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의 핵심, 테카포 호수와 푸카키 호수
뉴질랜드는 호수가 참 많다. 모든 호수가 다 나름 아름답지만 가장 유명한 건 테카포와 푸카키 같다. 남섬에서 밀포드 사운드(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 예약해야 함, 난 안 감)와 함께 대표적인 관광 스폿으로 꼽히는 호수이기도 하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운전해서 일단 테카포 호수를 향하는데, 길이 정말 한산해서 놀랐다. 약 200km가 넘는 거리라서 나름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데, 다 1차선이고, 실제로 차가 많진 않다. 내 앞에 있는 차를 추월하려면 잠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워낙 길이 확 트여있고 차가 많이 없기 때문에 추월도 어렵지 않고, 실제로 추월이 필요한 일도 별로 없다. 안전 운전 최고!
아무튼 쾌적한 드라이빙을 하면서 금세 테카포 호수에 도착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경치에 취해 호숫가를 돌아다니며 사진도 많이 찍었다. 호수가 워낙 크다 보니 사람이 없는 곳도 있어서, 이 아름다운 자연이 다 우리 것인 양 실컷 만끽하기도 했다.
테카포 호수 근방에 '선한목자교회'도 들렀다. 작고 아름다운 교회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부근에 오자 사람이 꽤 많았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보였다. 교회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때도 있다던데, 내가 갔을 때는 외부만 둘러볼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갈 수 있거나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였다면, 기도하고 나오고 싶었으나 그럴 분위기는 아니라 패스. 호숫가 옆으로 난 길을 즐거이 걸으며 산책을 이어갔다.
테카포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푸카키 호수가 있다. 이곳 또한 절경이다. 호수의 물빛도 조금씩 다르고, 뒤로 펼쳐진 산들 또한 다르기에 뉴질랜드 있는 동안 정말 많은 호수를 거의 매일 봤지만, 볼 때마다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테카포와 푸카키 호수는 너무 거대하고, 내가 머문 숙소와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그 웅장함을 눈으로 감상하기에 최적이었고, 집에서 가까운 호수들이 돗자리 깔고 누워 즐기기엔 더 좋았다.
호수 앞에서 눈 덮인 산과 눈을 스치며 곱게 흐르는 구름을 감상하고 있자니, 한국에서의 정신없고 바빴던 시간들이 아득히 잊혀져서 참 좋았다.
은하수가 아름다운 고요한 마을, 트와이젤
테카포 호수와 푸카키 호수를 지나서는 드디어 숙소로 향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정하며 가장 고민했던 게 두 번째 숙소 위치를 '테카포' 마을로 할까, '트와이젤' 마을로 할까였다. 테카포 호수 근처 숙소는 집 안에서 호수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호숫가의 밤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카포 호수를 지나 푸카키 호수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 트와이젤은 호수가 바로 집 앞에 있지는 않으나 한적한 시골마을이라는 장점이 있다. 너무 한적하다는 게 단점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이나, 숙소 컨디션도 좋고 차가 있으니 위치가 그리 부담되지도 않았다. 고심 끝에 트와이젤로 숙소를 정했는데, 이거 정말 잘한 거 같다. 일단 테카포 쪽 숙소는 사람도 좀 많았고, 관광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트와이젤 숙소는 소문대로 진짜 밤에 나가면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곳이었고, 나와 신랑은 이런 분위기가 참 좋았다.
에어비앤비를 활용해 예약한 숙소는 마당 있는 독채였다. 작은 마을 트와이젤에서도 외곽으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드문드문 집들이 있지만 시내에 있는 식당이나 마트라도 가려면 차를 타고 한 5분 정도 걸린다. 유럽 여행을 다닐 때는 한 번도 차를 이용한 적이 없고, 늘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었는데, 뉴질랜드는 차가 정말 필수다. 근데 차도 사람도 별로 없고 땅은 넓어서, 운전도 주차도 아주 수월하다. 우린 일단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그 5분 거리 시내에 가서 밥을 먹고 마트에서 장을 봤다. 트와이젤에서는 3박을 했는데, 레저나 관광 등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은 지루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내 경우에는, 여기 있는 동안 첫날은 오후 늦게 도착했고, 다음날은 하루 종일 후커밸리트랙을 갔고, 그 다음날은 근처 호수에서 돗자리 깔고 책 읽고 놀다가 맛있는 거 먹고, 그다음 날 체크아웃했다. 즉, 알차게 잘 즐겼다. 자연을 즐기는 한가로운 여행을 추구한다면 트와이젤 추천! 그러나 혹시 차가 없거나, 혼자 여행을 온다면, 비추일 거 같다. 나는 혼자 놀기, 혼자 여행하기의 달인이긴 하다만, 그래도 이곳 트와이젤은 혼자라면 너무 적적할 것 같긴 했거든.
