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관리사 2주 신청, 걱정 반 기대 반
출산을 한 달쯤 앞두고 산후관리업체에 연락해 산후관리사 신청을 했다. 이를 위해 미리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서비스' 신청을 해서 바우처 유형도 알아야 하는데, 하기 전에는 복잡해 보였으나 더듬더듬 하다보면 어려운 것 없이 신청이 된다. 출산예정 40일 전부터 출산 후 30일 이내 신청해야 한다기에 여유 부리고 있었는데, 빨리 안 하면 마감된다는 말을 듣고 출산 한 달 전에 부랴부랴 업체를 알아봤다. 업체는 정부(지자체였나)에서 안내해 주는 파일 안에 내 거주지역 내 산후관리업체 리스트를 주기 때문에 이중에 골랐다. 그러나 업체가 20개가 넘어서 검색도 해보며 평이 좋은 업체를 3개 추려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전화를 건 곳은 내가 신청하고자 하는 날짜에 이미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조급한 마음으로 두 번째 전화를 돌렸는데, 여기서는 내가 원하는 날짜에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예약했다. 내 거주지는 용인이고, 업체는 '아이미래로'이다.
사실 이미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친구들 중에 이상한 산후관리사를 만나 고생한 케이스가 몇몇 있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손톱을 길게 기르고 왔다든가, 아이 양육 관련해 몇 가지 당부사항을 말씀드렸더니 안 그래도 된다며 무시를 한다든가, 주방을 너무 본인 방식대로 막 사용한다든가, 아이를 방치하고 스마트폰만 본다든가 하는 경우다. 3주 이용에 두 번이나 교체를 했는데, 다행히 세번째 관리사님이 좋아서 연장을 하고 싶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연장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산후관리업체에 예약 전화를 할 때, 노산에 초산에 제왕절개에 아들이니 경력 길고 교체 이력 없는 분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런 말을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게 되더라.
그리고 정부 지원이 3주까지 되는데(2주차까지 보다 3주 차 지원금은 조금 적었던 듯), 나는 고민하다가 2주만 신청했다. 원래 3주 하려다가, 산후관리사님 끝난 직후에 남편이 출산휴가 4주를 쓰기로 해서 2주여도 괜찮을 거 같았다. 신생아 시절은 하루하루가 다르다는데, 남편이랑 같이 아이를 보고 싶기도 했고, 잘 맞을지 어떨지 모르는데 3주는 길다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면 잘한 결정 같다.

금요일에 조리원 퇴소하고 월요일에 산후관리사님과 첫 만남
조리원에 들어간 날이 토요일이라 조리원을 나오는 날은 금요일이었다. 산후관리사님도 주말에는 쉬시기 때문에 금요일 오전에 아기와 함께 집에 와서,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일요일을 남편과 둘이 아기를 봐야 했다. 4개월 아기 육아 중인 지금 돌아보면 그리 겁낼 일이 아닌데, 당시로서는 살짝 걱정이 됐다. 찾아보니 나 같은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어서, 조리원 퇴소를 사흘 미루거나 추가금을 지불하고 관리사님을 주말부터 모신 산모들도 있더군. 나처럼 그냥 남편과 둘이 잘해보자, 하면서 보낸 분들도 꽤 많고. 집에 기저귀와 분유, 젖병 등의 필수품만 잘 준비되어 있다면 서툴지만 조심스레 해볼 만하다. 사실 필수품은 미리 잘 빨아둔 아기 옷과 손수건, 젖병 세척 용품과 젖병 소독기, 수유쿠션, 유축기, 아기침대, 기저귀 갈이대, 아기 욕조 등 산모에 따라 상황에 따라 굉장히 많기도 한데, 임신 중 혹은 조리원에서 다 준비해 두는 게 일반적이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편하기도 하고, 이제 집에 둘이 아니라 셋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아기를 잘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며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돌아온 월요일, 남편이 아침 6시쯤 출근하고, 산후관리사님이 8시반쯤 초인종을 누르기까지 두시간 반 정도 나는 잠든 아기 옆에서 다소 긴장된 채 앉아있었다.
산후관리사님은 9시 출근 5시반경 퇴근이 일반적이다. 원래 9시 출근이면 6시 퇴근이지만, 산후관리사 업무의 특성상 점심시간 1시간을 온전히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퇴근을 30분 정도 빨리 한다고, 업체로부터 안내를 미리 받았다. 수긍 가능. 그런데 우리 집에 오신 관리사님은 2주, 즉 열흘 동안 늘 오전 8시반에 오시고 오후 5시반에 나가셨다. 30분이 별 거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감사하더라.
