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이 없었으나 해글리 파크만으로도 일단 만족!
크라이스트 처치는 뉴질랜드 여행의 첫 도시였다. 공항 도착해서 렌터카 업체의 차를 탄 후 렌터카 매장에서 예약한 차를 빌려 운전을 해서 도시로 들어갔다. 우리나라랑 도로가 반대(운전석이 우편에 있음)이고, 회전교차로가 많아서 조수석에 앉았는데도 약간 긴장이 되더라. 그래도 20분 만에 예약한 숙소에 잘 도착했다. 짐 좀 풀고 나서는 일단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크라이스트 처치의 상징 '해글리 파크'로 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올림픽 공원에 자주 갔고, 유럽 여행할 때도 크고 예쁜 공원들을 많이 봤지만, 해글리 파크는 또 뉴질랜드의 매력이 가득한 멋진 곳이었다.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참 많더라. 나랑 신랑도 일단 줄이 좀 있던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먹고, 공원 안을 여기저기 한참 걷다가 적당한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았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 여행에서 돗자리는 필수다! 누워서 녹색의 나무와 잔디, 푸른 하늘, 사람과 가까운 새, 밝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자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더라.
사실 크라이스트 처치는 공항이 있는 도시라서 어쩔 수 없이 루트에 넣은 곳이었다. 여행할 때, 도시보다는 자연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크라이스트 처치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해글리 파크만으로도 제법 만족스러웠다. 사진을 백만 장 찍었지만, 검색하면 또 많이 나올 것이기에 난 일단 하나만 올린다.
공원 나와서는 시내를 조금 걸었는데, 시내는 생각보다 별 거 없었다. 숙소 주변에 큰 마트도 없어서 물이랑 주전부리를 살 겸 편의점 같은 작은 마트에 들렀다. 이때는 몰랐지만 다음날 간 큰 마트 대비 편의점 생수 값이 3배 정도 비싸더라. 뉴질랜드에서는 반드시 작은 마트 말고 큰 마트에 가자!
크라이스트 처치에 간다면 여긴 꼭 가보시길, '포트힐'
구글 맵에 평점 좋은 맛집을 찾아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 가서는 꿀잠을 잤다. 다음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우리가 향한 곳은 '포트힐'! 여긴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크라이스트 처치에 사는 분이 알려준 곳이었다. 사실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많이 세우고 가진 않아서, 만약 그녀의 추천이 없었다면 또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는, 개인적으로 별로 볼 게 없었다) 그런데 포트힐은 정말 내 취향에 딱 맞는 곳이었다. 운전해서 15분 정도 가면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긴 하지만 차가 많이 없어 운전이 어렵진 않다.
산이라고 하기엔 둥그스름하고 언덕이라고 하기엔 꽤 높은 곳인데, 그래도 '힐'이니까 언덕이라고 봐야겠지. 운전하는 중에 중간중간 내려서 바라본 풍경이 하나같이 멋지다. 위치와 방향에 따라 풍경이 또 조금씩 달라져서 운전하다 내려서 돌아다니고, 또다시 차 타고 좀 오르다가 내려서 걸어 다니고 그랬다.
다만, 12월의 뉴질랜드라 여름을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햇빛이 강하면서도 간혹 거센 바람이 불었다. 모자를 쓰면 날아갈 정도의 바람. 그래서 나는 휘날리는 긴 머리를 진정시키려고 얼기설기 대충 머리를 땋아 묶었다. 바람막이 옷을 가져가 입은 것도 신의 한 수 였다. 다시 여름의 뉴질랜드로 여행을 간다면, 얇은 바람막이와 바람 불어도 안 날아가는 모자를 꼭 챙기리라! 햇빛도 강하기 때문에 선블락도 물론 필수다.
나만의 특별한 여행 경험, 현지인 집 방문
해글리 파크와 포트힐도 참 좋았지만, 그래도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가장 인상깊은 순간을 뽑으라면 비행기에서 만난 현지인의 집에 방문한 것이다. 비행기 옆자리 인연으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에, 50대 정도로 보이는 크라이스트 현지 여자분이 시간이 되면 본인에 집에 놀러 와도 좋다고 즉석에서 초대를 했다. 그냥 인사치레려나 했는데,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적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부담 갖지는 말라고, 시간 되면 연락하고 오라고 쿨하게 말했다. 사실 비행기에서는 진짜 갈 생각이 별로 없었다가, 그녀가 추천해 준 포트힐이 너무 좋아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겸 알려준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답이 없었지. 그냥 숙소로 갈까 하다가, 구글 지도에서 적어준 주소를 검색해 보니 포트힐에서 우리 숙소 가는 중간에 딱 그 집이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반갑게 인사하며 지금 와도 좋다고 하더라.
거리가 다 가깝기에 일단 큰 마트에 들러서 우리가 먹을 것들이랑, 초대에 감사한 마음을 표할 꽃과 초콜릿을 샀다. 그리고 아래 사진 같은 한적한 동네(크라이스트 처치 외곽의 거주지역 같았음)에 있는 집을 찾아갔다.
집에는 비행기에서 만난 그녀와 그녀의 남편, 막내 자녀, 그리고 보더콜리로 추정되는 똑똑한 중형견 한 마리가 있었다. 마당이 있는 단층 단독 주택이었는데, 마당과 이어진 데크로 나가 손수 만든 뉴질랜드 가정식을 함께 맛있게 먹었다. 어떻게 비행기에서 막 만난 우리를 초대할 생각을 했는지 물으니, 본인들도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이렇게 현지인 집에 초대받아 가서 대화하고 그 생활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기에, 기회가 될 때면 본인들도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뉴질랜드로 오는 난민 가족에게 당분간 남는 방 하나를 빌려주기로 계획되어 있다고도 하더라.
중간에 비가 조금 내렸지만, 강아지 산책도 같이 하러 나가서 동네도 한 바퀴 돌고, 한국과 뉴질랜드의 여러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정말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신랑도 나도, 크라이스트 처치뿐 아니라 뉴질랜드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하나만 뽑으라면 이들의 집에 초대받아 같이 식사하고 산책하며 대화를 나눈 것을 뽑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시간은 일부러 계획해서는 만들 수 없기에 더 특별하기도 했다.
집을 나와서는 숙소에 돌아와 쉬다가 마트에서 사온 와인을 한 잔 하고, 밤거리도 조금 걸으며 돌아다녔다. 밤에 다니기에는 볼 것도 많지 않고, 좀 어두워서 혼자였다면 안 나갔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도시라고 해도, 인구밀도가 워낙 낮은 곳이다 보니, 밤에는 정말 적막하더라. 그래도 신랑이랑 둘이 시내 산책 한 바퀴 잘하고 왔지.
2박 일정으로 크라이스트 처치에 머물렀는데, 3박이나 그 이상을 했어도 좋았을 거 같다. 추후에 기술하겠지만, 귀국 비행기를 탄 퀸스타운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중간에 들른 트와이젤이나 와나카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기에 비교가 어렵고.
아무튼 뉴질랜드의 첫 도시, 크라이스트 처치! 여러모로 좋았다.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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