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카 가는 길에 들른 색다른 매력의 지형, 클레이 클리프
트와이젤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와나카였다. 그리고 중간에 우리는 '클레이 클리프'를 들르기로 했다. 사실 뉴질랜드에서 도시와 도시를 건너는 운전을 하다 보면 자주 차를 멈추고 뷰포인트 스팟에서 쉬다 가게 된다.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곳에 중간중간 안내판이 있고, 가는 길에 그냥 "오, 저기 잠깐 설까?" 하고 차를 멈춰 세우면 된다. 마치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가듯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곳만 들러도 충분한 여정이긴 한데, 이번에는 특별히 '클레이 클리프'를 찍고 가보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사진을 봤을 때, 뭔가 그동안 봐온 뉴질랜드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 보였거든.
시간이 좀 지나서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여긴 이름답게 진입하는 길부터 모래 먼지가 좀 날렸다. 무인으로 입장료도 받는데, 우리 앞에 차는 돈 안 내고 가던 거 같았지만, 난 내고 갔다. 차 세우고 등산하듯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여기, 생각보다 가파르고 험하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은 무리하지 않고 중간에 적당히 오르다 돌아 내려가야 하는 정도. 나는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는 올랐는데, 내려올 때는 거의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기어 내려왔다. 젊은이들은 무난하겠지만, 무리하지는 말자!
그리고 이날은 날씨가 좀 흐렸는데 클레이 클리프의 분위기랑은 좀 잘 어울렸다.
휴양으로도 거주로도 좋을 듯한, 살고 싶은 도시, 와나카
트와이젤 숙소에서 와나카 숙소까지는 약 145km라서, 쭉 운전해서 갔으면 두 시간이 안 걸렸을 거 같다. 우린 클레이 클리프를 비롯해서 중간중간 뷰포인트에서 많이 쉬다가 갔으므로 늦은 오후쯤 도착했다. 와나카는 크라이스트 처치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큰 마트도 있고 단독주택 형태의 거주지역도 있고, 물론 크고 멋진 와나카 호수와 호숫가 잔디밭도 있는 그런 도시였다. 휴양을 즐기기에도 아주 좋고, 살기에도 편리할 거 같은 그런 곳이랄까.
와나카 숙소에서 짐을 풀고, 한 20~30분 걸어야 하지만 산책 자체가 힐링이 되는 곳이라 호숫가를 따라 쭉 걸어서 큰 마트로 갔다. 간단히 장을 보고, 또 호숫가를 걸어 숙소로 오는데, 봐도 봐도 참 좋더라. 중간에 그늘이나 벤치에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일단 첫날이니 지형을 익히는 정도로 산책만 했다. 와나카에서는 나흘을 머무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유도 있었고.
와나카의 상징, 물 속에 자리 잡은 멋들어진 나무 한 그루, 와나카 나무
와나카 호수를 산책하다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는 와나카 나무 있는 곳에 다다랐다. 희한하게도 물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와나카 나무 부근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나도 거기 섞여 조금 기다리다가 사진을 찍었지. 아주 붐비지는 않는다. 와나카에 있는 동안 오다가다 종종 보기도 했다.
와나카에 있는 동안은, 로이스픽 등산, 가까운 다른 호수 가서 돗자리 깔고 놀기, 집 앞 와나카 호수에서 돗자리 깔고 놀기, 수영복 입고 와나카 호수에서 수영하기, 산책하기, 맛집 가기 등을 즐겼다. 나름 여행 중반부를 넘어서는 나날들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아쉽기도 하고, 이 좋은 날씨와 하늘과 호수와 풍경이 너무 벅차게 즐겁기도 하고 그랬다. (로이스픽은 다음 포스팅에 따로 하겠음!)
에어비앤비로 잡은 99점짜리 와나카 숙소!
