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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분투기 #4] 산 넘어 산, 결국 모유량은 늘지 않는 것인가

by 달리뷰 202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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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모를 위한 '잘 먹고 잘 자기' 실패..

출산 직후부터 약 60일 차까지는 아기가 젖을 잘 물지 못해서 모유수유가 어려웠다. 그러나 꾸준한 유축과 직수 시도로 인해 유두 길이가 길어지면서 유두보호기가 필요 없게 되었고, 이후로는 아기가 젖을 잘 물게 됐다. 거의 포기했던 완모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시점이다. 모유라는 것이 아기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하니, 이제 자주 많이 물려서 양을 늘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모유양을 늘리려면 산모가 잘 먹어야 한다. 특히 수분 섭취가 충분해야 한다는데, 물을 많이 마시는 건 물론이거니와 매끼니 국물도 많이 먹고 영양도 고루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나름 노력은 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산후관리사님이 와주시는 기간도 끝나고, 남편의 출산휴가도 끝나 혼자 아기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내 밥'은 늘 우선순위가 낮았다. 대충 빨리 먹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손이 갔다. 샌드위치나 시리얼, 빵 같은 것들. 그래도 노력해 보겠다고 죽을 먹고 물도 더 챙겨 먹기는 했다. 때로는 별로 안 내키지만 배달음식을 시켜서 푸짐하게 먹으려고도 시도했다. 근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아기에게 눈 떼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여유 있게 밥이 잘 안 먹히더라.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잘 먹는 것만큼 잘 자는 것도 필수적인데, 난 이것도 쉽지 않았다. 아기가 통잠을 자지 않아 새벽수유를 2번씩 하니 늘 잠이 부족했다. 

 

분유 보충량이 줄지 않자 '맘라떼모아'를 사 마셔볼까도 고민했다. 후기를 한참 찾아 읽다가 나는 '맘라떼모아' 대신 '락타티'를 주문했다. 이런 류의 차가 어떻게 모유량을 늘려줄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적어도 물 마시는 양을 늘려주는 효과는 있으리라 기대하며. 실제로 락타티는 내 입맛에 잘 맞아서, 하루에 크게 두 잔씩 꾸준히 마셨다. 맹물은 잘 못 마시는 편인데 따뜻하게 락타티 타 마시니 좋더라. 3 플러스 1로 네 박스 다 먹고, 한 번 더 네 박스 주문해서 먹었다. 모유를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락타티 4박스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마신 락타티

 

여전히 보충수유를 100ml 이상씩 하는 현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는지 아기는 직수 이후에도 분유를 적게는 80ml에서 많게는 120ml까지 먹었다. 한 번 수유량을 160ml 정도라고 하면, 모유로는 아기 배를 반도 채우지 못하는 셈이었다. 2주에서 3주 지나도록 이런 패턴이 이어지자 자연히 완모는 안 되는구나, 체념이 됐다. (아기가 5개월 반인 지금도 비슷하게 분유보충 하며 혼합수유 중)

 

본의 아니게 혼합수유를 계속하다 보니 몸이 두 배로 바쁘다. 아기가 배고파할 때 일단 모유를 주는데, 처음에는 열심히 먹다가 이내 젖 물던 입을 빼내고 짜증을 낸다. 모유가 더 이상 잘 안 나온다는 뜻이다. 그럼 우는 아이를 잠시 눕혀두고 분유를 타러 간다. "잠깐만 기다려~ 엄마가 얼른 분유 타 올게~." 말을 해도 아기는 운다. 서둘러 분유를 타서 우는 애 입에 물리면 허겁지겁 엄청 잘 먹는다. 과연 모유가 나오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 배고픈 듯 급하게 먹는다. 분유를 다 먹으면 그제야 배가 차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이러다 보니 수유하는 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설거지는 설거지대로 많이 나온다. 유축 안 하는 게 어디냐며 자기 위안을 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약간 뿌듯한 점은 아기가 100일 넘어가고 직수에 익숙해지니, 밥 시간 아니더라도 엄청 울거나 칭얼댈 때 젖을 물리면 바로 진정된다는 거다. 자주 하진 않았지만 간혹 아주 편리했다. 

 

모유량이 늘지 않는 이유는?

젖 물기가 잘 된 이후에 왜 모유량이 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이유는 셋 중 하나일 거 같다. 

 

첫째, 모유량도 유전이라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도 모유량이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완모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지잉~ 울리며 젖이 차는 게 느껴졌다는데 나는 전혀 그런 경험이 없다. 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려나. 나는 출산 이후 감정적 동요 같은 것도 딱히 없었다. 아무튼 유전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긴 하다. 그러나 이 이유만은 아닐 거 같다. (가슴 마사지받을 때, 첫 번째 분은 내게 젖양이 많다고 하셨고 두 번째 분은 젖양이 적지 않다고 하셨다.)

 

둘째 이유는 내가 모유수유의 황금기를 놓쳐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난 출산 2주 후 정도부터 직수를 시도했다. 그것도 겨우 하루에 두어 번 했고, 잘 되지도 않았다. 유축으로만 버티다가 (유축량도 적은 편), 의미 있게 직수를 지속하기 시작한 게 출산 2달 후쯤부터다. 모유수유 성공의 골든타임은 출산 후 첫 일이주일이라는데 난 많이 늦은 편이다.  

 

셋째로, 내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다. 사실 많이 아프거나 힘들진 않았다. 다만 늘 수면부족으로 약간의 피곤함을 달고 살았고, 밥도 대충 먹을 때가 많았다. 난 원래 밥보다 잠이 중요한 사람인데, 잠을 잘 못 자니 밥도 잘 안 먹혔기 때문이다. 

 

모유가 늘지 않은 이유는 저 셋 중 하나이거나 셋 중 둘이거나 셋 다 일수도 있겠다. 1번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거고, 3번도 약간 노력의 여지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다만 내가 아쉬운 건 2번이다. 출산 직후부터 메델라 유두보호기 가지고 꾸준히 물려봤다면 좋았을 거 같다. 직수 시도도 더 자주, 유축도 더 자주 했다면 모유수유를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혼합수유라도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 혼합수유가 번거롭긴 하지만 나름 적응했다. 과연 언제까지 모유수유를 하게 될지, 혹시 둘째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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