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모를 위한 '잘 먹고 잘 자기' 실패..
출산 직후부터 약 60일 차까지는 아기가 젖을 잘 물지 못해서 모유수유가 어려웠다. 그러나 꾸준한 유축과 직수 시도로 인해 유두 길이가 길어지면서 유두보호기가 필요 없게 되었고, 이후로는 아기가 젖을 잘 물게 됐다. 거의 포기했던 완모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시점이다. 모유라는 것이 아기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하니, 이제 자주 많이 물려서 양을 늘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모유양을 늘리려면 산모가 잘 먹어야 한다. 특히 수분 섭취가 충분해야 한다는데, 물을 많이 마시는 건 물론이거니와 매끼니 국물도 많이 먹고 영양도 고루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나름 노력은 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산후관리사님이 와주시는 기간도 끝나고, 남편의 출산휴가도 끝나 혼자 아기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내 밥'은 늘 우선순위가 낮았다. 대충 빨리 먹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손이 갔다. 샌드위치나 시리얼, 빵 같은 것들. 그래도 노력해 보겠다고 죽을 먹고 물도 더 챙겨 먹기는 했다. 때로는 별로 안 내키지만 배달음식을 시켜서 푸짐하게 먹으려고도 시도했다. 근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아기에게 눈 떼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여유 있게 밥이 잘 안 먹히더라.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잘 먹는 것만큼 잘 자는 것도 필수적인데, 난 이것도 쉽지 않았다. 아기가 통잠을 자지 않아 새벽수유를 2번씩 하니 늘 잠이 부족했다.
분유 보충량이 줄지 않자 '맘라떼모아'를 사 마셔볼까도 고민했다. 후기를 한참 찾아 읽다가 나는 '맘라떼모아' 대신 '락타티'를 주문했다. 이런 류의 차가 어떻게 모유량을 늘려줄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적어도 물 마시는 양을 늘려주는 효과는 있으리라 기대하며. 실제로 락타티는 내 입맛에 잘 맞아서, 하루에 크게 두 잔씩 꾸준히 마셨다. 맹물은 잘 못 마시는 편인데 따뜻하게 락타티 타 마시니 좋더라. 3 플러스 1로 네 박스 다 먹고, 한 번 더 네 박스 주문해서 먹었다. 모유를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보충수유를 100ml 이상씩 하는 현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는지 아기는 직수 이후에도 분유를 적게는 80ml에서 많게는 120ml까지 먹었다. 한 번 수유량을 160ml 정도라고 하면, 모유로는 아기 배를 반도 채우지 못하는 셈이었다. 2주에서 3주 지나도록 이런 패턴이 이어지자 자연히 완모는 안 되는구나, 체념이 됐다. (아기가 5개월 반인 지금도 비슷하게 분유보충 하며 혼합수유 중)
본의 아니게 혼합수유를 계속하다 보니 몸이 두 배로 바쁘다. 아기가 배고파할 때 일단 모유를 주는데, 처음에는 열심히 먹다가 이내 젖 물던 입을 빼내고 짜증을 낸다. 모유가 더 이상 잘 안 나온다는 뜻이다. 그럼 우는 아이를 잠시 눕혀두고 분유를 타러 간다. "잠깐만 기다려~ 엄마가 얼른 분유 타 올게~." 말을 해도 아기는 운다. 서둘러 분유를 타서 우는 애 입에 물리면 허겁지겁 엄청 잘 먹는다. 과연 모유가 나오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 배고픈 듯 급하게 먹는다. 분유를 다 먹으면 그제야 배가 차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이러다 보니 수유하는 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설거지는 설거지대로 많이 나온다. 유축 안 하는 게 어디냐며 자기 위안을 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약간 뿌듯한 점은 아기가 100일 넘어가고 직수에 익숙해지니, 밥 시간 아니더라도 엄청 울거나 칭얼댈 때 젖을 물리면 바로 진정된다는 거다. 자주 하진 않았지만 간혹 아주 편리했다.
모유량이 늘지 않는 이유는?
젖 물기가 잘 된 이후에 왜 모유량이 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이유는 셋 중 하나일 거 같다.
첫째, 모유량도 유전이라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도 모유량이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완모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지잉~ 울리며 젖이 차는 게 느껴졌다는데 나는 전혀 그런 경험이 없다. 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려나. 나는 출산 이후 감정적 동요 같은 것도 딱히 없었다. 아무튼 유전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긴 하다. 그러나 이 이유만은 아닐 거 같다. (가슴 마사지받을 때, 첫 번째 분은 내게 젖양이 많다고 하셨고 두 번째 분은 젖양이 적지 않다고 하셨다.)
둘째 이유는 내가 모유수유의 황금기를 놓쳐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난 출산 2주 후 정도부터 직수를 시도했다. 그것도 겨우 하루에 두어 번 했고, 잘 되지도 않았다. 유축으로만 버티다가 (유축량도 적은 편), 의미 있게 직수를 지속하기 시작한 게 출산 2달 후쯤부터다. 모유수유 성공의 골든타임은 출산 후 첫 일이주일이라는데 난 많이 늦은 편이다.
셋째로, 내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다. 사실 많이 아프거나 힘들진 않았다. 다만 늘 수면부족으로 약간의 피곤함을 달고 살았고, 밥도 대충 먹을 때가 많았다. 난 원래 밥보다 잠이 중요한 사람인데, 잠을 잘 못 자니 밥도 잘 안 먹혔기 때문이다.
모유가 늘지 않은 이유는 저 셋 중 하나이거나 셋 중 둘이거나 셋 다 일수도 있겠다. 1번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거고, 3번도 약간 노력의 여지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다만 내가 아쉬운 건 2번이다. 출산 직후부터 메델라 유두보호기 가지고 꾸준히 물려봤다면 좋았을 거 같다. 직수 시도도 더 자주, 유축도 더 자주 했다면 모유수유를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혼합수유라도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 혼합수유가 번거롭긴 하지만 나름 적응했다. 과연 언제까지 모유수유를 하게 될지, 혹시 둘째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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