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힘이 안 들어가지만, 꾸준히 천천히 걷기 연습
제왕절개 수술 다음날, 아침 7시 무렵 간호사쌤이 오셔서 10시에 자궁수축주사 놓고 11시에 소변줄을 제거한다고 안내해 주셨다. 소변줄을 빼면 걷는 게 가능해진다. 아침으로 나온 미음을 먹고, 뭔가 들어가니 잠깐 좀 아픈 배를 걱정하다가, 다시 괜찮아져서 엄마랑 통화도 했다. 그리고 밤새 오로가 나와서 찝찝한 밑을 침대에 누운 채 마이비데로 닦아내기도 했다. 이걸 남편이 해주기도 한다는데, 난 그냥 누워서 내가 손 닿는 만큼 알아서 처리했다.
오전에 별 스케줄이 없어서 남편도 나도 밤에 부족한 잠을 조금씩 보충했다. 그리고 안내받은 대로 10시에 주사도 맞고 11시에 소변줄도 제거! 드디어 수술복을 벗고 산모복으로 환복이 가능하다. 수액을 맞느라 링거줄이 꽂혀 있어서 능숙한 간호사쌤이 옷 갈아입는 걸 도와주셨다. 오후 3시까지 소변을 보라는 미션도 부여받았다.
모션베드이니 누웠다가 침대를 세워서 앉는 것까지는 수월한데,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큰 과제였다. 예전에 자궁근종 수술 후에는 간호사쌤 도움으로 일어났는데, 좀 아팠지만 그럭저럭 잘 일어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남편이 도와주는데, 남편 어깨에 팔을 두르고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겨우 일어났다. 와, 정말 이때가 젤 아픈 순간 중 하나. 앉았다가 일어서는 데에도 이렇게나 코어 근육이 많이 쓰이는 거였나.
남편 도움으로 맘스안심팬티 입고 병원 복도 걷기에 나섰다. 별로 길지 않은 복도를 폴대 잡고 남편이랑 천천히 세 바퀴 걸었다. 수술 후에는 많이 걸을수록 회복도 빠르고 유착도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 복도에는 느릿느릿 걷고 있는 산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폴대 잡고 있으면 수술 2일차, 폴대 없으면 자연분만 혹은 수술 3일차, 이런 가늠도 가능하다. 난 수술 2일차 치고 잘 걷는 편이라 자부했는데, 나보다 굉장히 빠르게 잘 걷는 수술 2일차 어떤 산모님을 보고 겸손해지기로 했다. 후후.
생각보다 덜 빠진 몸무게, 이건 거의 수액 탓이다!!
병원 복도 걷다가 간호사실 앞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갔다. 난 임신 전에 몸무게가 64kg 정도고(키는 173) 출산 당일 아침 몸무게는 79kg이었다. 태어난 아기 몸무게가 3.6kg이었으니, 태반이 빠진 무게까지 고려하면 74kg 정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사실 79kg은 겨울 옷을 입고 잰 무게라 가벼운 환자복에 금식까지 몇 끼 한 상황도 생각하면 73kg 정도도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재 본 몸무게는 75.1kg. 수술 전 내 몸에 있다가 수술 후 내 몸 밖으로 빠져나간 아기 무게와 태반 무게를 합한 것만큼도 안 빠진 셈.
좀 아쉬웠지만 이해는 됐다. 밤새 수액 900미리짜리 네 팩을 맞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겠는가. 소변으로 많이 나갔다고는 해도 다 나가진 못했을 테니 말이다. 임신 중후반기만큼 나와있는 배도 이 몸무게를 이해하게 해주는 요소였다. 아, 언제쯤이면 임신 전 몸무게와 나름 납작했던 배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다이어트는 후순위다. 아직 수술해서 아프고 출산해서 변화한 몸의 회복이 최우선! 그래서 점심으로 나온 죽을 열심히 다 먹었다!
아, 전반적인 병원밥에 대해 첨언하자면, 산모식인만큼 미역국이 많이 나오고 맛은 그럭저럭 괜찮다. 원래 입맛 까다롭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수술했고 모유수유도 할 생각이니 건강하게 먹는 게 좋은 거란 생각도 있어서 병원밥 감사히 잘 먹었다. 남편은 주로 밖에서 카레, 김밥, 쉑쉑버거 등을 사와서 병실에서 같이 먹었는데, 한 두입 나눠먹긴 했어도 굳이 뭔가 밖에 음식 먹고싶단 생각도 안 들더라. 가끔 모자동실 길게 할 땐 남편도 병원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걷고 먹고 쉬며, 아기 보러 갈 체력 회복에 집중!
