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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뉴질랜드 여행 #07] 레저와 쇼핑이 가능한 퀸스타운(but 내 취향 아님)

by 달리뷰 202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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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행의 마지막 도시, 퀸스타운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시작해 트와이젤과 와나카를 거쳐 마지막 도시인 퀸스타운으로 향했다. 내가 퀸스타운에 도착한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앞선 세 도시에 비해 숙소도 식사도 다 조금씩 더 비쌌다. 사람도 꽤 많고, 상점도 많아서 뉴질랜드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숙소에 주차를 하고 시내로 걸어오는데 날씨도 좋고 기분은 좋았다. 걸어가면서 보니, 뉴질랜드에서 할 수 있는 이런 저런 액티비티들을 예약하는 곳들이 많았고, 쇼핑 거리도 있어서 선물을 사기에도 괜찮아 보였다. 사실 나도 퀸스타운에서 한 건 선물 사고 산책한 것 정도만 기억난다. 여기도 호수가 있고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크라이스트 처치나 트와이젤이나 와나카처럼 한가롭고 여유 있게 자연을 즐길 만한 곳은 아니랄까. 어쩌면 내가 아웃하는 도시로 2박만 짧게 머물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고. 

뉴질랜드 퀸스타운 시내(하늘과 거리와 나즈막한 건물들)
퀸스타운 시내 모습

 

퀸스타운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엄청 줄을 서 있는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사슴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파는 퍼그버거! 줄 서서 음식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다른 데에서는 먹을 수 없는 버거 같아서 기꺼이 줄을 섰다. 시간이 좀 지나서 가물가물하긴 한데, 여기 줄 서서 주문한 후에도 버거를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서 근처 돌아다니며 젤라또 먹고 오고 그랬던 거 같다. 줄 서 있는 동안도 기다리는 동안도 두리번거리고 좀 돌아다니기도 하며 구경을 한 지라 많이 지루하진 않았다. 그래도 시간을 꽤 투자해 손에 쥔 버거를 입에 한 입 앙, 문 순간, 솔직히 말해서 별 느낌은 없었다. 그냥 맛있는 버거구나,라는 정도의 감상이었다. 살짝 특별한 맛(먹어보지 않은 맛)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나중에 꼭 또 먹고 싶은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뉴질랜드 퀸스타운 맛집 '퍼그 버거'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퀸스타운의 맛집, 사슴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가 유명한 '퍼그 버거'

 

이왕 음식 이야기를 한 김에 풀어보자면, 퀸스타운에서 먹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는 아주 실망스러웠다. 사실 나도 신랑도 먹는 것에 진심인 스타일들은 아니어서(담백한 집밥을 좋아하는 스타일임),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배 고플 때 근처 식당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크리스마스인지라 유독 관광객이 많은 건지 근처 사는 사람들이 다 외식하러 나온 건지 식당마다 사람이 가득가득 차 있었다. 아무 데나 찾아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여행의 끝무렵이기도 하고 허니문에 크리스마스이기도 하니 그래도 좀 괜찮은 데를 가볼까 싶어서 더 돌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만 판매를 하고, 이 메뉴들은 가격대가 꽤 높았다. 별로 배가 고프지도 않았기에 특별 메뉴 중에 기본 메뉴를 시켰는데, 맛도 비주얼도 영 별로였다. 그나마 디저트로 나온 조각 케이크만 먹을만했다. 비싸기만 하고 은근 정신없던 퀸스타운 레스토랑보다, 와나카에서 마트 장 봐다가 숙소에서 해먹은 요리, 하이컨트리 살몬에서 먹은 연어 요리 등이 훨씬 더 맛있고 특별했다. 

 

이다음날인가는 퀸스타운에 있는 인도 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여긴 그래도 괜찮은 인도 카레가 나왔다. 가게가 꽤 크고, 주인장도 인도 쪽 사람 같고 손님들도 인도 사람이 많은 걸 보고 들어갔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쇼핑하느라 부지런히 돌아다닌 퀸스타운 거리

제목에도 썼듯 나는 뉴질랜드 여행에서 다 좋았지만 퀸스타운은 그저 그랬다. 내가 레저나 액티비티를 하려고 했다면 거쳐갈 만했을 텐데 루지 정도 타는 거 말고는 액티비티도 안 했고, 원래 쇼핑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가족들 선물을 사야 해서 한참 돌아다닌 것도 약간 힘들었고, 하필이면 퀸스타운에 있던 날이 크리스마스 때라 좀 더 사람도 많고 물가도 비싸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허니문 마지막 도시를 퀸스타운으로 정한 건 나름 유용했다. 앞선 도시들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쇼핑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품샵도 많고, 뉴질랜드만의 특산품을 파는 곳도 있고, 수비니어 샵도 많다. 나는 일단 양의 태반으로 만들었다는 뉴질랜드 라놀린 크림을 하나 샀다. 이건 선물 아니고 내가 쓸 용도로 샀다. 엄청난 후기와 광고들을 봤고, 은근 기대를 하면서 샀는데, 한 통 다 써본 결과 괜찮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보진 못했다.  개인적으로 탐이 났던 아이템은 BONZ라는 뉴질랜드 브랜드 옷들이었다. 핸드메이드 옷들인데, 꽤 예쁘고 고급지다. 그리고 그만큼 가격대가 높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베스트가 몇 백만원 정도 했던 거 같다. 일단 구경만 잘하고 나왔다. 