그리고 와나카가 정말 편안하고 좋았던 여행지로 기억되는 데에는 숙소의 영향도 크다. 이번 여행에서 머문 크라이스트 처치, 트와이젤, 와나카, 퀸스타운 숙소 중에 가장 넓고 쾌적하고 좋았다. 일단 침실공간과 주방 및 거실 공간이 따로 있고, 앞마당에는 주차를 할 수 있고, 널찍한 뒷마당에는 데크에 다이닝 테이블이 있고, 적당한 잔디밭도 있다. 또 여긴 식세기와 세탁기까지 갖추고 있어서, 여행동안 쌓인 빨래도 할 수 있었다. 빨래를 하고 구비된 건조대를 뒷마당에 가지고 나가서 빨래를 널었다지. 부엌에는 조리도구와 식기들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마트에서 장을 봐서 우리가 요리를 해먹기도 했다. 요리해서 뒷마당에 나가 밥을 먹자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앞마당이고, 오른쪽이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뒷마당이다. 냉장고 왼쪽으로는 화장실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데, 그 화장실도 아주 크고 좋다. 화장실은 침실에서도 들어갈 수 있고, 거실에서도 들어갈 수 있다. 저 싱크대 앞쪽으로는 소파랑 테이블이 있어서 거기서 카드게임하고 놀기도 했다.
단 한 가지, 숙소에 대해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와이파이가 없다는 거였다. (100점이 아니고 99점인 이유다!) 숙소 예약할 때 와이파이는 필수로 들어가게끔 했다고 생각했는데, 와이파이 없는 걸 숙소 와서 알았다. 그래도 지내다보니 별 문제가 안 됐다. 로밍해온 걸로도 충분했거든. 와나카를 즐기느라 스마트폰 데이터 쓸 일이 많지도 않았고. 정 걸린다면 유심칩을 사서 데이터를 써도 좋을 거 같다. 사실 나도 마트에서 하나 사긴 했는데, 어쩌다 보니 안 썼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즐긴 와나카 호수의 풍경
와나카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바로 퀸스타운으로 출발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와나카 호수 근방 케밥집에서 케밥을 사다가 큰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를 깔고 와나카 호수를 좀 더 즐기기로. 이때가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날씨가 참 좋아서, 와나카로 휴가를 온 사람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물놀이를 즐기거나, 아래 사진처럼 물놀이 도구들을 가지고 노는 경우도 많았다. 왠지 뉴질랜드인들인 거 같고, 세 가족 혹은 네 가족 단위로 (아마도 친척이거나 그렇겠지?) 와서 와글와글 함께 하는데, 돗자리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어서 흐뭇하고 좋더라.
나랑 남편은 너무 늦지 않게 일어나서 퀸스타운으로 가야하기도 했고, 체크아웃한 상태라 씻기도 어려우니 물에 들어가진 않았다. (와나카 둘째 날에 한 번 수영복 입고 들어갔는데, 조금 춥기도 했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엄청 더운 날씨가 아니라서 조금 으슬으슬했달까. 그래도 날씨 좋은 한낮은 물놀이하기 딱 좋긴 할 거 같다. 선블락은 필수!)
돗자리에 누워 먹고 쉬고 책 읽고 그랬다. 그리고 이 선택은 아주 잘 한 일이었다! 이때는 몰랐지만, 퀸스타운은 이렇게 느긋하게 즐길 만한 곳이 없었다. 차례로 포스팅하겠지만, 퀸스타운은 우리 여행지 중에서 가장 도심이었고,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았다. 쇼핑과 레저 예약에는 적합하지만, 와나카나 트와이젤처럼 여유롭게 자연을 즐길만한 곳은 아니었다. 만약 와나카 체크아웃하고 바로 퀸스타운으로 갔다면, 후회했을 거 같다. 퀸스타운은 숙소마저도 별로였거든. (가장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뉴질랜드 여행에서 내 여행취향을 다시 한 번 확고히 알 수 있었다. 여행 동반자인 남편이랑 취향이 맞아서 또 참 좋았고.
뉴질랜드 여행의 방점이었던 와나카,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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