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밴의 모토는 '시간을 담는 아름다움'
결혼준비를 하면서 뭐든지 일단 검색으로 시작한다. 왜? 결혼은 처음이라 아는 게 없으니까! 웨딩밴드도 그렇게 검색을 하니 참으로 많은 정보가 나온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압구정에 있는 '굿밴'이라는 곳이다. 누군가의 구매 후기를 읽고, 굿밴 사장님의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어 영상들을 몇 개 봤다.
일단 심플한 반지를 주력으로 취급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보통 반지를 오래 착용해서 스크래치(일명 생활기스)가 많이 나면, 다시 새것처럼 깔끔하게 스크래치를 없애주는 폴리싱이 다른 샵에서는 서비스처럼 언급된다. 그런데 굿밴에서는 폴리싱을 추천하지 않는다. 왜? 내가 반지를 오래 껴서 생긴 자잘한 스크래치는 내가 이 반지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 반지가 나만의 반지가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며, 그렇게 생긴 스크래치가 멋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걸 보고서 왜 굿밴의 모토가 '시간을 담는 아름다움'인지 일단 수긍이 되더라.
사실 나는 저렴이 패션 반지들은 간혹 구매해서 하고 다니지만, 일곱 자리 이상의 금액대를 가진 악세서리는 전에 산 적도 없고 앞으로도 딱히 사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난 악세서리나 가방보다는, 여행이나 경험, 굳이 물건이어야 한다면 전자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고가의 악세서리에 대한 개념이나 철학이 전무한 상태로 웨딩밴드를 고르는 중이었는데, 굿밴의 철학이 꽤 와닿았다.
굿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영상 중에 반지를 실에 매달고 종을 치듯 반지를 쳐서 소리를 비교하는 게 있다. 그런데 좋은 반지일 수록 깊고 맑은 울림이 나더라. 유광과 무광에 대한 반지 설명, 단순한 반지가 왜 더 만들기 쉽지 않은지에 대한 설명 등도 꽤 흥미롭게 봤다.
그래서 나는 이미 투어 전부터 '굿밴'에서 웨딩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꽤 견고하게 들었다.
하지만 다른 곳도 투어를 해보고 싶었다. 왜? 어쩌면 실제 착용해보고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혹은 굿밴 반지를 선택하더라도 이게 정말 내 스타일의 반지라는 확신을 더 가질 수 있을 거 같아서다. 그래서 지난 포스팅에서도 썼듯이 나는 웨딩밴드 투어를 총 세 군데 가기로 하고, 브리달메이, 디레브 쥬얼리, 굿밴 순서대로 투어 예약을 했다.
실제로 착용해보면 안다, 이 반지가 내가 찾던 반지라는 걸!
굿밴에 오기 전, 두 군데 투어를 하면서 나는 내 취향을 살짝 의심했다. 나는 분명 심플한 반지를 원하는데, 착용해 본 수많은 심플밴드들 중에 마음에 아주 쏙 드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화려하고 블링블링한 반지나 가드링에 힘을 준 반지는 분명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앞선 투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반지로 찜해둔 것은 심플도 아니고 화려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스타일이었다.
굿밴에 도착하면 일단 사장님께서 반지를 자유롭게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걸 다 찍어보라고 하신다. 웨딩밴드 예산으로 생각하는 금액도 물어보신다. 블로그인가 유튜브에서 예산을 미리 알려드리면, 거기에 맞춰서 더 잘 추천해 주신다는 걸 이미 보고 갔기 때문에 생각하는 예산을 편하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반지를 고르는데, 나는 앞 투어로 인해 내 취향에 대한 의심이 생겨버려서 좀 다양하게 골라봤다. 굿밴 반지는 대체로 다 심플한데, 덜 심플한 것도 몇 개 고른 거다. 예랑이는 슥, 훑어보더니 한쪽 진열대로 가서 '난 이쪽에 있는 건 다 괜찮은 거 같아' 한 마디를 하더군.