관리사님께서는 나와 아기와 먼저 인사를 나누시고, 업무 복장(편한 옷과 앞치마)으로 갈아입으신 후, 내 아침 식사를 먼저 차려주셨다. 사실 난 아침은 밥을 잘 안 챙겨 먹기도 하고, 밥보다 잠이 더 고팠던지라 안 먹으려 했는데, 내가 혼합수유를 한다고 하니 모유를 주려면 엄마가 잘 먹어야 한다며 얼른 아침을 차려 주셨다.
산후관리사님이 오시던 날의 내 일과 (+각양각색의 산모들)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들은 새벽에도 수유를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잠이 늘 부족했다. 그래서 관리사님이 오시는 동안 내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관리사님이 차려주시는 아침밥을 먹고,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고, 오전에 낮잠을 잤다. 낮잠은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반정도 잤던 거 같다. 더 잘 수도 있지만, 적당히 점심때 일어나서 내가 아기를 봐야 관리사님께서 점심식사를 준비하실 수 있다. 아기가 자면 식사를 같이 하고, 혹시 아기를 돌봐야 하면 내가 먼저 식사를 한 후 아기를 받고 관리사님이 식사를 하셨다. 점심 식사 후에는 관리사님이 설거지와 청소, 빨래 등을 하시면서 아기를 보셨고, 나는 이때 30분 내외로 집 앞 마트에 가서 장을 보거나 산책을 했다. 4시 조금 전에 아기 목욕을 하고(관리사님이 목욕시키는 거 옆에서 보고 배움), 또 수유, 기저귀 갈이 등을 하다 보면 하루는 금방 갔다.
중간중간 아기가 낮잠 자고, 다른 일들이 없을 때, 관리사님과 과일 등을 먹거나 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관리사님은 경력이 좀 길어서 다양한 산모들을 만나보셨더라. 어떤 산모는 거의 매일 아침 9시에 나가서 오후 4시에 들어왔다고 하고, 또 다른 산모는 부부가 임신기간 중에 힘들어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는데 추가금을 드릴테니 며칠간 입주하셔서 아기를 봐달라고도 했다 한다. 후자의 부부는 결국 여행을 갔고, 아기 할머니가 그동안 집에 와계셨는데 자식 내외 욕을 그렇게 하셨다고. 후후. 또 어떤 쌍둥이네 집에 가셨을 때는 아기 아빠가 아기들 목욕은 본인이 퇴근하고 와서 시킬 테니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으나 며칠 후 아기들이 너무 꼬질꼬질해서 그 아빠에게 먼저 "그냥 목욕 제가 시킬까요?" 물어보니 그분이 "네..."라고 답했다 한다. 그리고 나는 산모가 관리사님을 교체하는 경우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반대 경우도 있었다! 어느 집에 갔는데 집이 정말 너무나 지저분해서 도저히 요리, 청소, 빨래 등을 할 수가 없다고 판단되어 출근 첫날 미역국 끓여주고 하루 일하신 후 업체에 연락해 그만두겠다고 통보하셨단다. 업체 측에서 "그러지 말고 웬만하면 해주세요."라며 간곡히 부탁했으나 관리사님이 "웬만하면 내가 했지. 오죽하면 이러겠어!" 하시고 거절하셨다고.
산모들 입장에서도 산후관리사님이 복불복이겠지만, 산후관리사 역시 (오히려 더욱?!) 다양한 산모들을 만난다. 잘 맞는 매칭이 되는 것이 복이고, 나는 나름 복스러웠다.
관리사님 오셨던 2주,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산후관리사님이 오셨던 2주 동안 나는 아침과 점심을 잘 챙겨 먹었다. 블로그 후기를 보니 맛집 못지 않게 다채롭고 맛난 음식을 해주시는 관리사님도 계시는 듯하나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걸 바라지도 않았고. 관리사님은 주로 국 하나에 밑반찬 느낌의 나물 한두 개 정도를 해주셨는데, 자극적인 것을 안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잘 맞고 좋았다. 미역국, 청국장, 콩나물 무침, 시금치나물, 계란말이, 카레 등을 먹었다. 원래 집에 있던 김치와 장아찌를 곁들여서.
