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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뉴질랜드 여행 #04] 설산과 빙하보러, 초보자도 가능한 마운트쿡 후커밸리트랙

by 달리뷰 202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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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젤에서 약 70km를 운전해 마운트쿡으로!

트와이젤 둘째 날에는 아침에 마트에서 사 온 걸로 식사를 하고, 먹을 걸 조금 챙긴 후, 차에 올랐다.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움직여 마운트쿡 후커밸리트랙을 가기 위해! 안 쉬고 달리면 한 시간 안 걸렸겠지만, 중간중간 멈춰 서서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한 시간 훌쩍 더 걸려서 도착했다. 이미 트래킹을 시작한 사람도 많은지 주차장에 차가 많더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작점에서부터 후커호수까지 걷는 듯하다. 구글맵에 의하면 편도로 1시간 15분, 왕복으로 2시간 30분 거리다. 풍경 감상하면서 걷는대도 3시간이면 왕복 가능하겠고, 길이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나 노인 분들이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할 거 같다. 그러나 우린 왕복 거의 5시간쯤 소요해서 후커밸리트랙을 즐겼다. 사진도 많이 찍고, 중간에 샛길로 새서 '저긴 뭐 있나' 잠깐 보고 오기도 하고 그랬거든. 
 
눈만 돌리면 워낙 멋진 풍경들이 펼쳐진 지라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잘 즐겼다.
 
도착지인 후커호수까지 가려면 흔들다리를 세 개 건너게 되는데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는 신랑도 크게 무리 없이(조금만 무서워하면서) 잘 건넜다. 아래 사진이 그 흔들다리 중 하나이다. 

마운트쿡 후커밸리트랙에 있는 흔들다리
뉴질랜드 후커밸리트랙 중 만나는 흔들다리

 

하루에 사계절을 만날 수 있는 뉴질랜드

우리가 뉴질랜드를 여행하던 게 12월이기에 그곳 계절은 여름이었다. 그러나 나는 늘 얇은 긴팔을 입고 봄가을용 바람막이도 꼭 챙겨 다녔다. 포트힐이나 다른 곳을 갈 때도 그랬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후커밸리트랙에서는 더욱더 변화무쌍한 날씨를 많이 느끼게 된다. 트래킹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중에서는 나시에 반바지를 입은 외국인도 있고, 경량 패딩에 긴 바지를 입은 사람도 있다. 두 케이스 다 희귀하지 않을 정도로 이런 사람도 많고 저런 사람도 많다. 일단 기본적으로 햇빛이 강하니 더운데, 간혹 모자를 부여잡고 잠시 걸음을 멈춰야 할 정도로 거센 바람도 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래킹 중에 만나지는 않았지만, 뜬금없이 비가 조금 내리다가 그칠 때도 있다. 
 
뉴질랜드 유명 밴드 노래 가사 중에 'four seasons in a day(하루에 사계절을)'이라는 가사가 있다는데, 이게 시적 표현이 아아니라 말 그대로의 사실이랄까. 
 
마운트쿡 후커밸리트랙에서는 눈으로 보는 풍경도 사계가 엿보였다. 연두빛 초록빛 풀도 많고, 눈 덮인 설산도 코앞이고, 심지어는 빙하까지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계곡 물 색이 좀 특이한 것은 빙하가 녹은 물이라서 그렇다. 후커호수까지 가면 빙하 조각도 볼 수 있다. 

후커밸리트랙에 있는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

 

다음에 또 간다면 세프톤(Sefton) 비박을 가리!

사실 후커밸리트랙에서 출발은 하지만 우리는 중간에 왼쪽으로 빠져서 세프톤을 가려고 했다. 비행기에서 만나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집 초대까지 해준 현지 친구가 세프톤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후커밸리트랙 중간쯤에서 표지판을 보고 왼쪽으로 가면 된다고 해서, 중간중간 표지판을 눈여겨봤다. 그러나 우리는 셰프톤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찾지 못하고 후커밸리트랙의 종착점인 후커호수까지 와버렸다! 
 
