유 중이고 그 과정에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리원 나온 이후, 생각보다 잘 안 되는 모유수유에 좌절하며 공부를 해보니, 모유수유를 하려면 출산 직후(즉 병원과 조리원에 있을 때) 아기에게 젖을 많이 물려야 한다. 그런데 조리원은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기는 게 기본이니, 이게 쉽지 않다. 수유콜을 받는다고 해도 콜하고 이동하고 하는 게 은근 번거롭고, 24시 모자동실을 하려 하면 조리원에 온 이유가 무색해진다. 물론 모유량 많고 수유에 적합한 유두 모양을 가진 산모들은 조리원에 있으면서도 완모를 거뜬히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그런 산모가 아니었다. 
 
혹시 둘째를 가지게 된다면 고민을 할 거 같다. 조리원을 갈지 아니면 집에 있으면서 산후관리사를 오래 고용할지. 첫째를 길러봤으니 모유수유 자세나 기저귀 가는 법, 씻기는 법은 잘 알고 있다. 마사지는 출장을 부르고, 가슴관리가 필요하다면 이 역시 출장이 가능하다. 만약 초산이라면 내가 뭘 모르고 뭐가 필요한지 조차 모르니 조리원에 가는 게 나을 거 같고, 경산모라면(추가로 나처럼 모유량이 선천적으로 많지는 않으나 완모를 원하는 산모라면)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도 괜찮은 옵션일 거 같다. 남편과 첫째의 협조가 필수적이겠지만. (아기 황달 관리, 배꼽 관리, 소아과 회진 등의 조리원 서비스를 못 받는 건 아쉬울 거 같은데, 이건 별도로 공부하거나 병원을 방문해서 해결 가능할 듯)
 
그리고 조리원이 아쉬웠던 점 하나만 더 기록하자면, '산책'이 어렵다는 것이다. 제왕절개 수술 이후 많이 걸어야 회복도 빠르고 유착도 덜 되는데, 조리원은 한 번 들어오면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산책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의지만 있다면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조리원은 산책 의지를 불태우기 좋은 시스템은 아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꽤 지나 적는 조리원 후기라 디테일 보다는 큰 감상만 적었다. 불과 넉 달 전인데도 까마득한 옛날 같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만큼 시간도 밀도 높게 흐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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