혼자 아기를 돌보다보니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게 내 밥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빵과 시리얼, 데워먹는 죽 등으로 아침과 점심을 대강 먹고, 남편이 퇴근한 저녁만 겨우 챙겨 먹는다. 그러다보니 살도 안 빠지고, 건강에도 안 좋을 거 같고, 또 모유량이 늘지도 않는 거 같다. 이걸 생각하면 관리사님 계셨을 때 아침, 점심을 집밥으로 잘 챙겨 먹은 게 참 잘한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집에 오신 관리사님은 부엌을 굉장히 깔끔히 쓰시는 분이어서 그 부분도 나랑 잘 맞고 좋았다. 배운 점도 있고.
또 하나 관리사님께 하사 받은 것은 목욕 스킬이다. 병원과 조리원에서는 내가 아기 목욕을 시켜본 일도 없고 구경한 일도 없었다. 관리사님이 매일 아기 목욕 시키시는 걸 옆에서 보면서 목욕 준비와 순서, 스킬 등을 배웠다.
오전에 한두시간 낮잠을 잘 수 있었던 것도 산후관리사님이 계셔서 누릴 수 있었던 호사다. 사실 세네 시간 낮잠 자거나 긴 외출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나는 왠지 그렇게는 잘 안 되더라.
대체로 만족스러웠으나 아쉬웠던 점을 뽑자면, 산후관리사님이 모유수유에 대해서 좀 더 잘 봐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요즘 산모들은 다 분유 먹이는데 내가 모유수유 한다고 칭찬과 응원을 해주시긴 했으나, 자세나 요령 등에 대해서는 조언주실 게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건 이해가 되는 게, 전문 모유수유 컨설팅(오케타니, 모유사랑, 통곡모유 등)은 한 시간에 10만원 안팎의 서비스 비용을 줘야 한다. 산후관리사님이 모유수유를 잘 도와주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었다면, 산후관리사 안 하고 모유수유 컨설팅을 하셨겠지.
그리고 이건 아쉽다고 말하기도 애매한데, 관리사님이 아무리 무난하고 좋은 분이라 한들 가족처럼 편하지는 않다보니, 주말이나 남편 출산휴가 때 서툴더라도 남편과 둘이 아기 보는 시간이 더 재미있고 편안했다.
유용했던 산후관리사 서비스, 땡큐 쏘 머치!
사정상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지원의 산후관리사 시스템은 초보엄마인 내게 큰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아기 돌보는 것보다는 집안일(요리, 설거지, 아기 젖병 세척 및 조립, 아기 빨래, 청소)을 해주신 게 유효했다. 물론 아기도 잘 돌봐주셨기에 내가 오전에 잠깐이라도 낮잠을 자고 장 보러 외출도 할 수 있었다. 관리사님 본인이 직접 말하셨듯 이 일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한들 아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못할 일인데, 관리사님은 아기를 좋아하는 분인 거 같았다. 경력이 있다 보니 안고 달래는 것도 잘해주시고.
만약 남편이 출산휴가를 쓸 수 없었다면 산후관리사님을 3주나 4주로 연장하고 싶었을 거 같다. 그러나 남편이 출산휴가 4주를 쓸 수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산후관리사님을 2주만 뵌 게 잘 한 거 같다. 병원 4박 5일, 조리원 13박 14일, 산후관리사님 13박 14일을 지나며 내 몸도 어느 정도 회복됐고, 아기 돌보는 기본 스킬도 장착됐기 때문이다.
좋은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정부에게 땡큐, 나와 내 아기를 잘 돌봐주신 관리사님께도 다시금 감사!
'일상다반사 > 출산 및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유수유 분투기 #1] 완모를 원했으나 좌절의 연속.. 모유수유가 이리 어려울 줄이야 (3) | 2025.07.27 |
---|---|
[조리원 2주] 아팠던 첫째 주, 바빴던 둘째 주(feat. 크래들산후조리원) (5) | 2025.06.28 |
[제왕절개 5일차(분당제일여성병원)] 병원을 나와 조리원으로! 사은품 챙기고 아기 받고 안전히 퇴원하기 (0) | 2025.04.05 |
[제왕절개 4일차(분당제일여성병원)] 일일 조리원에서 모자동실 10시간, 젖몸살의 시작과 가슴마사지 효과! (2) | 2025.04.05 |
[제왕절개 3일차(분당제일여성병원)] 모자동실 12시간, 몸은 아직 불편해도 마음이 한가득 풍성 (0) | 2025.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