퀸스타운에 있는 쇼핑할 만한 거리(좌), 양 태반으로 만든 라놀린 크림(중), 탐났던 BONZ 옷(우)

 

가족들 선물로는 어그(UGG)를 세 켤레 사고, 파타고니아에서 옷을 몇 벌 사고, BONZ에서 장갑을 한 켤레 샀다. 호주 브랜드이긴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어그, 어쩌다보니 나는 한 서너 차례 들락거렸다. 사람도 워낙 많고, 인기 있거나 세일 중인 신발은 사이즈가 없는 게 많아서, 몇 차례 들러 사이즈 체크하고 그랬거든. 결국 구매한 세 켤레 중 한 켤레는 할인이 많이 되어서 잘 샀다 싶었지만, 사이즈도 있고 예쁜 걸 고르다 보니 두 켤레는 정가 구매를 했다. 그리고 정말 씁쓸했던 것이, 구매 후에 숙소에서 검색을 해보니 동일한 모델을 한국에서 사면 아주 조금 더 저렴했다. 이래서 물건 사고 나면 가격 검색을 더 하지 말아야 하나보다. 뉴질랜드에서 가족들 생각하며 고심하고 골라왔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씁쓸한 마음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참고로 나는 퀸스타운 면세점에 있는 '어그'가 아닌 다른 브랜드에서 아래 사진 같은 부츠를 한 켤레 샀다. 원래 내 신발을 살 계획은 없었는데, 공항에서 시간이 살짝 남아서 돌아다니다가 이 신발이 거의 반값 할인 하길래 신어보고 구매했다. 원래 부츠는 답답해서 잘 안 신는 편인데, 올 겨울에 이 부츠 정말 잘 신고 다녔다. 신고 벗기도 편하고 따뜻하고 아주 좋더라. 그렇지만 가족들에게 어그 같은 신발을 선물하려고 한다면, 퀸스타운 거리에서 사는 게 나을 거 같긴 하다. 면세점에서 사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거나 맞는 사이즈가 없을 경우에는 다른 옵션을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퀸스타운 면세점에서 산 따뜻한 겨울 부츠
퀸스타운 면세점에서 산 겨울부츠

 

시내를 벗어나면 그래도 뉴질랜드만의 한가로움이 물씬

퍼그버거와 쇼핑 거리가 있는 시내 중심부에서 내가 있는 숙소까지는 걸어서 15분~20분 걸렸다. 나는 시내에 있을 때보다 이 15분을 걷는 게 좋았다. 아래 사진 같은 너른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나무 그늘에도 잠시 쉬어가고, 운동하는 어린아이들과 학생들도 보고, 밤에는 말간 달과 총총이는 별들도 봤다. 

퀸스타운의 어느 잔디밭과 멋진 하늘
퀸스타운 시내와 숙소를 오갈 때 지나던 너른 잔디밭

 

만약 내가 퀸스타운을 집에 돌아가는 공항이 있어서 잠시 머물기 위해 들른 게 아니라 좀 더 여유있게 이곳을 즐기기 위해 시간을 마련했다면, 뭔가 더 할 만한 것들이 있었을 거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내가 트와이젤에 있으면서 마운트쿡 후커밸리트래킹을 가고, 와나카에 있으면서 로이스픽을 간 것처럼, 퀸스타운에 있으면서 여기에서 예약을 해 주변 지역으로 이동해서 레저를 즐길 수 있었겠지. 뉴질랜드 남섬에 오면 다들 꼭 가려고 하는 밀포드 사운드에 가는 경우도 퀸스타운을 찍고 가는 게 일반적인 듯하다. 나도 밀포드 사운드 가고 싶었으나, 여긴 가려면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했고, 동선도 조금 안 맞아서 나는 안 가기로 했다. 나중에 또 뉴질랜드를 여행한다면 가봐야지. 

 

퀸스타운 시내에 있는 호수변

 

조금 뒤늦게 12월의 뉴질랜드 여행기를 정리해봤다. 일 년 남짓 전인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흐른 거 같다. 한국이 겨울일 때는 유럽이나 미국도 겨울이니, 12월 무렵 여행으로 따뜻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원한다면 뉴질랜드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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