이렇게 초기 구경을 마치면, 자리에 앉아서 아까 우리들의 픽(pick)을 기반으로 사장님이 가져온 반지들을, 사장님이 추천하신 순서대로 손가락에 껴본다. 사장님께서, 남자분 취향은 확실히 알겠는데 여자분 취향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시더라. 당연하다. 나도 내 취향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앞선 투어로 인해 혼란과 의심(내가 정말 심플한 걸 좋아하는 게 맞나? 심플한 반지들 중에 딱 마음에 드는 게 없네?)을 가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씩 주시는 반지를 착용하면서 예쁘다, 확실히 착용감이 다른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떤 한 반지를 무심히 약지에 딱 끼운 순간, '어?!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반지는 정말 아무런 장식도 무늬도 커팅도 없는 링반지, 이름도 (아마) 퍼펙트링인 심플 대마왕 반지였다!
내가 내 취향을 제대로 파악했던 게 맞네, 심플한 게 역시 좋네, 볼 때보다 착용하니 또 확 더 예쁘네, 이런 놀라움으로 그 반지를 한참 들여다봤다. 정확히는 그 반지를 낀 내 손을 열심히 봤다. 예랑이 손에도 끼워보니, 역시나 어울린다. 예랑이도 마음에 들어 했다.
아름다운 것 위에 더 아름다운 것!
내가 반지를 택하는 게 아니라 반지가 날 택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반지를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마음 한 켠에 이런 생각이 아주 조금 있었다. 내가 원하는 웨딩밴드는 (이전 포스팅에서 썼듯) 심플, 고급, 편안, 유니크인데, 이 퍼펙트링이 이걸 다 만족하긴 하지만, '나는 웨딩밴드입니다'라는 느낌 혹은 포인트가 하나만 있었으면 완벽할 거 같다는 생각!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나도 감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퍼펙트링을 마음에 두고 견적을 받았다. 이미 예산 범위를 말씀드렸던 지라, 거기에 맞는 견적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손가락 사이즈를 재고, 예상 수령일을 안내받았다.
(참고로, 굿밴은 정찰제 샵이기 때문에 검색하면 가격이 다 나옴)
일단 퍼펙트링으로 정하고 나서, 사장님께 부탁드려서 프리미엄 라인 반지를 한 번 구경해 보기로 했다. 안 보는 게 나으려나도 고민했으나, 궁금했다. 나 자신의 의지력을 믿고 프리미엄 반지는 정말 구경만 하려고 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반지를 손가락에 끼는 순간, 아까 아주 조금 부족했던 느낌이 꽉 채워지더라. '이거다!' 하는 100%의 확신이었달까. (아래 사진과 컬러만 다른 밴드임)
생각했던 예산을 초과하긴 하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고민이 됐다. 그러나 이미 고른 퍼펙트링도 예뻤기에 결정을 번복하지 않기로 했다.
웨딩밴드, 평생 매일 착용할 거니까 원픽으로 결정 번복
그날 저녁 집에서 샤워를 하는데, 자꾸 아까 그 프리미엄 반지가 아른거렸다. 이미 퍼펙트링으로 계약했고, 퍼펙트링도 충분히 예쁘니 더 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도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된다. 웨딩홀이나 웨딩드레스라면, 어차피 하루 지나면 다 잊을 테니 이렇게 미련 남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웨딩밴드는 다르지 않은가.
