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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뉴질랜드 여행 #06] 와나카에 갔다면 여기를 꼭 가보시길, 로이스픽!

by 달리뷰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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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나카에서 차로 5분이면 가는 로이스픽(Roys Peak)

와나카에 머무르면서는 바로 코앞에 와나카 호수도 있고 주변에 다른 호수들도 많기 때문에 주로 호수 피크닉을 즐기게 된다. 나도 돗자리 챙겨서 호숫가에서 잘 쉬고 놀고 했다. 그러나 와나카에서의 하루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정을 비우고 로이스픽에 갔다. 여기도 뉴질랜드 오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현지인 친구가 알려준 스폿 중 하나인데, 와나카 마을에서 차로 5분이면 도착하는 멋진 산이다. 높이는 1578미터! 길이 잘 나 있어서 쉬엄쉬엄 오르기에 좋다. 

 

조금 오르다보면 호수와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중간중간 예쁜 꽃들과 귀여운 양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근데 여기 역시 앞서 갔던 포트힐이나 후커밸리트랙처럼 해가 쨍쨍하다가 돌연 바람이 세지곤 하니, 안 날아가는 모자와 바람막이를 챙겨가면 좋다. 그러나 로이스픽을 등산하는 외국인들 중에는 나시나 반팔을 입은 사람도 있긴 하더라. 그 사람들은 꼭대기까지 갔나 모르겠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진짜 세게 불었다!  

로이스픽 오르는 길에 내려다본 풍경
로이스픽에서 내려다본 호수와 마을

 

귀여운 양들을 한껏 만날 수 있는 산행!

뉴질랜드는 양이 많을 거라고 예상이 되는데, 그동안은 양을 가까이에서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양떼나 소떼가 있는 목장을 지나곤 하지만 차 안에서 내다보는 동물들은 그리 가까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 로이스픽에서 정말 평생 볼 양들을 다 만난 거 같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양들은 귀에 색깔이 있는 리본 같은 게 있다. 주인이 있는 양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특정 기간에는 양들이 풀을 잘 뜯어먹게 하기 위해서 일부 산들은 사람들의 산행이 금지되기도 한다. 내가 갔을 때는 그런 기간은 아니어서 양과 사람이 함께 산을 잘 즐겼다. 양들은 주로 길가에서 조금 비껴 난 풀밭에 있고, 뭔가를 오물오물 씹고 있다. 엄마양과 아기양이 같이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방목되는 양들이다 보니 새하얀 털은 아니고 꼬질꼬질 조금 누런 털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토실토실하니 참 귀엽다. 그 와중에 얼굴은 또 하얗다.  

풀밭에 앉아 있는 양 세 마리
로이스픽 오르다가 만난 양들

 

가끔 어떤 양들은 길가에 앉아 있다. 길을 따라 걷거나 길을 가로지르는 양도 있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경계를 하면서 걸음의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그런데 아래 사진의 양은 혼자서 그냥 길가에 편안히 앉아 있더라. 옆을 스쳐 걸었다. 쓰다듬기에는 털이 상당히 지저분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양도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서, 그냥 눈인사 혹은 손인사만 하면서 스쳐갔다.  

산길에 혼자 앉아 있는 한 마리 양
길가에 앉아서 등산객들을 바라보는 어린 양 한 마리

 

정상 부근 뷰포인트와 정상에서는 바람과 안개가 가득!

열심히 오르다보면 뷰포인트가 나오고 거기서 좀 더 오르면 정상에 도달한다. 그런데 산이 1500여 미터로 꽤 높아서 그런지 높이 오를수록 안개가 짙어지더라. 바람도 거세지고. 바람이 안개와 구름을 서서히 이동시키고 있기에, 정상에 올라서는 바람막이를 끝까지 여미고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잠시라도 풍경을 잘 볼 수 있게 오래 기다렸다. 정상 부근에는 양은 없고, 특이한 새는 조금 있다.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로이스픽 정상 부근 모습
안개와 구름이 뒤섞인 로이스픽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본 풍경

 

아래 사진은 정상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뷰포인트 가는 길이었던 거 같은데, 잠깐이지만 안개와 구름이 걷혀서 얼른 사진을 찍었다. 여기쯤에는 사람도 꽤 많은데(화장실도 있고, 뷰포인트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오가는 사람도 있다), 어찌저찌 타이밍을 잘 잡아서 풍경만 잘 포착했다. 

로이스픽 뷰포인트 가는 길
로이스픽 뷰포인트 가는 길

 

적당한 체력이 있다면, 와나카에 있을 때 로이스픽 강추!

이날 집에서 아침을 먹고, 전날 미리 사둔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물 등을 챙겨서 오전에 로이스픽을 오르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오르내리기만 했다면 아마 대여섯 시간이면 충분할 거 같은 산행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도 많이 찍고, 정상에서 풍경 보겠다고 바람맞으며 한참 기다리기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가보기도 하느라 다 오르고 내려오니 거의 여덟 시간이 지나 있었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갔던 포트힐도 좋았고, 트와이젤에 있으면서 갔던 후커밸리트랙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로이스픽이 가장 산행 같고 뉴질랜드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었던 거 같다. 물론 포트힐은 자동차로 갈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고, 후커밸리트랙은 마운트쿡이라는 웅장한 산을 즐기는 맛이 있다. 한편, 로이스픽은 나무보단 풀이 많고, 양과 새가 많은 뉴질랜드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산들은 나무가 빽빽한데, 여긴 키 큰 나무가 거의 안 보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풍경이 좀 트여있다는 차이가 있다. 뉴질랜드만의 특징.

 

천오백여 미터의 높이가 낮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길이 잘 나있어서 힘들지도 않다. 

로이스픽에서 내려다본 풍경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로이스픽

 

이날은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로이스픽에 있었기에, 하산하고 집에 도착해서는 잠시 쉬다가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또 하루의 즐겁고 풍성한 여행날이 지나가는 게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짙은 구름, 멀리에 보이는 호수, 앞에 펼쳐진 들판과 나무들
나무보다는 풀이 많은 뉴질랜드의 들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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