트와이젤은 주변에 나무와 들과 길과 나즈막한 집 밖에 없다 보니, 노을도 보이고(위에 사진), 밤에는 은하수도 보인다(아래 사진).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에 신비롭게 드리운 노을을 보고 있자니 뭔가 괜히 아련하고 애틋한 기분도 들더라. 이곳에 있으면서도 벌써 이곳이 그리워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밤에는 집 앞마당에 나와 고개만 들어도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나는 예전에 네팔 여행 중에 정전이 된 어느 날 밤, 은하수를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고. 신랑은 태어나서 한 번도 은하수를 보지 못했다. 우리 둘 다 트와이젤에 머무는 동안, 고단해서 일찍 잠든 하루 빼고는 은하수를 계속 봤다. 아래 사진은 집 앞마당에 주차한 자동차 위에 내 갤럭시 S23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은하수다. (은하수 찍는 법을 검색해서 노출을 좀 두고 촬영) 신랑은 삼각대를 들고 필름 카메라로 은하수 찍기에 도전했다지. 그리고 어떤 날은 밤에 차를 타고 근처 호숫가로 가서 은하수를 구경했다. 거긴 빛이 더 없어서 하늘이 더 잘 보이긴 했다. 그러나 의자도 없고 밤에 돗자리 깔고 앉기도 어려워서 오래 있진 않았더랬지.
(아참, 여행 중에 만난 어떤 한국 여행자 분은 퀸스타운에서 오로라를 촬영하셨다. 직접 눈으로 보진 못하고, 고프로 동영상 촬영을 누르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영상 돌려보다가 확인하셨더군. 영상 보여주셔서 봤는데 이쁘더라. 난 아쉽게도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서 오로라는 못봤다.)
내 인생 최고의 음식, 하이 컨트리 살몬!!
나는 원래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고, 음식 맛보다는 음식 먹는 장소나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 많고 줄 서야 하는 맛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있는 건 알겠지만, 굳이 오래 줄을 서서 북적거리는 곳에서 밥을 먹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바꿔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연어 양식장 '하이컨트리 살몬'이다!!
테카포와 푸카키 호수를 지날 때부터 연어 양식장과 음식점들이 간혹 보였다. 우린 트와이젤 숙소에 자리 잡고, 근방에서 놀던 날 검색해서 가까이에 있는 하이컨트리 살몬에 갔다. 오래 기다리진 않았지만 줄을 조금 서야 했던 연어 양식장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몇 개 주문해서 자리에 앉고, 입에 연어를 딱 넣는데, 우와, 이건 정말 천상의 맛이었다. 원래도 연어를 좋아하는 편인데,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연어가 과연 이 연어와 같은 연어였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고 야들야들한 식감과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이 부근이 연어가 특산물인 거 같긴 한 게, 마트에서 산 연어를 빵에 끼워 크림치즈 등을 넣고 내가 대강 만든 샌드위치조차도 아주 맛있었다.
아, 그때를 생각하며 사진을 보니 입 안에 침이 도는구나. 푸카키 호수 근처, 트와이젤 근처, 혹은 후커밸리트랙 가시는 분은 정말 여기 꼭 가보시길.
뉴질랜드 두 번째 도시이자 숙소인 트와이젤은 호수와 은하수와 연어로 정리되는 거 같다. 정말 눈도 입도 마음도 넘치도록 행복했던 트와이젤에서의 3박 4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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