예랑이한테 말하니, 굳이 변경하지 말자고 하더라. 예랑이가 돈을 좀 더 쓰는 건 크게 개의치 않는데, 결혼 준비에 시간을 너무 쓰는 걸 굉장히 지양하는 스타일이기에, 이해는 됐다. 내가 마음을 접을까 하다가, 한 번 더 졸라봤다. 전화 한 번만 드려서 변경하면 되는데, 마음에 드는 걸로 바꾸자고. 사실 예랑이도 굿밴 나오면서 그 프리미엄 밴드가 확실히 가장 예쁘다고 말을 했었다. 처음에는 꿈쩍 않았지만 몇 번 더 조르니, 고맙게도 마음을 바꿔주더군. (땡큐💕)
(사장님이 이미 샵에서, 남자분 안목이 높다고 말씀하셨었다. 예랑이는 외적인 거에 신경 잘 안 쓰는 편인데, 더 신경 쓰고 싶은 다른 게 있어서 그런 거지 안목이 좋긴 하다. 웨딩드레스도 내가 마음에 드는 것들 사진 모아둔 거 보여주니까, 쓱 보더니 '이게 젤 낫네' 하면서 하나 찍었는데, 그게 제일 비싼 드레스였다... )
아무튼 다음날 오전에 사장님께 전화드려서, 웨딩밴드를 변경했다. 마음에 쏙 들었던 퍼펙트링에서, 완벽하게 아름답고 가장 마음에 든 프리미엄 라인 반지로!
[투어 총 후기]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반지를 원한다면 굿밴으로!
웨딩밴드 투어를 마치고 생각해 봤다. 내 취향은 심플 & 고급이 맞았는데, 왜 앞선 샵에서는 심플밴드 중에 마음에 딱 들어오는 게 없었을까?
(내가 너무 굿밴 팬으로 학습되고 경도되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심플하면서 고급스럽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청담 샵에 비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종로에서는 심플밴드가 예쁘기가 쉽지 않은 것인 듯. 만약에 심플밴드 취향이 확고하다면, 종로보다는 굿밴 혹은 백화점을 가는 게 답이지 않을까. (청담은 내가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종로는 아직 내가 내 취향을 몰라서 심플밴드, 화려밴드, 앤틱밴드 다 한 번 착용해 보면서 취향을 찾고 싶을 때 가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투어하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걸로 정하면 되고,마음에 드는 걸 못 찾았는데 예산을 높일 수 있다면 청담이나 백화점으로 가면 될 듯하다. 물론 처음부터 웨딩밴드 예산을 높게 잡았다면, 백화점 직행도 좋을 거다.
그러나 내 취향이 심플밴드가 확실하면, 일단 굿밴 한 번 가는 건 추천이다. 어차피 정찰제 샵이니 당일계약 압박도 없어서 백화점이나 다른 샵 투어하고 다른 날 가도 된다.
그리고 굿밴에 간다면, 웨딩밴드 예산의 범위와 유연성을 확실히 정하고 반지를 보길 추천한다. 나는 예산 범위를 정해놓긴 했지만, 유연성이 좀 있는 편이었다. 프리미엄 밴드를 본 이유도 이 유연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예산의 상한선이 있다면, 그 안에서만 반지를 구경하고 그보다 가격대가 높은 반지는 안 보는 게 나을 거 같다. 종로에서는 예산을 미리 묻지도 않고, 가격대를 미리 알려주지도 않지만, 굿밴은 사장님께 예산 미리 말씀드릴 수 있으니 이런 투어가 가능하다.
아무튼 결혼준비 중에 가장 기대했던 부분인 웨딩밴드 투어와 계약을 잘 마쳐서 기분 좋다.
오래오래 착용하면서, 나만의 시간이 오롯이 담긴 진정 유니크한 반지로 만들어야지. 내 결혼생활의 나이테를 새기는 기분으로! (내 변덕을 수용해 준 예랑이한테도, 반지 볼 때마다 고마울 것 같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준비#09] 첫 드레스투어, 이탈리아 수입 드레스샵 '노바벨리타' (0) | 2023.04.05 |
---|---|
[결혼준비#08] 결혼식 2부 드레스(=피로연 드레스), 딘트에서 구매?! (0) | 2023.04.04 |
[결혼준비#06] 웨딩밴드 투어, 종로 '브리달메이', '디레브 쥬얼리' (1) | 2023.04.03 |
[결혼준비#05] 아펠가모 반포와 더휴웨딩홀 투어, 장단점이 뚜렷! (0) | 2023.03.30 |
[결혼준비#04] 첫 웨딩홀 투어, '더 화이트 베일' 계약 후기 (1) | 2023.03.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