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너무 적다, 대한민국 출산율 0.78 (feat. 일본 1.33)
우리나라가 전 세계 국가들 중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소리는 몇 년 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인구절벽이 도래할 것이고, 역피라미드 인구구조로 사회문제가 심화될 것이고, 급기야는 나라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지속된다. 국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도 많이 쓰는 거 같은데, 해결되기는 커녕 심화되고 있다.
2020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8로 OECD 주요국 중 유일하게 1을 넘지 못했다. (합계출산율이란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 2023년 3월 14일 MBC 100분토론에서는 '출산율 0.78의 공포'라는 주제로, 4명의 패널을 모시고 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출연패널>
허은아 / 국민의힘 의원
용혜인 / 기본소득당 의원
주진형 /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최슬기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저출산 원인] 비싼 집값, 바쁜 직장, 어려운 양육 환경
왜 이렇게까지 아이를 안 낳는가에 대해서, 패널들이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은 간단했다. 결혼과 출산, 양육을 하는 데에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 경제적인 원인을 세분화 해서 살펴보면, 가장 크게는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 일자리가 불안정하거나 근로시간이 길다는 것, 양육비도 너무 높다는 것 등이 주요 원인이다.
실제 일화나 구체적 수치를 들어가며 길게 논의했지만, 사실 너무 당연해서 딱히 새로울 건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매해 심각해지고 있으니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원인을 집어내는 일이 필요하긴 하겠지.
(사족이지만, 나만 해도 얼마 전 깜짝 놀랐다. 네이버에 학교 이름을 검색하면 재학생 수가 나온다고 해서 내가 졸업한 중학교를 쳐봤다. 약 23년 전, 나와 같은 학년의 총 학생 수는 약 540명 정도로 기억한다. (전교 5등 안에 들면 상위 1%라고 계산을 했던지라 500명 이상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3개 학년을 다 합해서 470명 정도로 나온다. 540명이 470명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약 1620명이 470명으로 줄어든 셈이다. 시골도 아니고 서울인데, 그것도 인구 많고 학군 괜찮은 송파구인데도 이렇다.)
경제적인 문제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인 만큼, 해결을 위해서 거대 재정이 동원됐다. 패널인 허은아 의원에 따르면, 2021년도 저출산 예산이 46조 6천억원이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러나 이런 재정 지출이 실제로 출산을 증진시켰는지 돌아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최대 노동시간을 현재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말이 있는데, 이는 안 그래도 어려운 양육 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란 신랄한 지적도 이어졌다.
[저출산 대책]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대, 칼퇴근 가능한 근무 환경
용혜인 의원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의무화해서 출산율을 높인 사례가 있다. 부부가 합쳐서 총 480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이중 90일 이상은 반드시 남성이 쓰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그 결과 스웨덴의 출산율은 1.5명에서 1.98명까지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는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낮은 편이고, 육아휴직을 쓰는 남자들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스웨덴의 저 정책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면, 출산율 반등까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엄마들이 매우 기뻐할 거 같긴 하다. 엄마가 행복하면, 둘째 셋째 낳을 확률도 높아질 테니 출산율도 오를 테고.
물론 육아휴직을 하는 중에 부부의 소득 손실은 상당 부분 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아이를 낳으면 돈 들어갈 일이 많아 지는데, 휴직을 하면서 시간은 벌지만 소득이 크게 줄어든다면, 육아휴직은 빛 좋은 개살구밖에 되지 않는다.
증권회사 대표를 지냈던 주진형 패널은,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재정 손실 및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대변한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은 육아휴직을 못 쓰는 분위기가 되거나, 육아휴직을 쓸 것 같은 직원을 채용하기 꺼리게 된다. 따라서 국가가 이러한 부담을 회사에게만 넘기지 말고,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저출산은 육아휴직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노동 시장, 노동 시간, 사회 안전망, 교육 제도, 노후 대책 등의 문제가 얽혀 있다. 패널들도 이를 알고 지적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 신박한 제안은 없어서 다소 아쉽더라.
우리나라는 지난 15년 간 약 380조 예산을 써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저런 명목들을 다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둔 것일 뿐, 실질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제대로 고민하고 겨냥해서 시행한 예산은 그보다 훨씬 적다.
100분 동안 나름 열심히 봤지만, 제자리만 맴돌던 토론
관심이 있던 주제라 집중해서 보고, 포스팅을 하려고 한 번 더 봤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저출산이 심각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고, 그 원인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대책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어떤 대책이 있었고, 그 효과가 어떠했으며, 효과가 미미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지만 주마간산 식으로 넘어갔다. 현재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대책 방향은 어떤 것인지, 향후 시도해야 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또 무엇이 있을지도 궁금했지만 별로 논의되지 않았다.
그나마 주진형 전 대표가 막판에 제안한 세제 개혁(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세금 차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과 주택청약 변경(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청약 당첨이 되기 더 좋도록) 정도가 고개가 끄덕여 지는 내용이었다.
나름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논의한 것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기대가 커서 그런지 아쉬움도 크다. 궁금한 내용들은 따로 정책이나 연구 보고서를 찾아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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