이날 점심 먹고는 병원 복도를 다섯 바퀴 걸었다. 폰으로 스탑 워치를 켜고 걸었는데, 첫 바퀴 도는 데에 7분 넘게 걸렸으나 매번 30초가량 단축 되어서 마지막 바퀴는 3분 대에 돌았다. 남편이랑 얘기하면서 쉬엄쉬엄 걸으니 힘들지도 않았다. (앉았다가 일어서는 건 계속 힘듦)
오후 3시까지 소변 보라는 미션도 클리어! 소변줄 빼고 처음 화장실 가는 건 사실 쉽진 않다. 소변이 나올락 말락 망설이는 거 같기도 하고, 나올 때 조금 아프기도 하다. 무엇보다 변기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게 힘들다. 남편이 도와주려 했지만 뭔가 조금 민망할 거 같아서 혼자 했다. 좀 아프고 좀 힘들었지만 다 할만했다.
1시반쯤에는 함몰유두 교정기를 하고 20분 후 뺄 생각으로 누웠는데 무려 4시까지 푹 잤다. 새벽에 거의 못 잤으니 이렇게라도 보충해야지. 근데 한숨 푹 자고 났더니 아까 일어나고 걸으며 운동시킨 장기들이 다시 굳어버린 양 몸이 좀 찌뿌드드했다. 침대에서 일어설 때도 아까 오전만큼 힘들었다. 다시 남편 목에 매달리다시피 하여 겨우 기립.
화장실 가서 소변도 또 보고, 오랜만에 양치도 하고 나오니 주치의쌤이 병실에 오셨다. 내 상태 물으시길래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궁금했던 걸 여쭤봤다.
"저 근종 수술 한 이후 장기 유착 되었던가요?"
"아니요. 유착 전혀 없었어요."
휴우, 안심되는 답변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개복수술한 사람들은 늘 장기 유착을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거든. 이번 제왕절개 수술도 개복 수술이니 유착 가능성이 있을 텐데, 유착 안 되기를..!
남편이 저녁 식사 할 거 사러 나가는데, 나는 밖에 나갈 순 없어서 혼자서 폴대 잡고 또 병원 복도 열심히 걸었다. 유착도 막고, 회복도 해야, 이따 저녁에 아기 보러 즐거이 갈 수 있을 테니!
유리창 너머 만난 내 아기, 너무나 작고 소중하다♡
분당제일여성병원은 제왕절개 수술 당일과 다음날은 아기를 유리창 면회로만 볼 수 있다. (자연분만은 어떤지 모르겠다) 면회시간은 오후 6시반부터 7시반까지인데,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실제로 아기를 보는 건 2분에서 3분 정도다. 수술 당일에는 난 움직일 수 없어서 남편만 갔고 수술 이튿날에는 둘이 같이 아기 보러 갔다! 6시반에 가면 줄이 길다고 해서 저녁 먹고 또 걷다가 7시쯤 갔다.
대기 명단에 이름 적고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호명되어 신생아실 쪽으로 이동하고, 두 팀씩 아기를 같이 본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긴 하나, 나로서는 수술살에서 정말 잠깐 아기를 만난 후 처음 직접 보는 거라 두근두근했다. 우리 차례가 되어서 가보니 정말 작고도 작은 아기가 속싸개에 싸여 쿨쿨 자고 있더라. 우리 옆 팀(=부부) 아기가 응애응애 울고, 뒤쪽 신생아실에서도 아기들 울음소리가 막 나는데 우리 아기는 꿋꿋하게 계속 주무심! 너무나도 귀여웠다. 얼른 안아보고 만져보고 같이하고 싶더라.
다음날 모자동실이 있으니 한 밤 자고 만나자고 이야기하며 아쉬운 유리창 면회를 마쳤다.
분당제일여성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면, 수술 다음다음날 아침에 모자동실이 있다. 최소 3시간에서 최대 24시간이 가능하다. 아침에 병실로 전화를 주고 신생아실 선생님이 아기를 데리고 오신단다. 아침 몇 시에 오나 궁금했는데, 얘기 들어보니 아기가 깨어난 순서대로 이동을 한다고 하더라. 모자동실 전 필수 시청영상이라고 병원에서 공유해 준 12분짜리 영상(아기 안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등이 안내되어 있음)을 보며 모자동실을 준비했다.
아가야, 내일 오래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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