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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견해

미국의 도청 감청에 뚫린 대한민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

by 달리뷰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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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치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며칠 전(4월 8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의 기밀 문건과 각국 첩보 내용이 인터넷에 유출됐다. 미국이 적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까지도 감청을 하고 있다는 게 일단 놀랍고, 이런 극비 문서가 인터넷에 유출됐다는 게 또 더 놀랍다. 유출이야 그렇다 치고, 이런 감청을 놀라워 하는 것이 순진한 것일 수도 있으려나.

 

미국 연방수사국은 기밀문서에 접근 가능한 내부자 소행임을 염두에 두고, 유출한 범인을 찾는 중인 거 같다. 해킹으로 뚫린 것보다는 내부자 소행인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지. 

 

2013년에 전직 CIA(미 중앙정보국)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미 국가안보국)가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우방국 정상들과 수백만 명의 민간인을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해서 난리가 난 적 있다. 이 사건은 2016년 '스노든'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폭로 이후에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 상대로 도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던데,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건으로 판명됐다. 

 

다른 나라들(특히 러시아, 이스라엘 등이 궁금)은 어떻게 하고 있나 잘 모르겠지만, 미국은 정말 대단하다.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꼭대기에 서야만 하고, 그걸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진 거 같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처럼 능력이 된다면 다 이렇게 할지 모르겠다. 왠지 유럽은 안 할 거 같고, 러시아, 일본 등은 할 거 같다. 그렇지만 이 정치판은 워낙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영화 같은 세계이다 보니, 이미 다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첩보 활동 안 하는 건 능력이 없어서일 뿐, 할 수 있다면 다 하는 것일 수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도청은 '그냥 남의 얘기를 엿듣는 거'고, 감청은 '기밀을 보호하거나 수사 등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통신 내용을 엿듣는 일'이라 한다)

 

우리나라 관련 미국이 손에 넣은 기밀 정보는 무엇?

나무위키를 보니, 미국이 손에 넣은 우리나라 정보는 다음과 같다. 원문은 물론 영어이고, 나무위키에 번역되어 있는 걸 내가 좀 간단하게 요약했다.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이문희)이 국가안보실장(김성한)에게, 한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한국이 미국의 탄약 요청에 응하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을 전함.

NSC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까봐 우려하기도 함. 

이문희 비서관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는 정상간 통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함. 한국이 살상무기 지원 금지 정책을 위반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을 공식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함. 

김성한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 목표이므로, 33만 발의 탄약을 폴란드에 판매할 가능성을 시사함. 

 

미국이 한국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무기를 공급하라고 압박을 할 경우에 대해 논의한 우리나라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를 요약한 문서 같다. 사실 원문을 읽어봐도 일반인으로서는 살짝 알쏭달쏭하다. 다만 미국이 이런 극비 정보를 다 알고 있으면, 우리나라를 압박할 때 아주 유용하긴 하겠다. 

 

미국에서-유출된-미국이-감청한-대한민국-정부-관련-내용이-쓰인-문서
유출 문서 중 우리나라 관련 내용이 담긴 페이지 (사진출처: 나무위키)

 

우리나라 말고 또 뚫린 나라?

이것도 나무위키에서 찾아봤다. 이번에 유출된 문서는 100페이지가 넘는데, 대한민국,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등의 첩보와 감청 정황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에 대한 내용도 있다고 하고. 정말 폭넓게 꼼꼼하게도 뚫었다. 

 

다른 나라들의 대응이 궁금한데, 일단 이스라엘과 프랑스는 유출 내용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첩보 활동이나 감청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셈이다. 

 

지금 전 세계 주요국 정보기관들은 난리 났을 거 같다.  

 

우리나라의 대응은? (+ 파란 글씨 추가)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이나 프랑스처럼  해당 내용이 거짓이라고 부인하지는 않았다. 4월 9일 대통령실에서 이런 감청 정황과 관련해서  미국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과거 전례와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4월 10일에는 미국이 동맹국을 감청한 게 불쾌하지만, 이런 정보활동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라고 언급했다. 

 

(지금 다시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도 이스라엘, 프랑스처럼 아예 감청 자체를 부인하는 듯하다. 사람 첩보원에게 얻은 정보를 감청으로 얻은 정보처럼 둔갑시킨 가능성도 제기되는 듯.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솔직히 너무 물렁한 대응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미국이 워낙 대국이고, 한미정상회담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강경대응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건 이해가 된다. 아직 좀 더 실상을 파악해봐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정상회담대로 하고, 항의할 건 제대로 항의할 준비를 해야 나중에 다른 협상 등을 할 때 조금이라도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을 텐데, 너무 저자세로 가는 듯하다.  

 

이번 감청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NSC를 용산으로 급히 이전한 탓에 보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야당 측 지적도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들도 많이 뚫린 걸 봐서는, 반드시 이렇다고 주장하기는 어렵긴 하겠지만, 어쨌든 뚫리긴 했으니 보안이 취약한 건 맞다. 청와대였다면 뚫렸을지 안 뚫렸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보안을 더 철저히 하는 일련의 대응도 이루어질 거 같다. 그래봤자 미국이 더 뛰어난 기술로 여전히 첩보 활동을 할 거 같긴 하지만서도. 

 

정말 국제 정치는 힘이고 기술인 거 같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힘없는 나라는 서러울 수밖에 없다. 힘을 길러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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