어디서 표지판을 놓친건가 의아해하면서도, 뭐 그냥 트래킹 잘했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라도 표지판을 보려 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정보를 찾아보는데, 한국어로는 잘 안 나오길래 영어로 구글링을 한참하니, 세프톤 산으로 가는 길은 현지 친구 말대로 후커밸리트랙 중간쯤에서 왼쪽으로 빠지면 나오는데, 워낙 험한 길이라 초보자에게는 추천을 안 하는 거 같더라. 그래서 표지판도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게 바닥에 작게 표시해 둔 듯했다. 후커밸리트랙 중에 아래 사진처럼 긴 데크로 된 길이 있는데, 저기 중간쯤 바닥에 화살표로 표시가 되어 있다더라.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표지를 못 찾아서 다행이다. 찾고 그 길에 들어섰으면, 별 다른 준비 없이 난이도 높은 산행을 했어야 하는 셈이니 중간에 되돌아왔을 거 같다. 나중에 등산화와 스틱과 여러 장비를 갖추고 한 번 오르고 싶긴 한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버킷 리스트에 저장!

뉴질랜드 마운트쿡 후커밸리트랙 중 만나는 긴 데크 길
세프톤 가는 표시가 작게 그려져 있다는 후커밸리트랙 데크길

 

내 생에 첫 빙하 체험은 후커호수! 

종착점인 후커호수 부근에 도달하자 바람이 엄청 거세졌다. 난 바람막이를 다 여미고 모자까지 뒤집어 썼는데, 약간 흔들거릴 정도. 다행히 계속 그렇게 불진 않아서 중간중간 괜찮았다. 큰 바위를 찾아 아늑하게 몸을 풀고, 준비해 간 사과랑 주전부리를 좀 먹었다. 뉴질랜드 어디서나 새가 참 많은데 여기서도 가까이에 새들이 많아서 새들 구경도 하고, 호수와 산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았다. 
 
호수 중간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빙하 조각도 둥둥 떠 있다. 그리고 이 조각의 조각이 호숫가 근처까지 흘러오기도 해서 조심조심 걸어가 빙하를 만져보기도 했다! 빙하라고 별다를 건 없는 그냥 얼음이었지만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빙하는 오랫동안 녹지 않은 얼음덩어리이기에 혹시라도 바이러스 등의 위험 이물질이 냉동상태로 보존되어 있을까 봐 괜스레 걱정도 됐지만, 손 한 번 살짝 댄 것이니 괜찮겠지 싶었다. 
 
이런 빙하와 설산이 기후위기로 녹지 않고 잘 보존이 되어야 할 텐데. 

후커호수에서 만난 설산과 빙하
후커밸리트랙의 종착점인 후커호수와 거기 떠 있는 빙하 조각

 
뉴질랜드 마운트쿡 후커밸리트랙은 초보자도 4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는 쉬운 트래킹 코스다. 그 증거로 종착점 후커호수에서 만난 아이들 뒷모습 사진이 있다! 저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온 유럽애들 같았는데, 저들이 앉은 바위는 두 손과 두 발을 써서 약간 올라야 하는, 지금 기억에 높이 한 2미터에서 2.5미터 되는 바위였다. 나랑 신랑은 척척 올라가서 풍경 한 번 둘러보고 앉아 있었는데, 저 어린애들이 우리 쪽으로 오는 거다. 도와주려고 했으나 혼자서도 야무지게 척척 잘 올라오더라. 
 
아무튼 이런 아이들조차도 저렇게 편한 복장으로 걸을 수 있는 후커밸리트랙!  

후커호수에서 만난 어린아이들
이런 어린아이도 충분히 완주 가능한 후커밸리트랙

 
다만, 뉴질랜드 여행, 특히 트래킹 때는 꼭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 모자와 얇은 바람막이를 필수로 챙기길 권한다. 사실 12월이 아닌 다른 때의 뉴질랜드는 어떤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12월의 뉴질랜드는 여행하기 참 좋으면서도 햇빛이 따갑고 센 바람이 간혹 찾아온다. 이렇게 쓰고 나니, 겨울의 뉴질랜드는 어떨지 궁금하네. 왠지 우리나라처럼 한파나 눈은 없을 거 같은데 말이지. 
 
근데 세프톤 산에 오르려면 겨울보단 여름에 가야 할 텐데. 아, 뉴질랜드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보고 싶구나. 하루에 겪는 맛보기 말고 진짜 계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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